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수들의 플레이, 그러니까 그라운드에서 보여진 그들의 몸짓에 대한 비판을 넘어 해당 선수들의 [심리상태나 정서]를 분석(?)하는 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말이 '패배주의에 찌들었다' 혹은 '성적에 비해 과한 연봉을 받아 배가 불렀다'는 얘기들이죠. 적잖은 분들께서 [훌륭한 새 감독과 일본인 코치들이 S급 훈련을 시켜주었는데, 애초부터 깜냥이 안 되고 정신상태도 나태한 선수들이 그것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화가 오랫동안 야구를 못했던 이유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김인식 한대화 김응용이 야구경력이 짧거나 제대로 된 야구철학도 없이 그냥 선수들을 뺑뺑이만 돌려서 우리가 꼴찌를 했던 게 아닙니다. 감독의 이름을 김성근으로 바꾸었으니 문제가 '탁'하고 해결되어서 성적이 무조건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한화는 [송구정문 은퇴 이후 뒤를 받쳐줄 투수가 없었고] [류현진의 해외진출 후 에이스를 잃었으며] [남들 다 주는 외국인 투수에 대한 뒷돈을 (한동안) 주지 않아서] 투수진이 엉망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신인지명을 다른 구단보다 훨씬 적게 해서, 5~6년간 삼성이나 두산에 비해 신인선수를 20명 가량 덜 뽑았습니다. 그나마 계약금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다 선수들을 대학으로 빼앗기기 일쑤였죠.
서산에 2군 연습장 만들었다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솔직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남들은 벌써 십수년 전부터 2군 전용 구장이 있었고, 우리가 서산 지을 때 두산과 LG, KIA 같은 팀들은 기존의 2군 구장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확장했습니다. 한화의 2군들이 대전이나 남해에서 드럼통에 장작 때고 털모자 쓴 채로 훈련할 때 삼성과 롯데, 두산 같은 팀들은 2군 선수들을 해외로 보냈습니다. 최근 몇년 사이 한화도 어린 선수들을 교육리그에 보내고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다른 팀들은 그걸 해왔단 말입니다.
FA를 영입한 것도 기껏해야 2년 된 일이고, '선수를 사왔는데 왜 성적이 안 오르냐'고 다그치는 것도 너무 성급한 일입니다. 그 동안 FA덕을 가장 많이 보았다는 삼성과 LG, 홍성흔의 영입 후 가을잔치 단골손님이 됐던 롯데도 거액 FA 실패사례를 여러번 겪고 나서야 좋은 선수를 얻었습니다. 먹튀에 당하고 돈을 낭비하는 시행착오를 몇 번 겪고서야 비로소 전력이 강해졌다는 얘깁니다.
한화가 마흔살 넘긴 박찬호를 영입해 선발진에 힘을 보태기 훨씬 전에, 다른 팀은 채태인 봉중근 김선우 송승준 류제국 최희섭 같은 젊은 선수들을 데려다가 팀의 주축으로 활용했습니다. 서울-호남-영남의 인재들에 비해 충청의 인재풀은 상대적으로 좁았습니다. 전면드래프트 이후에는 신생팀 등의 악재가 겹쳐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유창식이나 하주석 같은 어린 선수들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초고교급 대어]들이 수십명씩 실패하는 가운데 가끔씩 한두명이 살아남는 것인데 한화는 그런 확률 자체도 작게 쥐고 있었죠.
한화 꼴찌의 책임은 2000년대 투자를 게을리했던 당시 구단의 고위층과 프런트에 있는 것이지, 연습장도 없어 1군 선수들 스케줄 따라 눈치밥 먹으면서 훈련했던 지금의 2군 선수들이 [서산 연습장 지어주고 정신교육과 지옥훈련도 시켜줬는데 왜 그 모양이냐, 정신상태가 글러 먹었으니 특타를 치고 펑고도 더 받아라]는 소리를 들을 일이 아닙니다.
실력에 비해 과한 연봉을 받아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다는 얘기도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1번선발도 이래저래 1년에 6천만원 정도는 월급통장에 꽂히는데,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진입한 선수가 수천~억대의 연봉을 받는 게 그렇게 과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수십억을 챙긴 사람도 아니고 그저 수천~억대 내외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나는 이제 인생이 폈으니 대충 하다 은퇴하자]고 생각할까요? 마흔도 되기 전에 은퇴할 것이고, 은퇴 후에 코치가 될지 감독이 될지 아무런 기약도 없는 그런 선수들이 말입니다. (그저 취미로 즐기는 팬들이) 경기에 져서 분하면 선수들은 그것보다 몇배 더 분해하고, 경기에 이겨서 팬들이 좋아하면 선수들은 그것보다 훨씬 더 좋아합니다. 어쩌다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고 해서, 브라운관으로 본 표정이 뭔가 이상해(?)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렇게 훌륭한 감독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야구하는 모양새를 보니. 이 선수들은 진짜 뭔가 다른 DNA를 가지고 있나보다]
이런 글이 저는 참 불편합니다. 지금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팀이 망한 것에 대한 책임률 지분이 적습니다. 투자가 있어야 성적이 나오고, 가진 것이 있어야 성과가 나오는 겁니다. 한화가 야구에 투자한 것은 기껏해야 3~4년 내외고, 없는 살림에 야구 잘하는 넥센도 과거에는 우리보다 가진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현대로 이적한 송지만이 이적 후 구단의 재활 및 의료 시스템을 보고 [이렇게 훌륭한 시설은 처음 봤다]고 감탄했다던 것이 벌써 11년 전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갈고 닦지 못했던 환경이 있는데 자꾸 선수들의 [정신상태]만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유독 한화에만 멘탈 약한 선수들이 모여 있고, 한화 선수들만 승리보다 연봉 몇천이 훨씬 더 좋아서 대충대충 야구할까요?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문제점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현실이 나타난부분은 아주 잘알고 있습니다. 어쨋든 다른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와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건 사실입니다. 단, 그나마 김성근감독이 왔기때문에 그 시간이 좀더 단축될거라는 기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축된 시간이 당장 올해라고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은거 같은데.. 솔직히 올해도 힘들어보이는건 사실입니다. 너무나 약점이 많은팀이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이라도 단 몇개월만에 성적향상은 힘들다고 봅니다. 다행히 구단, 프런트의 행보가 최근 팬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기때문에 앞으로를 기대하며 야구를 보려합니다~ 그래도 올해 기대치는 7위입니다^^
감독이 중요한 것은 맞다고 봅니다. 감독이 바뀌는 걸로 팀도 확실히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그 하나만으로 무조건적으로 좋아진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생각됩니다. 제 주위에서도 김성근 감독 오니까 무조건 플옵이라고 두고보라고 하는 친구들에게 전 7위만 되도 충분하게 만족하고 잘한거라고 본다고 하면 아니라고 자기랑 내기 하자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런 친구들이 김성근감독님이 왔는데 한화는 왜 이러냐고...선수들이 이런 말이 슬슬 흘러나와 짜증이 나더라고요. 분명 올 한화는 업이 될꺼지만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시간을 갖고 점점 잘해나가는 걸 응원하는게 팬들의 일이아닐가합니다.
시즌은 길죠. 작년에 꼴찌할때도 8월 승률 좋았잔아요. 길게 보면 투수력이 풍부한 팀이 결국 좋은 결과를 내는것 같아요. 작년 두산 타선 터질때 우승할 기세더니 타격이 저조하니 투수력이 좋지 않아 결국 포스트시즌에 못갔죠. 그런면에서 한화 투수력이 조금 두터워지고 괜찮은 선수들이 많아서 장기레이스에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
첫댓글 동감합니다ㅜㅜ 조금씩 좋아지는 과정을 즐겼으면..성급하게 판단하지 않았으면..기다려주는 미덕 그게 한화팬아니던가요ㅜㅜ
맞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동안의 문제점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현실이 나타난부분은 아주 잘알고 있습니다. 어쨋든 다른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와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건 사실입니다. 단, 그나마 김성근감독이 왔기때문에 그 시간이 좀더 단축될거라는 기대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축된 시간이 당장 올해라고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은거 같은데.. 솔직히 올해도 힘들어보이는건 사실입니다. 너무나 약점이 많은팀이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이라도 단 몇개월만에 성적향상은 힘들다고 봅니다. 다행히 구단, 프런트의 행보가 최근 팬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기때문에 앞으로를 기대하며 야구를 보려합니다~ 그래도 올해 기대치는 7위입니다^^
공감합니다.
좀더 시간을 갖고 준비를 더해야 합니다.
그저 야구를 취미로 보는 팬들보다 선수 본인 이나 선수 부모는 몆십배 더 애탑니다.
이름없는 선수들 그저 잘 하기를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데~ 야구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잘 되기를~
투자와 성적이 같이 올라가야 그룹차원에서도 지원을 해줄텐데요 . 좋은글 잘 읽았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기다려야죠 결혼 했는데 배우자 맘에 안든다고 바꿀 수 없잖아요 ㅠㅠ
그래도 서산구장 만들어지고나서 괜찮은 어린 선수들이 1군에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요. 시간이 꽤 걸릴거예요.
100퍼 공감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화팬 내부에서 좋은 꿀 바른 소리만 나왔다면 김성근 감독이 우리팀에 왔을리도 없습니다
감독이 중요한 것은 맞다고 봅니다. 감독이 바뀌는 걸로 팀도 확실히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그 하나만으로 무조건적으로 좋아진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생각됩니다. 제 주위에서도 김성근 감독 오니까 무조건 플옵이라고 두고보라고 하는 친구들에게 전 7위만 되도 충분하게 만족하고 잘한거라고 본다고 하면 아니라고 자기랑 내기 하자고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런 친구들이 김성근감독님이 왔는데 한화는 왜 이러냐고...선수들이 이런 말이 슬슬 흘러나와 짜증이 나더라고요. 분명 올 한화는 업이 될꺼지만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시간을 갖고 점점 잘해나가는 걸 응원하는게 팬들의 일이아닐가합니다.
맞습니다 시간이 필요할뿐 한화는 3년안에 강팀으로 변모되고 있을것입니다 그 초석이 금년시즌이 될것입니다
긴 게임이 시작될것입니다 정성과 관심으로 지켜보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공감합니다. 프로선수들은 자기 분야의 1%의 사람들이니깐요...
진정 동감합니다.
전적으로 공감해요.
이번 시즌 조금 잘했다고, 혹은 못했다고 일희일비 하지 않으려 해요.
한순간에 체질이 확 개선될 수는 없겠으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해봅니다. ^^
시즌은 길죠. 작년에 꼴찌할때도 8월 승률 좋았잔아요. 길게 보면 투수력이 풍부한 팀이 결국 좋은 결과를 내는것 같아요. 작년 두산 타선 터질때 우승할 기세더니 타격이 저조하니 투수력이 좋지 않아 결국 포스트시즌에 못갔죠. 그런면에서 한화 투수력이 조금 두터워지고 괜찮은 선수들이 많아서 장기레이스에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