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끝물단풍 구름인파
산문에서 1km 떨어진 도로에까지 차량이 밀려 몸살을 앓는 걸 접하곤 잘못 찾아왔구나 싶었다. 매표원은 선심 쓰듯 "주차비만 4천원 받을게요" 라고 했다. 지역 거주민이라 입장료는 안 받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주차장은 두 바퀴를 돌아도 빈 자리가 없었다. 암자로 오르는 도로에서도 차량은 거북이걸음이었다. 축제 때의 대도시 도심 거리처럼 인파로 북적이는 사찰 경내 풍경이 낯설었다. MZ세대를 비롯한 청장년들이 대부분이었고 가끔씩 눈에 띄는 외국인도 젊은이였다. 어쩌다 노년의 부모를 동반한 젊은이가 한사람씩 보이긴 했다.
하늘공원에서 연도를 마치고 무릎관절을 이유로 사찰 단풍 탐방을 거부하는 할멈을 달고 통도사로 향했다. 내장산 단풍은 이미 10월말 피크를 지났지만 위도가 차이나는 통도사는 아직도 단풍이 아름다울 거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차로 이동하면서도 제발 조금만 걷자고 사정하는 아내와 무릎관절은 걸어야 낫는다는 나의 엇갈린 주장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절에서 만드는 빵이 어떻게 입소문을 탔는지 명절에 귀성객 열차표 창구 앞처럼 길게 줄을 늘어서서 북새통이었다. 통도사를 자주 찾는 편이지만 낯선 풍경이었다.
서운암에도 주차장은 만차. 하는 수 없이 경사진 장경각을 올랐다. 영축산을 비롯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이곳 커피숍에도 사람들은 줄을 늘어서 있었다. 알래스카 산 '말라무트' 애견을 차량 트렁크에 태운 중년사내는 내가 칭찬을 하자 개 이름을 부르면서 카메라를 보라고 주문했다. 녀석이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날 응시했다. 옥련암은 방문객에게 모터를 이용해 지하수를 공급하는 암자로 단풍나무는 없었지만 향나무 등으로 수목원처럼 꾸며 조경이 빼어났다. 차는 이제 단풍이 절경인 사명암으로 향했고 예상대로 탐방객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