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과 야구를 보러 닭집에 갔다. 롯데와 SK의 경기였다. 5회쯤 닭이 떨어져 닭집을 나와서 맥줏집에 갔다. 롯데가 이기고 하이라이트 방송을 했다. 재방송을 연이어 세 번 정도 봤다. 12시가 넘어서 내 동생이 합세했다. 맥주를 끊임없이 마셨다. 새벽 3시쯤 거리로 나왔다. 남녀나 남남 여여의 무리들... 거리는 한산하면서도 취한 고성에 의해 욕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밤비가 내린 탓이다.
맥도날드 안 외국인 한 쌍이 맥주를 마시는 것을 나는 창 넘어에서 보았다. 나도 예전에 맥도날드에서 맥주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주류 금지라고 직원이 말했었다. 외국인들은 제제 받지 않았다. 우리나라사람은 외국인에게는 관대하다. 가슴골이 파인 옷을 입은 외국 여자는 제법 풍만해 보였다.
우리 일행은 비에 젖어 노래방으로 향했다. 셋이서 2시간가량 노래를 불렀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국밥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밤새 도박에 취해 해장을 하러온 중년 무리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나는 문득 그들의 나이를 미리 체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갑자기 늙은 기분이 아니라 생생한 삶이었다.
우리는 국밥집을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서부산 터미널로 향했다. 거제도 해금강에 낚시를 하러 가기로 했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거제도 고연에 도착할 때쯤 술이 깼다. 집에 가고 싶었다. 왜 왔지?
시내버스를 타고 해금강에 도착했다. 비는 계속 왔다. 낚시점에서 낚싯대를 빌려 선착장 옆 갯바위에서 낚시를 했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한 무리뿐이었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는 이 선착장의 유일한 벵에돔 포인트였다.
나는 장대에 크릴을 뀌어 던졌다. 몇 초 후 입질이 왔다. 한 마리 낚았다. 좋은 출발이었다.
비는 계속 쏟아졌다. 파도가 몸을 덮쳤다. 낚싯대가 파도에 휩쓸려 미끼가 빠지기 일쑤였다. 온몸은 바닷물을 뒤집어써 소금기를 머금었다. 결국 철수했다.
식당에서 우럭 매운탕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 시간 후에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날이 서서히 갠다. 해가 뜬다. 옷이 마른다. 졸리다.
첫댓글 어떤 아름다움도 철학적 고찰도, 내면의 성숙이나 허구적 교훈도 없는 작품이어서, 수필이 아무리 문학장르 중에 형식이 가장 관대한 장르라 할지라도 이걸 수필로 부를수 있을까 고민스럽습니다. 수필은 수필인데 퇴고가 많이 생략된 성의없는 수필인걸까요? 실력이 부족한 수필인걸까요? 호나우도님께 채찍질을 좀 해드려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