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신군(建信君)이 조나라에서 효성왕을 섬겨 재상의 실권을 쥐었을 때, 〈魏나라 公子〉 위모(魏牟)가 조나라를 지나게 되어 조(趙)의 효성왕(孝成王)이 위모를 맞이하여 주었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위모가〉 자리에 다다랐을 때 마침 앞에 한 자 정도의 비단이 놓여 있었고, 공인(工人)에게 명하여 머리에 쓰는 관을 만들려던 참이었다.
공인(工人)이 손님이 오는 것을 보고 자리를 피하자 조(趙) 왕이 위모에게 말하였다.
“공자(公子)께서 마침내 시종(待從)들의 수레를 거느리고 다행히 과인을 찾아주셨습니다. 원컨대 천하를 경영하는 좋은 방책을 듣고 싶습니다.”
위모가 말하였다.
“왕께서 나라를 이 한 척의 비단을 아끼듯 소중하게 여기신다면 왕의 나라는 크게 다스려져 번성해질 것입니다.”
조왕은 불쾌해져 그런 기색이 얼굴에 나타나면서 말하였다.
“선왕(先王)께서 과인이 불초한 줄 모르시고 사직을 받들도록 하셨는데, 어찌 감히 나라를 이 비단처럼 가벼이 여기겠습니까?”
위모가 말하였다.
“왕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왕을 위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왕께서는 이 한 자 되는 비단을 가지고 어찌 측근의 낭중(郎中)을 시켜 관(冠)을 만들지 않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낭중은 관 만드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위모가 말하였다.
“낭중이 관을 만들다가 망치면 왕의 나라에 어떤 손해를 끼치게 됩니까?
그런데도 왕께서는 반드시 공인(工人)을 불러 이 일을 시키시는데, 지금 천하를 위해 도모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경우가 혹 있습니다.
사직(社稷)은 비어 있고 선왕께 성대한 제사인 혈식(血食)도 바쳐지지 않습니다.
이는 왕께서 나랏일을 그에 맞는 유능한 적임자에게 맡기지 않고,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에게 맡겼기 때문입니다.
또 왕의 선제(先帝) 혜문왕(惠文王)께서 서수(犀首)로 기용한 공손연에게 수레를 몰게 하고 장수로 기용한 마복군(馬服君) 조사(趙奢)를 수레 오른쪽에 태워 진(秦)나라와 각축(角逐)을 벌이자 진나라는 당시 그 날카로운 기세를 피하기에 바빴지요.
그런데 지금 왕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시고 건신군(建信君)을 수레를 태워 재상으로 기용하여 강한 진나라와 각축을 벌이시니, 제가 염려하는 것은 진나라가 대왕의 그 수레 받침대를 꺾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여 과거, 왕의 선제(先帝) 혜문왕(惠文王) 때는 유능한 적임자를 적재적소(適材適所)에 기용하여 막강한 진(秦)에 대등하게 맞섰는데 지금은 건신군(建信君)이라는 총애하는 신하를 재상으로 삼아 국정이 어지러워지고 있으니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하지 못하면 결국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 다다를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다.
요즘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대회”에 걱정이 많다. 오랜 세월 많은 예산을 들여 준비한 게 고작 이 정도여서 전 세계에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연일 언론에서 뭇매를 가한다. 언론도 뭐 잘한 있다고. 진작에 세계적 망신을 당할 것 같으니 준비가 부실하면 안 된다며 경종을 울릴 책임도 언론에 있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잘못해서 일어난 일일까. 당연히 적임자를 적재적소에 기용하지 못한 인사권자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간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흔히들 아랫사람이 잘못해서 윗사람이 욕을 먹는다고 말한다. 그리 맞는 말 같지는 않다. 바로 아랫사람을 잘못 기용한 윗사람 잘못이 보다 근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감장에서 모든 대책이 세워져 있어서 걱정이 없다던 주무 장관도 책임을 절감해야 하지만 그렇고 그런 인물을 장관에 앉힌 사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그렇고 새만금 잼버리 대회도 그렇고 어째서 이토록 허술하기 짝이 없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혹시라도 지금 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 곁에 조나라의 건신군(建信君)같은 총신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아니라면 왜 이런 욕된 일이 일어나 피 같은 돈으로 꼬박꼬박 세금 내는 서민만 부끄럽게 만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