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 살다 보면 잊을 수 없는 환자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9년 전, 한 중학생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천골에 생긴 악성 골육종으로 병원을 찾았다.
치료가 쉽지 않고, 특히 5년 생존율이 높지 않아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큰 걱정을 안기는 병이다.
검사 결과를 전하자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짓던 어머니와 아직 앞에 놓인시련을 알지 못해 밝은 모습이었던 학생이 눈에 선하다.
'이 병은치료가 쉽지 않아 완치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힘들고 지치겠지만 함께 이겨 나가 봅시다.
이말을 건네며 스스로도 다짐했다.
'앞날이 창창한 학생에게 왜 이런 병이찾아 온 걸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 환자를 꼭 지켜 내자'
우리는 치료 방법을 논의했다.
우선 항암 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시 나는 고민 끝에 새로운 수술법을 제안했다.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서 맞춤형 보형물을 제작해 이식하는 방법이었다.
혁신적인 시도인 동시에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는 수술이었다.
환자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고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며 깊이 고민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기로 한 만큼 최선을 다할 작정이었다.
마침 3D 프린팅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치료를 돕겠다고 나서 큰 힘이 됐다.
협업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
나는 3주 동안 수술법을 설계에 몰두했다.
수술을 앞두고 수많은 고뇌와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환자가 그 가족의 간절한 눈빛이 떠올라 잠을 이루기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마침내 수술 날이 밝았다.
'철저하게 준비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까지 잘 버텨 온 것ㅊ럼 오늘도 잘 해낼 거예요.
힘든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웃을 수 있늘 겁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수술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긴시간이 걸렸고 순간순간난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모두가 최선을 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환자는 마비 증상 없이 걸을 수 있었고 배변 장애 같은 합병증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기적이었다.
환자와 가족들이 눈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도감과 함께 가슴 깊이 뿌듯함이 밀려왔다.
모든 기다림과 고뇌가 보람으로 바뀐 시간이었다.
9년이 흐른 지금, 환자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힘든 수술을 견뎌 준 환자에게 고맙다.
이런경험은 내게 의료인이 된 이유를 다시금 일꺠워 준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사명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신동아 신경외과 의사
손재환 :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다른 이들까지 넉넉히 포옹할 줄 아는 어른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