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감기 물리치는 와인음료 ‘뱅쇼’ 만들기
오늘은 지난 부산 여행 때 맛보았던 뱅쇼(또는 글루바인)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호텔에서 즐기면 한 잔에 몇만 원이지만 직접 만들면 같은 금액으로 5잔 이상 만들 수도 있고, 하필 어제 목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뱅쇼(Vin Chaud)란 추운 독일 지역과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겨울철 원기회복과 감기 예방을 목적으로 따뜻한 와인을 만들어 마신 데에서 유래하는데요, 독일에서는 글루바인(Gluhwein), 프랑스에서는 뱅쇼, 미국에서는 뮬드와인(Mulled wine)이라고 부릅니다.
오후에 마트에 들른 김에 뱅쇼 재료를 삽니다. 오렌지를 사려 했더니 때마침 10개 골라 담기 세일을 하네요?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지만 어차피 두고 먹으면 되니까 과감히 구입! 레몬은 착하게 3개씩 포장해서 파는군요.
이제 가장 중요한 와인을 사야 하는데, 평소 같으면 제가 좋아하는 등급의 와인을 사겠지만 이건 뱅쇼용이기 때문에 최대한 저렴한, 그러면서도 아주 질이 떨어지지는 않은 와인을 고릅니다.
저는 칠레산 와인을 집어들었습니다. 메를로 보다는 아무래도 까베르네 소비뇽이 감기에 더 좋을 것 같은 이상한 예감? 집에 와서 아내와 딸이 모두 잠든 시간 드디어 작업에 들어갑니다. 오후에 사온 재료를 정성스레 세팅합니다.
우측 끝에 놓인 오렌지 껍질은 나중에 마실 때 장식으로 사용하려고 미리 깎아둔 겁니다.
<재료>
사과 1개, 레몬 1개, 오렌지 2개, 계피 약간, 와인 750mL 1병, 설탕 3큰술, 꿀
만드는 방법은 여러 블로그에 잘 소개되어 있었는데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약간씩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저만의 취향에 따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과일을 껍질째 넣어야 하므로 깨끗하게 씻습니다. 베이킹 소다로 씻으면 농약 걱정 없이 깨끗하게 씻긴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헝겊 수세미로 벅벅 문질러서 씻었습니다. 블로거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와인만 넣고 끓이게 되면 걸죽한 엑기스처럼 된다고 해서 저만의 방법으로 처음에 뜨거운 물 2컵을 붓고 거기에 와인 1/2 병을 넣어 끓이기 시작합니다. 센 불로 3분 정도 끓이고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뭉근하게 끓여냅니다.
끓이는 도중 지루해서 와인 1잔은 제대로 마셔봅니다. 1만 원대의 저렴한 와인인데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Medium body에 산도도 적당하고 탄닌도 까베르네 소비뇽 치고는 그다지 많지 않아 이탈리안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와인인 듯합니다.
![VinChaud8](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samsung.com%2Fwp-content%2Fuploads%2F2013%2F12%2FVinChaud8.jpg)
이렇게 20~30분 정도 끓이다가 살짝 맛을 보니 신맛이 좀 많이 올라왔습니다. 더 끓이다가는 레몬의 신맛이 전체 뱅쇼맛을 지배해버릴 것 같아 얼른 건져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남은 와인을 모두 넣고 이때 설탕 3큰술을 넣어줍니다.
오래 끓이다 보면 과일이 모두 와인에 푹 적셔져서 말랑말랑한 상태가 되고 알코올 성분도 많이 날아갑니다.
끓이면서 올라오는 거품은 정성스레 걷어줍니다. 처음부터 와인 전체를 넣고 끓이면 알코올 성분이 모두 날아가 아이들도 같이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약간의 알코올 성분이 있어야 마셨을 때 몸이 노곤해지며 잠도 잘 올 것 같아서 반병은 마지막에 추가해서 10분만 더 끓이기로 했습니다.
10분 정도 더 끓이다가 맛을 살짝 보니 알코올 성분도 아주 적당히 남아있는 듯하고 재료의 향이 적절하게 올라온 것 같아 불을 끕니다.
불을 끈 후 10분 정도 식기를 기다렸다가 머그잔에 담아내고 아까 먼저 깎아둔 오렌지 껍질과 미리 건져낸 레몬으로 장식해서 이제 즐겨봅니다.
꿀은 중간에 넣을까 하다가 그냥 마실 때 기호에 따라 추가하려고 놔뒀는데 단 걸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꿀을 추가로 넣지 않아도 되겠더라고요. 형언할 수 없는 와인과 계피, 과일의 향연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이 행복감이 사라지기 전에 감동을 최대한 전달해드리기 위해 방금 만든 뱅쇼를 즐기며 이렇게 레시피를 쓰고 있네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끓이면서 집안 가득 퍼진 뱅쇼의 향입니다. 이건 어떻게 전달해 드릴 수가 없네요. 직접 끓여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랄까. 내가 뱅쇼 안에 풍덩 빠져있는 느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때로는 창문을 모두 닫고 끓여보세요. 다만, 너무 추운 날 좁은 공간에서 창문을 꼭꼭 닫고 장시간 끓이게 되면 가스에서 나오는 CO2로 인해 공기가 탁하게 되고 또 많은 수증기로 인해 창문에 결로가 생길 수도 있으니 공간이 협소하거나 집안에 수증기가 많은 환경이라면 끓일 때는 창문을 약간 열어두고 불을 끈 후에 창문을 닫아주시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와인 음료라고 할 수 있는 뱅쇼는 와인잔보다는 머그잔에 따뜻하게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눈이 즐거우려면 두께감 있는 투명 유리잔도 괜찮을 것 같긴 합니다. 처음 만든 것치고는 지난주 파크하얏트에서 마셨던 뱅쇼와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어쩌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튿날 아침 식은 뱅쇼를 유리 용기에 담기 위해 과일이 머금고 있는 와인을 꾹꾹 짜냅니다. 과일은 버리지 않고 먹어도 맛있더라고요. 그러고 난 후 용기에 담아보니 이 정도입니다.
하긴 와인이 끓으면서 증발한 양과 제가 한 잔 마신 걸 감안하면 이 정도 용량 정도겠네요. 처음에 물을 넣고 끓였기에 망정이지 그냥 와인만 넣고 끓였다면 완전 졸아들어 엑기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물을 추가해서 끓인 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추운 겨울, 감기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해드립니다. 가볍게 즐기는 따끈한 뱅쇼 한 잔으로 감기도 이겨내고 분위기도 내보세요~! 전 나머지 뱅쇼를 마저 즐기렵니다.
![뱅쇼](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samsung.com%2Fwp-content%2Fuploads%2F2013%2F12%2FVinChaud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