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이나 숙소, 여정에 대해 주요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이던 아내는 나와 가은에게 역할분담을 요구하였다. 가령 '엘에이가서 나흘을 머무를건데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볼 것이며 거기에 관한 정보를 조사해보라'는 것이다. 이삼일 여행도 아니고 3주씩이나, 그것도 동네가 아니라 태평양 건너서이니 당연한 얘기였는데 나와 딸애는 별로 새겨듣지 않고 건성이었던 거 같다. 나는 보통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해 4시 반 정도에 일을 마치는데 일하는 현장이 주로 차로 1시간 거리여서 출퇴근만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아침먹고 도시락 준비해서 5시 45분경 집을 나섰다 저녁 6시넘어서 돌아오다보니 몸이 늘상 피곤할 때가 많았다. 주말에는 가은이 여기저기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도 일이다보니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않았다고 변명을 해야겠다. 물론 사실은 좀 덜 적극적이었다는 고백도 하고.. 아내한테 많이 맡기던 습관이 '알아서 하겠지'하는 걸로 나타난 것 같다. 나중에 조금은 후회하는 상황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가은이도 사실은 쫌 바쁘다. 여기서는 전국의 모든 초중고 학교가 아침 8시 반~9시 사이에 시작하여 오후 3시 전후하여 수업이 끝나다보니 하고 싶은 게 더 있는 학생들은 방과 후에 더 배우곤 한다. 보통 일주일에 1회 하는 식인데, 가은이는 월요일- 미술, 화요일- 농구, 목요일-농구, 금요일-또 농구를 즐긴다. 농구를 한 지는 4~5년 되었는데 지난 해부터 갑자기 꽂혀서 열심히 하고 특히 목요일, 금요일은 동네 농구리그에 참여하여 거의 매주 두 경기식 치룬다. 목요일에는 우리 동네 16세 이하 소녀 경기에 참여하고, 금요일에는 먼저 살던 동네에서 또 다른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화요일에는 한국클럽에서 또 따로 배우고 있고, 토요일 오전에는 한글학교 다녀와서 오후에 다시 농구장에 가거나, 얼마전부터는 심판으로 참여하고 있다. 어쨋든 자기가 좋아서 뛰고 참여하는 일이니 부모로서는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고 지원하면 될터라, 나 역시도 일 마치고 피곤한 몸이지만 매주 경기장에 나가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 목요일 경기중 작전타임, 블레이즈Blaze 맨 왼쪽이 가은
## 12세 이하 소년 경기에 심판 참여중, 초록색 상의가 가은인데 아직 수습단계, 왼쪽 줄무늬는 정식 심판
그런데 가은이가 미프로농구NBA를 보고 싶단다. 그래서 '그 때 경기가 어디서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더니 '그때는 시즌이 아니라 경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 아쉽긴한데 어쩔 수 없겠구나'하고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얘기를 전해들은 아내 직장의 중국인 동료 져스틴Justine이 '아마 10월 초면 프리시즌 경기가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져스틴은 2년전쯤 가족들 데리고 미국 여행 다녀왔고 1년에 한 차례 정도하는 직원 가족모임때 본 적이 있어 나도 안면이 있는 친구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니 10월 말부터 시즌이 시작하는데 그 전에 4일부터 시범경기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경기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방문하는 주요지역인 캘리포니아California에는 엘에이를 연고지로 레이커스Lakers와 클리퍼스Clippers 두 팀이 있고,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Golden State Warriors라는 팀이 있어 분명히 홈에서 경기를 한 두 경기라도 치룰 거고 그러면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레이커스는 코비 브리이언트Kobe Bryant라는 불세출의 스타가 팀을 이끌고 있었고, 워리어스는 지난 시즌 엔비에이 챔피언이자 또한 커리Curry라는 (먹는 커리가 아니고..^^) 또 한명의 특급스타가 있다. 마침 가은이 친한 친구들이 9월말에 있는 가은 생일을 맞이하여 커리 이름이 새겨진 경기복Jerseys까지 선물해 준 상태여서 한껏 부풀었다.
우리는 딸애 소원인 프로농구 관람을 위해 여행을 일주일 연장하기로 하였다. 엘에이 레이커스 홈경기가 10월 4일과 6일에 두 번 열린다는 걸 확인하고 10월 7일에 엘에이에서 출발하는 걸로 항공예약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그 댓가는 적지 않아서 세 명의 변경을 위해 항공사에서는 $1,500 정도를 요구하였던 것이다. 순간 우리는 가벼운 갈등을 하였으나 '언제 다시 미국 서부를 여행할 것이며 그토록 보고 싶다는 데 소원 한 번 들어주자'는 심정으로 결국 변경하였다. 나중에 도착해서 보니 그 홈 경기는 엘에이가 아닌 하와이Hawaii에서 열렸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하와이 농구붐 조성을 위해 그래도 가까운 엘에이가 홈경기를 거기서 개최한 듯 하다. 과거 미프로야구 메이져리그MLB가 도쿄랑 시드니에서 정식 개막전을 열지 않았던가! 결국 농구경기를 볼 수 없었던 우리는 딸애에게 알아듣게 설명을 하였고, 가은이도 모든 내막을 아는지라 어쩔 수 없었다.
여행 중 그랜드캐년Grand Canyon 숙소에서 우연히 여자프로농구WNBA를 티비로 만난 가은이는 이번에는 여자 경기라도 보고 싶다고 했다. 다시 검색해보니 여자경기는 이미 정규시즌은 끝났고 플레이오프가 진행중이었다. 당시 8팀이 남아 경기하고 있었는데 엘에이 스파크스Sparks 라는 팀이 진출해 있었다. 다른 팀들은 다른 주를 연고지로 하는데 비행기로 서너 시간씩 날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우리는 스파크스가 이겨서 버스투어가 끝났을 때 4강이나 결승에 진출한다면 당연히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졌지만 4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미국대학농구NCAA 라도 보자고하여 다시 검색해보니 역시 시즌이 아니다. 농구만으로 본다면 참 애매한 때 미국여행을 하게 되었고 결국 한 게임도 보지를 못했으니 참 아쉽고 아쉬기만 하다..
## 지난 5월 27일 시드니 올림픽경기장, 스테이트오브오리진State of Origin 시리즈 1차전 (럭비경기) 관람함,, 유료관중이 8만명이 넘은 큰 경기
** 그래서 여행 일정이 4주로 늘어나게 된 것이고, 나중에 농구얘기는 한 번 더 할 것임.
애초에 여행기를 쓸 계획이 없었다보니 자세한 명칭이나 적절한 사진이 없는 점을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