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바람과 달리,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질서는 과거의 순간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과거의 광장을 거울삼아, 지금 광장의 에너지를 살려 새로운 시대와 질서를 구축할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돌아보자. 2008년 총선 직후 여중생들이 주도한 촛불시위는 대중의 급진성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었으나, 촛불에 호응할 제도적 권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실패로 귀결됐다.
그러나 당시 촛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했지만,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의 문제의식으로 옮겨갔다. 체제에 대한 비판, 대안에 대한 갈망, 다음 세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실패 이후에도 제도적 권력을 키워내고 운동적 에너지를 새롭게 불어넣어 2014년 세월호,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로 이어졌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에는 사상 최대의 인원이 결집했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성공적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계도 명확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 한 가지 목표로 결집한 광장의 촛불은 박근혜 이후의 새로운 방향은 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촛불 정신을 구현하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각자가 자신의 열망을 촛불에 투영했을지는 몰라도, 2016년 촛불은 어떤 방향성이 담겼던 것이 아니라 철저히 '박근혜 퇴진', '민주주의 사수'에 맞춰져 있었다.
지금의 광장은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어느 때보다 가장 충격적이고 복잡한 정국이다. 그래서 응원봉으로 진화한 우리의 촛불도 단지 '윤석열 탄핵'만을 외칠 수 없다. 탄핵을 외치는 곳곳에서 윤석열 이후 대안 사회를 모색하는 공론장도 함께 열려야 한다.
4년 중임제나 책임 총리제와 같은 통치구조만이 아니라, 국민의 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통치구조, 사회 여러 분야의 대안적 전망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의 지혜가 탄핵 광장과 결합해야 한다. 국회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이 미래를 입안하는 시민의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87년체제를 만든 민주화의 어두운 면, 각자도생과 고립, 끊임없는 분투의 사회를 바꿀 새로운 비전, 새로운 방향, 새로운 질서를 찾아나가야 한다. 내란을 감행한 이들은 여전히 자기가 살 궁리만 찾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가 함께 살 궁리를 나눠 찾으며, 윤석열과 국민의힘, 87년체제 등 모든 낡은 것들과 완전히 결별할 준비를 다그쳐야 한다.
이미 응원봉 혁명은 시작됐다. 그리고 똑똑히 알려주자. 이것은 무질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초입이라고. 이렇게 들어선 질서에서는 아직도 냉전 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는 내란범과 동조 세력이 설 자리는 없다고. 첫 번째 탄핵 시도는 불발됐지만, 여전히 웃는 것은 우리고, 썩은 표정을 짓는 것은 당신들이라고. 당신들은 이미 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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