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평범한 한 두마디의 말, 미소, 눈빛, 자판기 커피 한잔, 등 두드림 등 일상의 작은 ‘행위’가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조직 분위기를 일신시키며, 사회를 변화시킨다. 거창한 노력, 희생, 선행, 봉사가 없이 말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작은 교감(交感), 이 공감(共感)의 힘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고 엄청난 참화를 방지하며 세계사를 바꾸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어쩌면 공감이야말로 행복, 건강, 친구, 성공을 모두 얻는 가장 귀한 보물일 수도 있다.
2006년 봄 버지니아 공대에 다니던 재미교포 조승희군은 극단적인 소외감과 고립감에서 교정에서 총기를 난사, 수십명을 살상하는 참극을 일으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님은 생계로 바빴고 학교에 가면 백인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던 그는 고립되고 세상이 싫어지게 됐다. 아무도 자신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학생활에서도 아무도 곁에 있지 않았다. 결국 일을 저질렀다.
그런데 의외로 미국인들은 침착했다. 피해자 가족들도 그랬다. 우리 같으면 울고불고 난리치고 그랬을텐데. 피해자 추모장소가 생길 때 가해자인 조승희의 추모석도 생겼다. 그곳에 꽃다발과 편지를 바친 미국 소녀가 자성의 글을 올렸다.
“얼마나 힘들었겠니? 그런 너에게 다가가지도 손을 잡아주지도 못한 우리가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구나…"
공감은 이런 것이다. 어쩌면 그 소녀도 과거 엄청나게 힘든 소외감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공감은 원수도 동정하게 만든다.
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법륜스님은 불가에 입문하기 전 1979년 인기 있는 수학강사였다. 어느 날 그는 당시 민주화운동의 핵심요원으로 오해를 받고 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게 됐다.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법륜 스님은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그러다 휴식시간에 우연히 고문관의 대화를 듣고 법륜스님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을 고문한 악마 같은 사람이 한편으로 딸의 시험과 학비를 걱정하는 평범한 가장이라는 사실에….
‘어쩌면 저 사람은 나름대로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고 애국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자 법륜 스님은 고문관에 대한 미움이 없어졌다. 그는 그 사건을 계기로 분노를 이기고 반대편에 선 사람까지도 이해하는 관용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스물일곱번째 기억하기
공감이야말로 행복, 건강, 친구, 성공을 모두 얻는 가장 귀한 보물일 수도 있다.
글ㅣ 함영준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국내에서는 정치·경제·사회 분야를, 해외에서는 뉴욕, 워싱턴, 홍콩에서 세계를 지켜봤다. 대통령, 총리부터 범죄인, 반군 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과 교류했으며, 1999년에는 제10회 관훈클럽 최병우기자 기념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2018년부터 국내 저명한 심리학자들을 초빙, ‘8주 마음챙김 명상’ 강좌를 조선일보에 개설했다.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저서로는 우울증 치유기 <나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40대 중년 위기를 다룬 <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한국 걸출한 인물들의 인생기 <내려올 때 보인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