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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쟁·자유 외치면서 '누구로부터' '왜'엔 함구
이재명, 김구 묘역 참배…"일제 탄압 역사 진행형"
무장 투쟁 영웅들 '모욕'줄 땐 언제고 이제와 '평가'?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일본 쉴드 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105년 전 1919년 3월 1일은 한민족이 잔혹했던 일제의 국권 강탈과 만행에 항거해 전 세계에 자주독립 의지를 외친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에선 가해의 주범인 '일제'(일본제국주의)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24. 03.01. 연합뉴스
독립·투쟁·자유 떠들면서 '누구로부터' '왜'엔 함구
윤 "외교 독립운동 선각자들"…이승만 띄우기인 듯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선열들은 "손에는 태극기를 부여잡고, 가슴에는 자유에 대한 신념을 끌어안고, 거국적인 비폭력 투쟁에 나섰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를 상대로' 투쟁에 나섰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선열들이 흘린 피가 땅을 적셔 자유의 싹을 틔우면..."이라고 했지만, 선열들이 '왜' 피를 흘렸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사에 관한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3.1운동을 기점으로 국내외에서 여러 형태의 독립운동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누구로부터' '누구를 상대로' 독립운동을 펼쳤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 우리 민족을 35년간 참혹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장본인이 '일제'란 사실을 어떻게든 피하려 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 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계셨다 △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 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들도 있었다 △ 우리 스스로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과 문화 독립운동에 나선 실천가들도 계셨다 등을 언급했다. 여기서도 똑같았다. '누구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왜'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 투쟁을 했는지가 통째로 빠져 있다. "제국주의 패망 이후, 우리의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모든 선구적 노력의 결과였다"는 대목에서도 그냥 '제국주의'라고만 했을 뿐 '일본 제국주의'라는 표현을 굳이 쓰지 않았다. '옛 식민 종주국' 일본을 감싸는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2023.8.28. 연합뉴스
무장 투쟁 영웅들 '모욕'줄 땐 언제고 이제와 '평가'?
독립 21회, 자유 17회, 운동 12회 언급…일제는 없어
대통령 말 따로, 정부 행동 따로, 언행 불일치는 기념사에서 재확인됐다. 윤 정부는 작년 여름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김좌진, 이청천 장군 등 일제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전개했던 독립 영웅들의 흉상 이전 평지풍파를 만들어 놓고는 이제 와 윤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무장 독립운동을 벌인 투사들이 계셨다"고 말해 발언의 진의를 의심케 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3.1운동은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미래지향적인 독립 투쟁"이란 해괴한 개념을 내놓았다. '미래지향적'이란 말을 집어넣은 것은 '일제 과거사'를 잊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2분 40초간 낭독한 2천434자 분량의 기념사에서 독립(21회), 자유(17회), 국민(12회), 운동(12회), 북한(9회), 통일(8회), 번영(8회) 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일제'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독립과 자유, 운동 다 좋지만, 누구로부터의 독립인지,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지, 누구와 싸우기 위한 운동인지가 없는 '얼빠진' 기념사였다.
제105주년 3·1절인 1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24. 03. 01. 연합뉴스
이재명, 김구 묘역 참배…"일제 탄압 역사 진행형"
"대한민국 명운 가르는 총선…퇴행 멈추고 미래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찾아 백범 김구 등 애국지사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묘역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공동의 번영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미래이지만, 그들이 수십 년, 그 긴 세월 이 강토를 침탈하고 수없이 많은 우리의 국민들을 살해하고 탄압하고 수탈했던 것은 명백한 역사이고, 그 역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천리강산의 수천만 한민족이 일제의 침략에 항거해서 자주독립의 나라를 만들고자 싸웠던 그날을 기념하는 날임에도 대통령의 기념사에 일제의 침략과 그로 인한 우리의 고통에 대해서 특별한 언급과 지적이 없었던 점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은 특별한 날이고 또 얼마 있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총선이 있다"며 "이제는 퇴행을 멈추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그 길을 우리 국민들께서 함께 열어 주시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무도한 정권이 대한민국의 뿌리인 3·1 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또 훼손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굴종 외교'는 일본의 거듭된 과거사 부정과 영토 주권 위협으로 되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안귀령 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기미독립운동 정신에 대한 모독으로 점철되었다"며 "목숨을 걸고 무장 독립운동을 벌인 투사의 희생을 인정한다면 왜 독립 영웅들의 흔적을 지우는가. 일본을 자극할까봐 우려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출처 : '일제' 사라진 윤석열 3·1절 기념사…옛 식민 종주국 '쉴드' < 정치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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