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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 이야기(05)>
춤추고 싶게 만드는 노래
― Pussycat Dolls의 <Sway>
음악을 듣다 보면, 어깨가 들썩이고 발이 움찔 거리며 마치 춤을 추듯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흔들어 댈 때가 있다. 그것이 왈츠이건 디스코이건 아니면 브루스이건 상관이 없다. 그런 음악을 듣는 것은 귀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내 몸까지 즐겁게 하니 얼마나 좋은가.
요한 스트라우스(Johann Strauss)의 여러 왈츠 곡이 그렇고, 영화 <왕과 나>에서 율 브리너(Yul Brynner)와 데보라 카(Deborah Kerr)가 춤을 추며 부른 노래 <Shall We Dance>가 그렇다. 마치 내가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상상에 빠져 나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게 된다.
얼마 전에 영화 한 편을 보고 그런 음악을 한 곡 좋아하게 되었다. 일본 영화 <Shall We Dance>를 리메이크했다는, 2004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Shall We Dance>에 삽입된 곡, 푸쉬켓 돌즈(Pussycat Dolls)가 부른 <스웨이(Sway)>이다.
원작인 일본 영화는 본 적이 없다. 허리웃에서 리메이크를 했다니 그 영화의 예술성이나 대중성을 짐작은 할 수 있다. 오누키 다에꼬(Onuki Daeko)가 불렀다는 <Shall We Dance>(<왕과 나>에 삽입된 것과 같은 곡이다)도 대 히트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리메이크 영화라 하더라도, 원작을 안봤어도, 그냥 리챠드 기어와 제니퍼 로페즈의 콤비가 빚어내는 춤 그리고 그 밑에 깔려 있는 <Sway>가 참 좋았다.
내용은 원작과 비슷하단다. 존 클라크(리챠드 기어)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커다란 발단은 그의 퇴근길에서 우연하게 시작된다. 기차선로에 접해있는 미스 ‘미찌’의 댄스 스쿨에서 창 밖을 응시하고 있는 댄스 교사 폴리나(제니퍼 로페즈)의 모습을 존 클라크가 발견한 것이다. 자기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폴리나의 눈길에 사로잡힌 존은 매일 밤마다 댄스 스쿨 앞을 지나칠 때면 유리창 너머로 그녀의 모습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마침내 전철에서 내려서 볼룸댄스 초급반에 등록한다. 첫 레슨이 있는 날, 존은 댄스 플로어를 미끄러지며 춤을 추기보다는 바닥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레슨 시간을 다 허비해버린다. 첫 레슨을 받은 뒤 창피하기도 하고, 수줍기도 한 존은 춤을 그만 둘까도 생각해보지만 자신이 댄스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다가 스포츠 중독자인줄 알았던 직장동료(스탠리 투치)가 볼룸댄스에 미쳐있었다는 비밀도 알게 된다.
하지만 존은 아내(수잔 서랜든)에게 댄스를 배운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만약 아내가 알면 존이 그들의 결혼생활에서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해석할까봐, 그래서 뜻하지 않게 아내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봐 숨기기로 결심한 것이다. 게다가 존은 미모에다가 육감적인 몸매의 폴리나에게 가슴 설레는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존은 폴리나의 각별한 권유로 시카고 최고의 댄스 경연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한다. 한편 남편의 의심스러운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비벌리는 급기야 사립탐정에게 의뢰하여 남편한테 여자가 생긴 건 아닌지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른다.
댄스 경연대회에 참석한 클라크, 사립탐정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부인, 둘은 결정적 순간에 눈이 마주치고, 클라크는 실수를 하게 된다. 결국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아내의 부탁을 받았던 사립탐정까지 댄스 교습소에 등록을 하게 되고, 클라크와 폴리나는 이제 아주 멋진 짝을 이루어 춤을 추게 된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불륜도 없지만, 오히려 그들의 연기에 녹아 있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는 행동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흐뭇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춤과 음악. 노랫말에도 나와 있듯이 필자는 ‘당신만이 마술 같은 기술이 있어(Only you have the magic technique)’ ‘우리가 춤을 출 때 나는 허물어(When we sway I go weak)’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클라크와 폴리나가 어우러져 플로어를 돌 때 영화는 절정과 결말에 이른다. 필자는 마치 나 자신이 춤을 추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되고, 그리고 나도 모르게 푸쉬켓 돌즈(Pussycat Dolls)의 스웨이(Sway)를 흥얼거린다.
When marimba rhythms start to play
Dance with me, make me sway
Like a lazy ocean hugs the shore
Hold me close, sway me more
마림바 리듬이 시작될 때
나와 춤을 춰요, 나를 흔들어 줘요.
게으른 파도가 해변을 품듯이
나를 안고, 더 흔들어 줘요.
마림바는 악기 이름으로 목금의 일종이다. 그 마림바 리듬이 시작되면서 춤을 춘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스웨이(Sway)’를 마땅히 번역하기가 참 힘들다. 우리말에는 없기 때문이다. Swing이란 단어와 비슷한데 그저 ‘흔들다’란 말로는 부족하다. 그냥 스웨이하다고 해도 의미가 통할지 모르겠다.
노랫말이 한 편의 시 같다. Like a lazy ocean hugs the shore라니. 나른한 대양, 아니 게으른 바다가 해변을 안듯이,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그렇게 자신을 안아달라는 것이다.
Like a flower bending in the breeze
Bend with me, sway with ease
When we dance you have a way with me
Stay with me, sway with me
산들바람에 꽃이 흔들리는 것 같이
나를 구부리고, 편안하게 흔들어줘요.
우리가 춤출 때 당신은 나를 다루는 기술이 있지요
내 곁에 머무르며, 나를 흔들어줘요.
산들바람에 흐느적거리는 꽃들처럼 자신을 흔들어 달라는 말, 대단한 유혹이다. 그러나 그것을 성적으로만 상상할 필요는 없다. 춤은 춤으로 족하니까 말이다. 짝을 이루어 춤을 추니 상대방은 자신을 어떻게 이끌지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오래 함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자는 것이다.
Other dancers may be on the floor
Dear, but my eyes will see only you
Only you have the magic technique
When we sway I go weak
춤추는 사람들이 플로어에 많이 있겠지요
그대여, 그러나 나는 오직 당신만 보인답니다.
오직 당신만이 마술 같은 가술이 있기에
우리가 춤을 출 때 나는 무너지지요.
플로어에 왜 다른 사람들이 없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오직 그대뿐이다. 왜냐하면 그대만이 나를 이끌어주는 기술이 있고, 그 기술은 마력같은 것이다. 그런 손에 이끌려 춤을 출 때 나는 그냥 무너지는 것이다.
I can hear the sounds of violins
Long before it begins
Make me thrill as only you know how
Sway me smooth, sway me now
나는 바이올린 연주 소리를
연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들을 수 있지요.
오직 당신만이 알고 있는 기술로 나를 전율케 해 줘요.
부드럽게 춤을 춰요, 지금 나를 흔들어 줘요.
마림바 리듬이 끝나면 바이올린이 연주된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보면 다음에는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마림바 리듬에 맞추어 그대와 춤을 추지만 이미 다음 음악까지 알고 있다. 내가 그것을 알고 있듯이 그대는 나를 어떻게 다룰지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온 몸을 떨게 되고, 그러니 나와 함께 춤을 추고 지금 흔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노랫말이 두 번 반복된다.
Other dancers may be on the floor
Dear, but my eyes will see only you
Only you have the magic technique
When we sway I go weak
춤추는 사람들이 플로어에 많이 있겠지요
그대여, 그러나 나는 오직 당신만 보인답니다.
오직 당신만이 마술 같은 가술이 있기에
우리가 춤을 출 때 나는 무너지지요.
I can hear the sounds of violins
Long before it begins
Make me thrill as only you know how
Sway me smooth, sway me now
나는 바이올린 연주 소리를
연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들을 수 있지요.
오직 당신만이 알고 있는 기술로 나를 전율케 해 줘요.
부드럽게 춤을 춰요, 지금 나를 흔들어 줘요.
팝송을 듣다보면 거의 대부분의 노랫말이 각운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play와 sway, shore와 more가 바로 그것이다. 다음 소절에 나오는 breeze와 ease, me의 반복, technique과 weak, violins와 begins, how와 now… 각 소절마다 각운이 쓰인다. 노랫말 하나에도 이렇게 시에 쓰이는 각운을 쓰는 기법, 노래를 만든 사람들의 감각이 놀랍다.
사실 이 노래 <Sway>는 푸쉬켓 돌즈뿐만이 아니라, 딘 마틴(Dean Martin),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 클루니와 프라도(Rosemary Clooney & Perez Prado), 쥴리 런던(Julie London) 등 여러 가수들이 불렀다. 물론 각 가수들마다 그 노래의 맛이 다르다. 그런데 영화에 삽입되었던 노래이고, 그 노래의 분위기를 기억하기에 푸쉬켓 돌즈의 곡을 자주 듣게 된다.
사실 필자는 춤을 전혀 못춘다. 하다못해 지맘대로 춘다는 디스코도 엉성하다. 그런 필자이지만, 춤곡들은 참 좋아한다. 그저 앉은 채로 어깨와 발을 살짝살짝 움직이며 마치 대단한 춤꾼이나 된 양, 아니면 플로어를 미끄러지듯 넘나드는 댄서인 양, 상상 속에 나는 춤을 추기 때문이다.
그런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곡이라서, 아니 나로 하여금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곡이라서 Pussycat Dolls의 <Sway>가 참 좋다.
<참고사항> - 일본 영화 <Shall We Dance>는…
1996년 일본의 앨터미러 픽처스(Altamira Pictures Inc.)가 극장용 영화 제1호로 제작한 작품이다. 수오 마사유키(周防正行)가 각본과 감독을 맡고, 야쿠쇼 고지(役所廣司), 구사가리 다미요(草刈民代), 다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 등이 출연하였다. 상영시간 136분이다. 단란한 가정과 안정된 직장을 가졌으나 왠지 모를 공허감을 느끼던 40대 샐러리맨이 우연한 계기로 사교댄스를 배우면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40대에 접어든 스기야마 쇼헤이(야쿠쇼 고지)는 일본의 전형적인 샐러리맨이다. 가정에서는 모범적인 가장이고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으며 교외에 2층집까지 마련하여 어찌 보면 성공적이랄 수도 있는 삶이지만, 그는 그다지 신나지가 않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근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는 우연히 차창을 통해 건물 창가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 마이(구사가리 다미요)를 보고 호기심을 느낀다.
며칠 후, 그녀가 강사로 있는 댄스교습소를 찾은 스기야마는 얼떨결에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고, 그날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사교댄스를 배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마이를 만날 목적이었으나, 그는 어느새 교습소에서 만난 직장동료 아오키와 회사 화장실에서 춤을 연습할 정도로 사교댄스의 매력에 빠져든다.
한편 갑자기 스기야마의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계속 귀가가 늦어지자 외도를 의심한 스기야마의 아내는 탐정을 고용하여 뒷조사를 의뢰한다. 탐정으로부터 사실을 전해들은 아내는 반신반의하다가 스기야마가 출전한 사교댄스 경연장을 찾아 춤을 추고 있는 남편을 보고 놀라워한다. 뒤늦게 관중석에서 아내를 발견한 스기야마는 당황한 나머지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퇴장 당하는데, 춤에 대한 스기야마의 열정은 슬럼프에 빠져 춤을 추는 의미를 잃어버렸던 마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일본에서 220여 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사교댄스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1996년 일본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을 석권하였으며, 미국 선댄스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명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감독 수오 마사유키는 이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여주인공인 발레리나 구사가리 다미요와의 결혼으로 또 한번 화제를 불러모았다. 한국에서는 2000년 6월에 개봉되었다.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 목소리로 한 번 더 듣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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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노래는 월드팝정모에서도 잘부르는 노래입니다
춤추게 만들어요
월드팝 정모.
지두 가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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