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현수막 방재 행정
‘극한호우’라는 낯선 긴급재난문자가 날아든 올해 장마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그중에는 인재로 보이는 인명 피해도 발생하다 보니 방재 행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방재행정은 인명피해와 직결되므로 이를 행하는 지자체장들의 대응능력이 요구된다. 이번 호우 재난을 통해 지자체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임이 전국의 피해 사례를 통해 새삼 부각되었다.
◇ 장소를 가려 효율적으로
해운대에서도 춘천산책로를 비롯한 장산계곡에 주민들의 출입통제를 알리는 현수막과 더불어 안전줄이 설치되었다. 춘천산책로 입구를 따라 안전줄로 막아놓은 곳도 있었고 아예 철제막이로 봉쇄한 곳도 있었다. 주민 안전을 위한 안전줄과 철제막이는 예전부터 했던 것으로 방재 행정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부터 등장한 방재용 현수막은 어떻게 봐야 할까?
춘천과 장산계곡 곳곳에 출입을 금하는 방재 현수막이 부착되었는데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산계곡을 따라 길게 설치된 안전줄에다 ‘호우 시 계곡 등 위험지역 출입을 금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놓았다. 현수막 중 장산계곡 쪽은 주민 안전을 위한 적극 방재행정이라 쳐도 이런 현수막을 장산계곡과 동떨어진 중앙 진입로까지 부착한 것은 과잉 행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 성숙한 시민의식도 고려해야
중앙 진입로에서 대천공원 입구와 옛 매점 자리, 그리고 옛 석산농원 자리까지 약 200여 미터 거리에 연이어 같은 현수막이 세 곳에나 부착된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대천호수 유입부에는 두 장의 현수막이 겹쳐 있으며 차들이 쌩쌩 달리는 춘천4교 난간에도 부착되었다. 이렇게 과한 현수막 부착은 ‘현수막 홍수’를 넘어 ‘극한 현수막’이라 불러야 하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라 해도 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 현대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시대다. 방재 행정 역시 이를 반영하여 과도한 현수막 부착이 아닌,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 이무성 편집위원(해운대를사랑하는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