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12 - <안연> 편 20230214
논어에서의 백성은?
<안연> 편에서는 백성을 다스리는 지침이 등장한다. 2장에서는 백성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받들 듯이 하고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9장에서는 백성을 풍족하게 하라며 기근이 들어 재정이 부족해도 세금을 많이 거두지 말라고 한다. 이어 17장에서는 올바르게 이끈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냐고 말한다. 또 19장에서는 정치를 하는데 살인이라는 방법을 쓰면 안된다며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은 풀이기에 풀이 바람이 불면 눕는 것처럼 군자가 선해지려 한다면 백성들도 선해질 것이라고 한다.
<안연> 편을 읽으면서 계속 논어 <태백> 편 9장에 등장한 “백성은 따르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알게 할 수는 없다”라는 공자의 말이 생각났다. 처음 책을 읽을 당시 백성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가진 것 같던 공자가 이렇게 말을 하자 당황스러웠다. 백성을 하나의 어리석은 무리로 보는 말 아닌가? 이 장을 어떻게 해석하는 지에 따라 “풀은 위로 바람이 불어오면 반드시 눕습니다”라는 문장의 뜻도 크게 달라진다. 처음 읽었을 때는 혼란을 준 문장이었지만 <안연> 편을 읽은 후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먼저 이 문장을 해석하기 전에 논어라는 책의 목적을 살펴보아야 한다. 논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군자’는 지금 시대에서는 도덕적 성품을 가진 사람을 뜻 하지만 공자 시대에서는 군주라는 뜻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논어는 나라를 다스리는 군자에게 덕을 가르치려는 책이다.
“백성을 따르게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알게 할 수는 없다”라는 문장은 백성을 어떻게 따르게 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이 또한 <안연> 편에서 등장한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옛날부터 누구나 죽게 되지만, 백성이 믿어주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백성이 믿어주지 않으면 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정치는 백성의 신뢰라 말하고 있다. 공자가 말하는 신뢰는 속아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백성들의 신뢰는 통치자가 다스려온 방식과 그가 펼친 정책들의 결과물이다. 이는 공자가 말하는 군자가 만들어가야 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논어가 군자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바는 <위정편> 편 3장에서 나타난다. “정령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빠져나가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덕을 이끌고 예로써 다스리면 부끄러워할 줄도 알고 바로잡게 된다.” 형벌과 법을 통한 다스림을 중시하던 시대(기원전 770~403)에서 형벌보다는 덕과 예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합니다”라는 문장과 연결된다. 공자의 가르침은 당시 백성들을 이용하려는 생각만 가진 이들에게 경고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군자가 백성에게 따라야 할 이유를 일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지만 백성이 가르침을 알 수 없는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공자는 백성들을 원리와 이유를 알지 못하는 점을 안타깝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현대의 정치인들보다 백성의 신뢰가 필요한 사람들은 없다. 그들이 백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공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