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전에 살던 대신동 집에 다녀왔다. 세를 들어와 살고 있는 2층 아주머니가 천정에서
누수가 되어 장마철에 벽지에 곰팡이가 핀다는 것이었다. 가서 보니 방 안 천정에서도 물이 새고
바깥 벽으로도 조금씩 새고 있었다. 방수업자에 연락했더니 수요일에 와서 공사를 하겠다고 한다.
간 김에 이웃에 사는 앞집 은행댁을 만났다. 은행댁은 고향이 안동으로 시골에서 자랐으므로 어머니와도 잘 지냈던 아주머니다.
안동댁에게 요즘도 이 동네에 도둑이 많느냐고 물어 보았다. 우리가 해운대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인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대신동 주변에는 도둑들이 많았다. 우리가 영국에 나가 있을 때에는 동생 내외와 어머님이 대신동 집에 계셨는데 동생 내외가 밖에
일하러 나가고 어머니는 울산 친척 집에 잠시 다니러 가신 사이 도둑이 들었었다. 큰 방에는 우리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집어 넣고
방문 키로 잠궈놓았는데 도둑이 빠루라는 공구를 들고 와서 부수고서 농 위에 올려 놓았던 삼손나이트 가방을 들고 가버렸다.
가방속에는 외국을 다니면서 기념으로 사 모아 두었던 그림엽서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다이알식 잠금장치로 잠궈 놓았으니 바로 열어보지 못하고선
무게가 꽤 나가는 것으로 봐서 속에는 틀림럾이 금괴가 들어있을 것으로 믿었을 것인데 나중에 열어보고는 얼마나 상심했을까?
안동댁 얘기로는 요즘은 대신동에도 도둑이 없다고 했다. 곳곳에 CCTV가 달려 있으니 도둑질했다간 몇발 달아나지 못해서 다 잡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CCTV가 보급되기 전인 70년대 말 우리 식구는 영국 웨일즈의 옛수도인 카디프시로 잠시 나가 살았다.
당시 나는 카디프대 교환교수로 있었는데 대학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주차장에서 강의실과 연구실로 오는 길목은 숲이 우거져 으슥해서 건장한 남자인 나도 혹시 강도나 만나지 않을까 겁이 났던 곳이었다.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인력 대신 학교 당국이 CCTV를 설치해서 감시를 했던 모양이다.
CCTV란 Closed-Circuit Television의 줄인 말로 우리말로는 폐쇄회로 텔리비젼이다. 여기서 폐쇄회로 텔리비젼이라 함은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인에게만 제공되는 것인데 유,무선으로 바깥과 연결되지 않아서 폐쇄회로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와는 대응되는 것으로서 개방회로 텔리비젼이 있는 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통 텔리비젼이며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는 텔리비젼을 뜻한다. 일반 TV는 TV 방송국이 멀리 있어도 얼마든지 영상 송출이 가능하지만 CCTV는 CCTV가 설치된 구역 안에서만 영상송출이 가능하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우리나라도 CCTV가 많이 보급돼 있다. 방범, 감시, 화재예방 등 주로 안전을 위해 설치한다. 시내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교통위반 단속카메라나 고속도로 군데 군데 설치돼 있는 과속단속카메라도 CCTV 이고 백화점,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대형건물의 내부와 외곽, 군부대 등에서도 CCTV를 설치해서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보도에 의하면 일반인들이 아침에 집에서 출발하여 직장에 출근했다가 퇴근하여 시내에 볼일 보러 나갔다 오면서 CCTV에 노출되는 횟수가 대략 130여회나 된다고 한다. CCTV에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지만 130여회를 벗어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도둑도 발이 저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