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8 개막을 앞두고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본선 참가 16개국은 친선 경기등으로 대표팀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이다.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등 전통 강호들의 승전보에 이어 러시아, 스위스 등 이번 대회 복병들도 승리로 유로 2008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높이고 있다.
왼쪽부터 콰레스마, 바르네타, 모드리치 @게티이미지/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유로 2008’의 숨은 진주를 찾아라
최고의 리그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슈퍼 스타들의 화려한 드리블이나 득점 등이 큰 대회에서도 진가를 보이기도 하지만 기대하지 못했던 뜻밖의 숨은 진주들을 발견하는 것도 유로 대회의 빅 재미 중 하나다.
늘 슈퍼스타의 그늘에 가리거나 잦은 부상 등으로 제 역할을 못 해냈던 이들이 어느 새 대표팀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 되고 있다.
‘부진, 설움 이기고 부활포를 쏴라’ 포르투갈의 콰레스마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지난 2007년 3월 24일, 런던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가진 포르투갈과 브라질의 친선전에서 히카르도 콰레스마를 다시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포르투갈은 이 날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고 콰레스마는 2개의 도움과 더불어 이 경기 MVP로 선정되는 기쁨을 안았다.
1983년생인 콰레스마는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 출신이다. 2000-2001 시즌 스포르팅 리스본 B팀으로 15경기에 출전했던 그는 단번에 다음 시즌 1군에 올랐다. 그리고 그 해 리그와 FA컵 우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더블’의 성과를 얻었다. 2003년 여름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는 600만 유로(약 100억원)에 그를 영입해 갔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진출한 첫 시즌 그는 실패라는 크나큰 시련을 겪고 말았다.
21경기 출전(선발 10, 교체 11)에 그가 터뜨린 골은 고작 1골이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시즌 종료를 앞둔 마지막 주에 그는 오른발 부상까지 당했고 결국 그는 ‘2004 U21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1시즌 만에 포르투갈 FC포르투로 돌아온 그는 2004-05 시즌 32경기 출전에 5골을 성공시키며 재기에 성공했다.
콰레스마는 득점력은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빠른 드리블과 오른쪽 슈팅 능력은 대단하다. 왼쪽 윙어 자리를 놓고 시망 사브로자와 경쟁 중인 콰레스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누누 고메스과 함께 포르투갈 공격력에 숨은 전력이다.
‘스위스의 보배’ 바르네타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레버쿠젠의 7번, 트란퀼로 바르네타. 176cm의 키에 62kg의 체격을 가진 그의 측면 돌파는 유럽 수준급 선수들과 맞먹는다. 특히나 날카로운 그의 측면 크로스는 상대편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1985년 생인 바르네타는 2004년 처음으로 스위스 대표팀에 입성해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소속팀의 16강 진출의 기쁨을 함께 누리기도 했다. 2002년 스위스의 FC 세인트갈렌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탁월한 능력을 인정 받으며 2004년 독일 명문 구단 바이엘 레버쿠젠으로 영입됐다.
지난 시즌에만 32경기 출전(1번 교체)해 6골, 4도움을 성공시켰다. 한 시즌 동안 유효 슈팅의 기록이 30개나 된다. 바르네타의 스위스 대표팀 기록도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그가 레버쿠젠에서 보여준 기록과 흡사하다. 현재까지 32경기 출전해 6골을 기록했다. 월드 사커는 바르네타에 대해 ‘스위스의 가장 중요한 선수’ 라고 평가하며 최고의 컨디션, 움직임,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하는 플레이를 즐기는 것이 그의 강점이라고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크로아티아의 엔진’ 모드리치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은 2007-08시즌이 끝나자마자 제 값 하는 미들필더 영입에 가장 먼저 나섰다. 결국 그들은 가장 먼저 여름 이적 시장에서 디나모 자그레브의 에이스 루카 모드리치를 1650만 파운드(약 297억 원)에 영입했다.
모드리치는 U17, 19, 21까지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지냈다. 2006년 3월 1일, 스위스 바젤에서 가진 아르헨티나와의 친선전을 통해 성인 대표팀에 데뷔했다. 모드리치는 ‘유로2008’ 예선전 1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1골 2도움을 기록, 팀이 조별예선 E조 1위를 달성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모드리치는 전천후 미드필더로 활용되며 양발 사용과 빠른 스피드로 크로아티아의 엔진 역할을 해 내고 있다. 슬라벤 빌리치 현 크로아티아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사이트 DHK의 인터뷰를 통해 "모드리치는 유럽 정상급 선수다"고 전제한 뒤, "U-21 대표팀 시절부터 그를 쭉 지켜봐 왔는데 그는 어린 나이지만 최고다. 긴 설명 필요 없이 유로 2008을 통해 확인해보면 된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루마니아 만능 수비수’ 키부
네덜란드 아약스, 이탈리아 AS로마에 이어 크리스티안 키부는 지난 2007년 여름 이탈리아 인터밀란 유니폼을 입었다. 1980년생인 그는 올해 28세로 노련미가 물씬 풍긴다. 그의 포지션을 하나로 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왼쪽, 중앙 수비뿐 아니라 미드필더 역할까지 해 낼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냉철한 판단력, 강력한 카리스마’는 늘 그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1999년 8월 18일 키프러스전을 시작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키부는 ‘유로 2000’에 참가했던 베테랑 수비수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특히 루마니아는 죽음의 조로 불리는 C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한 조에 속해 있는 만큼 루마니아 수비의 선봉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공격의 ‘완벽한 마무리’ 아르샤빈
지난 달 14일, 맨체스터 시티의 홈경기장에서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글라스고 래인저스를 상대로 2-0의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이 날 전반 4분 만에 왼쪽 측면을 돌파한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강력한 슈팅은 래인저스 수비진들을 한순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제니트의 슈퍼 스타인 아르샤빈의 실체를 유감없이 보여준 날이었다.
2000년부터 제니트에서 뛴 아르샤빈은 윙어, 플레이메이커, 공격수 어느 포지션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제니트 최고의 공격수인 셈.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사람은 비단 팬들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사령탑 거스 히딩크 감독도 그를 아끼고 믿는다. 히딩크 감독 아래에서 주장 자리에 오른 아르샤빈은 ‘유로 2008’ 예선 12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했고 3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를 제치고 본선 진출을 확정하는데 큰 몫을 해 냈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D조 첫 2경기에 나설 수 없지만 히딩크 감독은 주저 없이 그를 최종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다.
강력한 슈팅과 뛰어난 드리블을 선보이는 아르샤빈. 그는 이제 더 이상 제니트만의 스타가 아닌 러시아 최고 스타 자리에 올라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