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의 주인공(스나다 도모아끼)은
직장에서 은퇴한 남성으로 전형적인 일본 산업의 주역이었고,
이를 늘 자랑하며 자신감 넘치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다.
40여 년의 긴 샐러리맨 인생을 마친 그는, 은퇴를 계기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 하지만 우연히 건강검진을 받고 말기 암 판정을 받게 된다.
주인공은 6개월이란 남은 시간에 가족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신만의 엔딩 노트(ending note)를 쓴다.
이 영화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때, 필요한 은퇴 키워드를 살펴본다.
(1) 건강(Fitness)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肝)은 정작 본인이 이상을 알아차리면
이미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화 주인공도 마찬가지였다.
결혼도 하고 자녀도 얻고 부부싸움도 하고 젊음을 바친 후
회사에서 은퇴를 하니 그의 건강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조금씩 꾸준히 은퇴 준비를 하는 적소성대(積小成大)의 마음으로
자신의 건강도 미리 닦고 준비해야 한다.
(2) 경제적 자립(Finance)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 수명은 77.2세, 여성은 84.1세다.
결혼한 남성과 여성의 나이 차 3~5세를 감안하면
여성은 남편이 사망한 후에도 10년 정도 홀로 살아야 한다.
이 기간을 대책 없이 무심코 보낸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영화 속 주인공은 평생 모은 재산이 부동산과 예금, 연금 조금 정도라고 얘기한다.
재산 중 집은 아내에게 줄 것을 자녀들에게 부탁하지만
아직 막내딸의 결혼이라는 숙제를 남겨둔 채 떠나야 해서 내내 신경이 쓰인다.
지혜로운 부모라면 자녀들에게 고기를 잡아서 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3) 현역(Field)
주인공은 40년을 직장에서 일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될까?
최근 ‘평생 현역(Whole life Working)’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 평균 은퇴 연령이 53세 전후이고
공적 연금 수령연령이 현재 65세(69년생 이후)인 점을 감안할 때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일명 소득 절벽 구간이 10년 이상 발생하게 된다.
일은 단순히 은퇴자금이 부족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전문성을 키워
은퇴 후에도 건강하고 활기 찬 노후를 맞이하고 싶은 이유에서 하기도 한다.
‘전문성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건강이 허락하면
80~90세까지 일할 수 있어야 한다.
(4) 재미(Fun)
통상 은퇴 관련 뉴스는 밝은 내용보다는 어둡고 우울한 내용이 훨씬 많다.
슬픈 노년, 은퇴대란, 노인빈곤 율 등과 같은 이야기는
잠재적 은퇴자들에게 공포심을 조성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절망하고 좌절할 것 같았던 주인공이
가족을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면서
오히려 그간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가족에게 선물하게 된다.
은퇴 준비도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며 은퇴가 두려움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인맥(Friend)
은퇴하고 나면 대부분 친구와 네트워크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직장과 일을 떠나면서 만나는 사람도 갈 곳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정서적으로 겪는 고통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고독이라고 하는데 그럴 때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는 친구는
정말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라는
긴 여행을 떠날 때 배우자와 더불어 좋은 친구와 함께 한다면
지루하지 않은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