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미사에 갔다가 신부님 강론시간에 '가라지'에 대해 들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농삿일을 도우면서 컸지만
'가라지'란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보리나 밀밭에는 이삭이 새까맣게 되는 '깜부기'가 있었고
논에는 '피'가 있었다. 피는 나락보다 빨리 자라고 커서 논을 맬 때 뽑아버린다. 당시에는
병충해도 별로 없어서 기껏해야 멸구를 잡기 위해서 물에다 석유를 뿌리기도 하였다.
논에는 거머리도 많았지만 논고동과 메뚜기도 많았다.
국어 사전에 찾아보니 '가라지'는 볏과의 한해살이 풀로 줄기와 잎은 조와 비슷하고
이삭은 강아지풀과 비슷하다고 돼 있다. 깜부기는 깜부깃병에 걸려서 까맣게 된 곡식 따위의 이삭으로 돼 있다.
나도 예전에는 깜부기 씨앗이 따로 있는 줄로 알았는데 일반 밭 작물인 보리나 밀이 병에 걸려서 그렇게 변한다는
사실을 늦게사 알았다. 볏과 식물을 비롯한 속씨식물의 체내에 깜부기균이 기생하면서 짙은 검은색의 홀씨 덩어리를 조성하여
식물의 꽃이나 씨방을 검게 변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론말씀중의 복음은 아래와 같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뿔리는 사람에 비길 수 있다.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 줄기가 나서열매를 맺을 때에 가라지들도 드러났다. 그래서 종들이 집주인에게 가서,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라지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하고묻자,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하고
집주인이 말하였다. 종들이 '그러면 저회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낼까요?' 하고 묻자, 그는 이렇게 일렀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에 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