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눈을 떴다.
방바닥에 없던 빛그림자가 한 줄 들어와 있다.
저것이 어디서 비롯된 빛일까. 덜 깬 머리를 기웃
댓다.
혹시 서랍 속 작은 손전등을 끄지 않고 넣어 두었나
했다. 충전한 게 남은 엘이디 작은 스탠드불인지 했
다.
다 아니었다. 쳐놓은 커튼 사이, 서산으로 넘어가던
중의 보름달 가까운 달님이 내 방에 다니러 온 거였
다. 희게 빛나는 긴 발을 내 방 방바닥에 일부 내려 놓
아 주신 것이다. 조금 수줍게 내려놓았다가 거둬 가신
것이다.
발이 내려 앉았던 자리는 내가 잠에서 깨,발을 늘어뜨려
놓곤 하는 자리.
다음 보름달 즈음에도 커튼은 꼭 그만큼 사이가 벌어져
있게 할 것이다.
첫댓글 어제 달은 약간 타원형처럼 생긴 큰달이였죠~~달님의 발을 보시다니 넘 멋진 일인듯요~~매 보름달즈음마다 기다릴것 같아요~^^♡
오늘은 보름달밤. 소원 한가지씩을 빌기로. 이루기로. ^^*
희고도 기인 달님의 발...아름다운 국수처럼 혹시 어제 달님은 발레리나가 아니었을까요 ~~^^~
수수하고 고요하고 가녀린 발이었어요.
늘 얼굴만 보여주는 달, 그것도 다는 한 달에 하루이틀~♤
달이 선물을 주고 가셨네요...♡
백석의 시 같은 선생님의 단상에 마음이 울컥합니다.건강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