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다. 나는 여자입니다. 나는 여자야. 나는 여자인데요. 나는 여자랍니다. 만약 우리말로 번역하여 제목을 붙인다면 어떻게 지어야 할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래도 어감이나 느낌이 원제만 같지 못할 듯합니다. 그래서 원제 그대로 발음해서 붙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발음하기 따라서 느낌과 감정, 호소력이 다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여자이기에 당한 억울함과 분노가 서려있습니다. 당연히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모이게 되고 힘을 형성합니다. 불공평에 대항합니다. 그러나 수백 수천 년을 이어온 인식과 관습 전통을 무너뜨리기에는 벅찹니다. 수년 내에 이루어질 일이 아님을 압니다.
호주에서 활동하다 크게 될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옵니다. 어린 딸을 데리고 낯선 땅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믿고 찾아간 회사에서는 당시의 풍조에 밀려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 먼 곳에 가서 어쩌라고? 값싼 호텔에 머무르며 하는 데까지 알아보지만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번화한 뉴욕의 거리에 갈 길이 막막합니다. 친구 ‘릴리안’이 혹 낙심하고 있을 ‘헬렌’을 위해 생일파티를 열어줍니다. 그 파티에서 매니저 일을 하는 ‘제프’를 만납니다. 서로 이야기가 통합니다. 합력해서 일을 한번 만들자고 제언합니다. 스타를 만들어줄게. 믿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더 이상 나갈 길이 없습니다. 막다른 길에서의 도전입니다.
제프를 따라 LA로 옮깁니다. 둘이 결혼도 합니다. 헬렌의 재능을 믿지만 문제는 그 세계의 인식과 문화입니다. 실력과 재능이 있다 한들 받아주지 않습니다. 여자이기에. 장사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기 가수는 모두 남성입니다. 남성위주의 사회였고 남성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는 문화였습니다. 음반 취입을 청해도 들어주는 곳이 없습니다. 오디션이라도 한번 해봐달라고 청해도 소용없습니다. 여자이기에. 제프를 졸라 한 유명 레코드사에 끈질기게 매달랍니다. 다른 전화를 받지 못하도록 계속 전화벨을 울리게 하는 겁니다. 소위 상대방이 귀찮아서 허락을 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음반 취입이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음반이 나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지요. 대중이 반응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조금은 알려졌지만 어림없는 일입니다. 낙심천만한 상태지만 헬렌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당하는 그 현실을 직시합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그대로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당시 시류도 차츰 여성의 지위 확보를 위해 사회적 동요가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성들이 규합하여 양성평등을 주장하고 거리에 나선 것입니다. 헬렌은 본인이 현장에서 그 불합리함과 불공평을 당하고 있습니다. 여성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픔을 이겨내는 가사를 만들고 노래를 부릅니다. 개인이 당하는 억울함이고 분노이기도 합니다. 크지 않은 규모의 클럽에서 그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모여 있는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흔듭니다. 듣고 보니 자기네 이야기지요.
나는 여자입니다. 나는 강합니다. 굽어진다 해도 꺾이지 않습니다. 그동안 수도 없이 속아 살아왔습니다. 이제 지혜롭습니다. 지혜는 고난의 산물. 가사는 매우 간결하고 리듬은 반복됩니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습니다. 듣고 앉아 있으면 저절로 따라하게 됩니다. 더구나 가사 내용은 바로 자신을 이야기하고 숨어있던 감정이 폭발하여 올라옵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섭니다. 소리쳐 따라 부릅니다. 노래는 금방 여기서 저기로 옮겨집니다. 폭발적 인기몰이가 형성됩니다. 노래가 쉽고 가사는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더구나 사회적 분위기까지 덩달아 춤을 춥니다. 여성운동가들이 앞장서 자기네 운동에 주제가처럼 부릅니다. 드디어 스타가 됩니다.
대중음악 비평가인 릴리안을 조심하라고 제프가 주의를 준 적이 있습니다. 자기와 절실한 친구인데 자기를 깎아내릴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을 장담합니다. 그러나 비판적 글이 실립니다. 찾아가서 따지고 말다툼을 하고는 헤어집니다. 불행히도 그 밤에 지병인 천식이 심해져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사망합니다. 소식을 들은 헬렌이 마음 아파 어쩔 줄을 모릅니다. 죄책감에 견딜 수가 없는 것이지요.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었던 그 낯선 땅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라도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매니저인 남편 제프는 용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일정이 꽉 차 있는데 어디를 간다고? 그것은 개인 사정일 뿐이지요.
엉뚱한 투자로 날리고 마약까지 손댄 남편과 사이가 틀어집니다. 저택을 정리하고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납니다. 다시는 노래하지 않으리라. 두 아이들만이라도 잘 커서 마음이 가볍습니다. 그런데 큰 딸이 여성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엄마의 주제가를 꼭 한번 부탁합니다. 단호히 거부하지만 딸은 옛날 릴리안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헬렌은 수십 만, 어쩌면 백만도 넘는 군중이 운집한 무대에 섭니다. 그리고 그 때의 감정을 가져와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들의 주제곡을. 군중의 떼창이 따라옵니다. 영화 ‘아이 엠 우먼’(I Am Woman)을 보았습니다. 어두운 현실을 밝게 이겨내는 희망찬 이야기입니다.
첫댓글 대단하시네요
아이엠우먼
함 보셔요. 신납니다. ^&^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요,,즐건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님도 좋은 주말을^&^
즐건주말 행복한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복된 주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