엊그제는 제가 우리 본당신자로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소공동체 모임을 함께 하는 “한아름구역” 형제자매님들과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모두 43명이 함께 하였는데,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남양성모성지”에 갔었어요.
화성시 남양면에 있는 남양 성지는 한국가톨릭 초대 교회 교우촌이자 처형지이며 우리나라 유일(唯一)의
성모 성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면 모세가 홍해를 건널 때 바닷길이 열렸듯이 매일 썰물 때면 육지까지 바다가 열려 길이 생기는 제부도의 신비스런 광경을 함께 감상할 수도 있어 더욱 좋다는데,
우리는 제부도는 못 가고 “남양성지”만 순례하고 왔어요.
전국적으로 이름난 성지이다 보니, 저희 만년동성당 한아름구역은 물론, 서울 도곡동성당과 인천 불로동성당의 형제자매님들이 단체로 대형버스 타고 오셨던데,
가족끼리 개인 자가용으로 전국 여기저기서 오신 분들도 무척 많았어요.
작년 가을에는 우리 본당에서 1년에 한번 하는 전체신자 성지순례를 이곳으로 정했다가 갑자기 계획이
바뀌는 바람에 “진천 배티성지”에 갔었는데...
그때 남양성지에 못 갔던 아쉬움(?)을 어제 풀었습니다.
저는 휴일이지만, 어제 새벽 5시에 일어났어요.
부활 제2주일 새벽미사에서 전례위원으로 독서봉독을 해야했거든요.
모처럼의 휴일을 늦잠이라도 자며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새벽미사 전례봉사에다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아침 8시에 출발하는 구역 성지순례가 있어서 바빴는데,
게다가 제 짝지 아녜스가 바로 그날(엊그제) 대전 문정중학교에서 그동안 준비해온 고졸검정고시 시험을 보기에 더 분주했지요.
15일 새벽5시에 일어나니 아녜스는 벌써 일어나 안방에서 막바지 시험공부에 열중이었어요.
나중에 제가 성지순례 다녀와 알았지만, 시험당일 새벽까지 공부한 부분에서도 몇 문제가 나왔다니,
기분 좋았죠.
이래서 모든 일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봐요? (ㅎㅎㅎ)
초등학교 졸업 후 35년을 학업 욕심 없이 그냥 살림만 하면서 살아오다가
작년 5월 중순에서야 고입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두달 보름만에 본 고입 시험에 합격해 중학과정을 마쳤고,
갑작스런 공부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갖고 있는 희귀난치성질환 “궤양성대장염” 증세가 악화되어 고생 많았었어요.
몇 달 동안을 건강이 별로 안 좋고 힘들어하여 같이 사는 저와 식구들도 걱정이 많았는데,
하느님의 축복과 울 회원님들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지금은 아픈 증세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엊그제 본당 새벽미사 참례를 하고 집에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는 시험장인 문정중학교까지 제 차로 태워줬어요.
학교 정문앞에 도착하니, 시험을 치루는 수험생과 가족들로 무척 붐비던데...
고입과 고졸과정 시험을 준비한 어른 들이 많더라구요.
공부에 때(=시기)가 있다고 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토록 하기 싫어했거나 학업을 계속 할 수 없었던 분들이
학력을 인정 받기 위해 애쓴다죠.
제 아녜스는 공부하기 힘든 여건에서도 노력을 하여, 시험 잘 치뤘고, 문제와 정답을 맞춰보니 무난히 합격하였답니다.
이제 고졸 자격이 된거니, 작년 5월이래로 불과 11개월만에 남들이 중학교 3년ㆍ고등학교 3년으로 6년간
하는 공부를 잘 해낸 거여요.
울 아녜스의 노력이 대단하죠? “아녜스, 이뽀이뽀~!!!” (ㅎㅎㅎ)
이젠 좀 쉬었다가 대학 수능시험을 준비하겠다는데, 세실리아와 요한이가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학교에 진학하여 제가 힘든데, 아녜스까지 대학생이 되면 제 등골이 더 휘어지겠는데요?
그래도 기분이 좋아요.
그제 아침8시에 수험장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온 저는 아파트 앞에 대기해 있는 우리 구역 성지순례 버스에 올라탔어요.
곧 출발하여 성당에 잠시 들렀고, 미카엘 주임신부님의 성지순례 잘 다녀오시라는 말씀과 강복 기도를 받고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성지로 향했습니다.
아고 오늘 글이 길어져서 다녀왔었던 성지순례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해야겠어요.
남양성지 소개부터 순례 마치고 잘 다녀와 식당에서 했던 뒤풀이이야기까지 마치려면 한참 더 해야죠. (ㅎㅎㅎ)
님들께서도 가까이 계신 분과 행복해 지세요.
가족이든 일가친지든 친구나 지인들과 삶의 즐거움을 같이 나누는 게 좋은 거죠.
오늘은 4월17일입니다.
제가 지난 주에도 바쁜 일이 많아서 그전보다 제 글이 없었는 데,
이해해 주시고 계속 즐거운 일이 많아지시기 바랍니다.
지난주에는 감사원 감사도 있었는데,
잘했건 못했건 신경 써 지는 게 감사(監査)라는 건데, 저는 잘 넘어갔죠.
휴무 토요일이던 14일 오전에는 공무원채용시험 시험감독을 하였구요.
시험감독 수당으로 “쩐”을 몇 푼 벌었는데, 그나마 자기 호주머니에 챙겨 넣는 아녜스였습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실속은 누가 차지한다더니...” 바로 그 격이죠? (쩝~!)
그래도 살림 알뜰히 하며 잘 살아주니 고맙습니다. (하하하)
첫댓글 소중한 일상을 함께 느낄수 있게 보여주시니 .... 글 재주가 없는 저는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