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 바닥이 중요해!
[Popular Science] 생활체육의 동무, 러닝화의 비밀
다비트 비니히
(그림 설명)
걷기 운동 열풍을 틈타 신발 제조업체들 간의 러닝화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프로스펙스의 '김연아 워킹화'(왼쪽)와 르까프의 '김사랑 워킹화'.
(주)화승 르까프 제공
더 빠르고 더 오래, 그리고 더 건강한 러닝을 위해 러닝화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안 좋은 러닝화는 부상을 부른다. 이 때문에 '맨발
러닝'이 늘고 있지만, 반드시 맨발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신으면 더 빨리 걸을 수 있다고 광고하는 'ON' 브랜드 러닝화로 달려보니 마치 모래밭을 걷는 듯하다. 이 러닝화를 신으면 모래밭 위에서처럼
무언가에 푹푹 빠지는 것 같다.
ON에서 출시된 러닝화의 바닥에 깔린 작은 고무 튜브 13개는 걸을 때마다 모양이 달라진다.
독일의 1700만 러너들은 가볍고 편하며 효율성을 높여주고 관절을 보호하고 근육을 강화하며 지방을 분해해주는 러닝화를 원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러닝화들이 시중에 출시돼 있다.
특히 완전무결하다고 광고하는 러닝화가 시중에 차고 넘친다.
파이프 모양 신발 바닥의 효과
발에는 인체의 200개가 넘는 뼈의 약 25%와 관절 33개, 그리고 인대 107개가 모여 있다. 이렇듯 중요한 발에 알맞은 러닝화를 고르려면
내전(Pronation),
외전(Supination), 앞발 착지, 중간발 착지, 뒷발 착지, 충격 완화, 탈출증, 적합한 신발과 적합하지 않은 신발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게르트 브뤼게만은 쾰른체육대학에서 바이오역학 및 정형외과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1986년부터 자신이 직접 이름 붙인 '인터페이스'라는
발, 신발 그리고 바닥의 접합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러닝화의 다양한 트렌드를 경험했다. 최근 트렌드는 자연스러운 운동과 발의 자유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내추럴
러닝'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닝화
바닥의 겔·고무·공기 쿠셔닝은 충격 완화를 위해 갈수록 두꺼워졌다. 바닥의 지지대는 발이 착지할 때 발의 내전을 막아주었다.
두께가 단 몇mm에 불과한 발과 땅을 이어주는 러닝화 바닥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브뤼게만 소장은 "ON 브랜드의 러닝화 밑창은 이론상으로는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칭찬한다. 발이
바닥에 착지하면 고무로 된 파이프 모양의 신발 바닥은 이론상 구부러지면서 충격을 받는 거리와 시간을 늘려줘 충격의 여파가 천천히 오도록 한다.
"근육이 좀더 천천히 수축할 수
있다면 근육은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ON 러닝화에 대해 지금까지 이뤄진 유일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취리히연방공과대학 연구원들은 실제로 ON 러닝화의 효과를 발견했다. 실험 대상자
37명은 다른 브랜드의 러닝화로
달리는 것과 비교해 ON 브랜드 러닝화를 신고 달렸을 때 심장박동수가 훨씬 적었고, 혈액의 젖산 농도가 5.4% 낮아졌다. 이는 신체가
에너지를 아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브뤼게만 소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생리학적 변수는 자연적 변화에 따라 변동폭이 크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생리학적 변수만으로는 아직
어떤 러닝화도 착용자에게 절대적으로
좋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특정 러닝화가 실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러닝화 소재가 도핑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러닝화 소재가 도핑 수준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던 압박양말 개발 과정에서도 목도한 바 있다.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압박양말은
러너들에게 큰 각광을 받았다. 압박양말은 혈액순환을 도와 워킹 효과를 배가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압박양말의 효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쾰른체대 연구원들은 인조 소재보다는 바이오 소재, 즉 '인터페이스'에서 인체 부분에 더 집중하고 있다. 창문에 검은 블라인드가 쳐진
쾰른체대 바이오역학 실험실은 어두컴컴했다.
벽에는 초고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한 남자 대학생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낮은 쇼파에 앉아 오른쪽 발로 판을 밀면서 초음파 압박대에 발관절을
넣어 테스트하고 있다. 그의 장딴지
근육이 아킬레스건을 어떻게 늘리는지가 화면에 표시됐다.
아킬레스건이 운동 자극에 따라 수축 및 팽창한다는 사실도 겨우 10여 년 전에야 밝혀졌다. 그나마 아킬레스건이 운동 자극에 따라 어떻게
늘어나고 줄어드는지는 아직 연구 대상이다.
그래서 지난 4월 쾰른체대 연구원 2명이 자메이카를 방문해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 탄환'이자 그들의 연구 대상인 우사인 볼트의
아킬레스건을 연구했다.
근육건의 경직 정도는 개인별로 최대 40% 정도 편차를 보일 수 있다. 마라톤 선수들은 일반인들과 비교해 근육건이 유연한 반면, 단거리 육상
선수들의 근육건은 경직돼 있다. 경직된
근육건은 더 많은 힘을 전달할 수 있다. 이번 방문의 주목적은 근육건을 원하는 대로 훈련하는 방도와 부상의 사전 방지 방도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매년 달리기를 통한 부상률은 30년 전부터 5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브뤼게만 소장은 "부상률이 높은 원인은 러닝화 때문이 아니라, 달리는
사람 본인에게 있다. 러닝화를
착용하는 사람들의 유형이 20년 전과 비교해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너무 무리하게 뛰려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운동법뿐만 아니라, 좋지 않은 러닝화 역시 엉덩이와 무릎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연구원들이 2011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맨발보다 일반
운동화를 신고 뛴 피실험자의 관절이 36%에서 최대 54% 더 부담을 받았다.
'맨발 러닝'의 장점과 단점
이 연구 결과 등에 의해 바닥이 없는 미니멀 신발 착용자와 맨발 신봉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인류의 수천 년 역사에서 사냥꾼들과
채집자들은 모두 신발을 신지 않고 사냥과
채집을 다녔다. 이런 진화론은 미국 하버드대학의 대니얼 리버먼 생물학 교수가 주창했다.
리버먼 교수는 케나와 미국의 육상 선수들을, 그리고 맨발 러너와 신발 착용 러너를 비교했다. 그 결과, 맨발로 달리는 사람은 달리면서 앞발을
바닥에 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뒷발을
바닥에 착지할 때보다 충격을 더 적게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력이 필요한 맨발의 사냥꾼은 본성상 앞발을 바닥에 착지한다. 그래서 러닝화
업계는 이런 추세에 따라 '맨발
신발'이라는 역설적인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앞발, 가운뎃발 혹은 뒷발 바닥 착지 중에서 어떤 방식의 러닝이 건강에 가장 좋은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가장 맨발에
가까운 신발 '나이키 프리 컬렉션'(Nike Free Collection) 제작에 참여했던 브뤼게만 소장은 "앞발 착지 방식은 무릎 관절과
발목에 더 큰 부담을 주고, 발이 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 수많은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졌다"고 했다.
브뤼게만 소장은 6개월간 일주일에 4회씩 육상 선수들에게 나이키 프리 러닝화로 워밍업 훈련을 하도록 했다. 이후 육상 선수들은 종아리와 발의
근육량을 최대 12% 늘렸다. 1년간
훈련한 뒤 육상 선수들은 다른 육상 선수들보다 부상을 30% 적게 입었다. 브뤼게만 소장은 "맨발에 가까운 러닝화로 발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하지만 맨발에
가까운 러닝화는 10km 혹은 하프마라톤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림 설명)
러닝화는 바닥이 중요하다. 나쁜 러닝화는 크고 작은 부상을 부른다. 제주 올레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한겨레 김미영
쾰른체대 바이오역학 실험실에서는 거의 매일 러닝 테스트가 이뤄진다. 꼭 있어야 할 장비만 있는 조그마한 실험실 공간은 단출하다. 푸른색
블라인드 뒤에는 낮은 목재 연단이, 구석에는
레이저 측정 시스템, 카메라, 3D 전신 스캐너가 있다. 맞은편에 조그마한 실험실 공간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컨베이어가 있다.
지난 3월 초 트라이애슬론 세계 4관왕인 크리스 웰링턴 선수가 이 컨베이어 위에서 맨발에 가까운 신발을 신고 러닝 테스트를 받았다. 브뤼게만
소장은 "러닝 테스트의 주목적은 신발의
중앙 밑창의 경직성과 내가 이름 붙인 '근육의 흔들림'이라는 현상을 테스트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근육은 바이올린의 현으로 음악을 연주하듯 미세하게 흔들린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근육은 진정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외부의
영향을 받아 근육이 흔들릴 수 있다.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스위스 출신 베노 니그 박사가 직접 이름 붙인 '근육 튜닝'에 따르면, 발은 바닥에 착지하면서 일정 맥박 수의 자극을
느끼게 된다.
맥박 수가 장딴지 근육과 종아리 근육의 자연스러운 맥박 수와 동일할 경우 공명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특수한 신발 안창 등과 같이 외부적으로
이 공명 현상을 완화하면 근육의
작업량을 줄일 수 있다. 근육이 천천히 피곤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니그 박사의 근육 튜닝 이론도 아직 증명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근육 맥박 수나 아킬레스건의 유연성에 따른 맞춤형 러닝화가 시중에 출시된 적은 없다. 베노 니그 박사는 이런 맞춤형 러닝화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직접 신어본 뒤 가장 편한
러닝화를 구매하라고 권한다. 그의 연구 보고서에서 실험 대상자들은 러닝화 5개를 테스트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자신이 가장 편하다고 평가한
러닝화를 신었을 때 가장 경제적으로
달렸다. 가장 편한 러닝화를 신고 컨베이어에서 뛰었을 때 실험 대상자들은, 가장 불편한 러닝화를 신었을 때보다 산소를 평균 0.7% 적게
소비했다.
맨발을 원하면 적응 기간 필요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되는 잘못 제작된 러닝화도 적지 않게 있다. 바로 바닥이 높은 러닝화다. 앞발과 뒷발의 높이가 12mm 이상 차이가 나는
러닝화도 많다. 브뤼게만 소장은
"바이오역학적으로 최상의 앞발과 뒷발의 높이 차이는 8mm"라고 했다. "바닥이 아예 없는 러닝화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극단적으로 맨발로 달리기를 원한다면 1년 정도 적응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나긴 적응 기간을 극복한 사람은 잔디와 흙, 모래 위를
달릴 때의 쾌감과 새 신발을 더 이상
사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라는 달콤한 대가를 누릴 것이다.
다비트 비니히 David Binnig <디 차이트> 프리랜서 기자
ⓒ Die Zeit 2012년 15호 Doping durch die Sohle 번역 김태영 위원
첫댓글 유익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