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학교 24-15, 발산
매일매일 기분 좋은 날들이라면 참 좋겠다. 고맙게도 해민이가 요즘 그렇다.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는듯해 서로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그러면서도 마음껏 감정을 뿜어내는 해민이가 잠깐 그 기쁨을 돌아보고 주변도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주체하기에 조금 버거웠을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금처럼 소리를 지름으로써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공동 주택에서 지내고 있는 바, 또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쯤 되는 지금에는 어느 정도 제약이 있다.
해민이가 좋아하는 모습이 좋았지만 이따금씩 놀라는 이웃분들이나 해민이를 걱정하는 시선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따끔했다. 기쁨을 표현하는데 그를 두고 나무라기도 어려웠고 좌시하기도 어려웠다. 마침 박현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필요하다면 담임 선생님에게 학교에서는 어떤지, 어떻게 대응하는지 의논을 해봐도 좋겠다고 조언하셨다. 집과 학교에서 일관되게 대응한다면 혼란스러움이 덜할 것이다.
해민이와 은행 볼일을 보러 정선영 씨와 함께 나온 날, 담임 선생님과 잠깐 통화를 하겠다고 알린 뒤 선영 씨와 해민이가 시간을 보내는 사이 잠시 거리를 두고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수현 선생님도 해민이가 교실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 익숙하신듯했다. 다만 선생님은 해민이가 이제 교실이 더욱 편해진 것이고, 좋아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를 문제로 바라보지는 않으셨다. 다만 앞서 우려했던 것처럼 주변 아이들이 놀라고, 해민이를 어려워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으신가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하시는지 여쭈니, 우선 오전 시간에 주로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들어오실 때에는 해민이와 더욱 대화를 하려고 하신다고 했다. 말을 걸며 주의를 환기하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김수현 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우선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바로 제지하지는 않으신다고 하시며, 대개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소리를 지르고 나면 진정이 되는 편이라고 하셨다. 혹은 교실을 벗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 또 감정이 정리될 때도 있는 것 같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때때로 실무원 선생님과 주변 산책을 한다.
김수현 선생님이 대답이 됐는지 물어보시며 실은 선생님도 두루 고민 중이라고 하셨다. 특수교육에 관한 한 선생님의 지혜를 듣고 싶었기에 큰 도움이 되었으며, 해민이를 돕고 있는 입장에서 함께 고민해보겠다고 말하며 통화를 마쳤다.
우선 해민이가 소리 지르는 것을 ‘발산’이라고 표현하신 점을 기억하고 싶다. 해민이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또 어떻게 함께 고민할 수 있을지 그 시선을 정립하는 데 작지 않은 울림을 주었다.
해민이의 기쁨이 기쁨으로 남을 수 있게, 기쁨으로 계속되기를 바란다.
2024년 6월 27일 목요일, 서무결
어떤 일을 ‘혼자’만 생각한다면 걱정이고 그 일을 두고 의논하고 고민하고 궁리하여 공부하고 적용한다면, 일이 실제가 되어 하는 일이 재밌어집니다. 서무결 선생님께 사회사업이 ‘재미’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의논하고 궁리하고 적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현진
학교 선생님과 의논하도록 조언한 박현진 선생님 고맙고 학교에서도 해민 군의 소리 지름을 문제로 보지 않아 고맙습니다. 신아름
해민 군이 어떤 뜻에서 큰 소리를 낼 때가 있죠. 발산? 고함? 그를 문제로 여기지 않고, 해민 군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상황을 바꾸려 하셨다니 놀랍습니다. 김수현 선생님과 실무원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월평
양해민, 학교 24-1,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미용실 첫 방문)
양해민, 학교 24-2, 새 담임 선생님께 걸려온 전화
양해민, 학교 24-3, 시간이 필요해요(새 담임선생님과 첫 만남)
양해민, 학교 24-4, 어머니와 속옷 주문
양해민, 학교 24-5, 어머니가 배송 확인
양해민, 학교 24-6, 수련활동 참여 희망합니다
양해민, 학교 24-7, 선생님이 생각나요
양해민, 학교 24-8, 수련활동 준비
양해민, 학교 24-9, 준비 부족
양해민, 학교 24-10, 남은 7개월
양해민, 학교 24-11, 수련활동 그 후 망설임 (해인사소리길 탐방 ①)
양해민, 학교 24-12, 시간이 허락되면 (해인사소리길 탐방 ②)
양해민, 학교 24-13, 일정이 바뀌었어요 (해인사소리길 탐방 ③)
양해민, 학교 24-14, 칭찬 요망 (해인사소리길 탐방 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