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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單刀直入)
혼자서 칼을 휘두르고 거침없이 적진으로 쳐들어간다는 뜻으로, 필요하지 않은 말을 모두 빼고 바로 용건만 말하거나 글을 쓸 때 곧바로 필요한 말만 쓰는 것을 뜻한다.
單 : 홀 단(口/9)
刀 : 칼 도(刀/0)
直 : 곧을 직(目/3)
入 : 들 입(入/0)
(유의어)
일침견혈(一針見血)
출전 : 전등록(傳燈錄)
단도(單刀)는 ‘한 자루의 칼’이고, 직입(直入)은 ‘곧게 들어가다’라는 뜻이다. 즉, 한 자루의 칼을 들고 곧바로 쳐들어감을 나타내는 말로, 필요하지 않은 말을 모두 빼고 바로 용건만 말하거나 글을 쓸 때 곧바로 필요한 말만 쓰는 것을 뜻한다.
불교에서는 생각과 분별과 말에 거리끼지 않고 진경계(眞境界; 실제의 그대로 그린 실경)로 바로 들어가는 것으로 수단과 방편을 쓰지 않고 적수로 그 심부를 찔러 심안(心眼)을 열어주는 것을 말한다.
노주(盧州) 징심원(澄心院) 민덕(旻德)화상이 장로(長老)로 흥화(興化)화상에게 가 있을 때였다.
어느날 흥화 화상이 법상(法床)에 올라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단적(端的)으로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증명할 것이다. 뛰어난 무술인이나 장수는 목표를 정한 이후에는 단칼을 들고 바로 들어가 용맹하게 나아가 싸운다. 많은 말은 무익하다.”
若是作家戰將 便請單刀直入 更莫如何若何.
이때 민덕 장로가 대중속에서 나와 흥화 화상에게 절을 하고는 할(喝)!하고 크게 외쳤다. 그러자 흥화 화상도 할!하였다. 민덕이 다시 할!하자 흥화도 다시 할!하였다. 민덕은 흥화에게 절을 하고 대중속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에 흥화 화상이 입을 열었다. “민덕 장로가 오늘밤 나를 20방 때렸다. 비록 이와 같으나 저 민덕 장로는 믿을 만한다. 그가 외친 할이 작용을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송(宋)나라 석도원(釋道元)의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2 노주징심원민덕화상에 나오는 이야기다. 여기서 단도직입(單刀直入)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혼자서 칼 한 자루를 들고 적진으로 곧장 쳐들어간다는 뜻인데 여러 말을 늘어놓지 아니하고 바로 요점이나 핵심에 이르는 것을 비유한다.
단도(單刀)는 단봉(單鋒)인 병기로 칼날이 예리하고 길다. 직입(直入)은 직접 진입하여 방해되는 생각이 털끝 만큼도 없음이라.
송서(宋書) 권7 전폐제본기(前廢帝本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남조(南朝)의 송(宋)나라 전폐제(前廢帝)는 악정을 일삼았다. 함부로 죽이니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대신들이 황제를 살해하기로 은밀히 모의하고 기회만을 노렸다.
마침내 어느날 밤 기회가 왔다. 황제가 신임하는 수적지(壽寂之)가 칼을 품고 궁중에 들어가고 강산지가 그를 도왔다. 황제가 도망가려고 하자 수적지가 쫓아가 죽였다.
여기서 나온 회도직입(懷刀直入)에서 단도직입(單刀直入)이 유래하였다고도 한다. 세상 일이 단도직입으로 해결되는 게 많지 않겠지만 그 본질은 단도직입으로 파악해 두어야 할 일이다.
단도직입(單刀直入)
혼자 칼 한 자루로 적진에 들다, 요점이나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다.
혼자서 한 필의 말을 타고 적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면 單騎匹馬(단기필마)고, 창 한 자루가 있으면 單槍匹馬(단창필마)다. 혼자서 칼 한 자루를 들고(單刀) 적진으로 곧장 쳐들어간다(直入)면 더욱 용감한 장수를 연상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으나 실제 일상에 흔히 사용되기는 여러 말을 늘어놓지 아니하고 바로 요점이나 본문제를 중심적으로 말함을 이르는 말이다.
말을 할 때나 문장에서 본론에 들어가면서 빙빙 돌려 말하면 진이 빠지니 핵심을 찔러 간단하게 해주길 원한다. 공연히 말만 많이 하여 입만 아프고 보람이 없는 徒費脣舌(도비순설)보다 開門見山(개문견산)과 같이 문을 열면 바로 산이 보이는 직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성어가 오랫동안 도를 닦는 불교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물론 어리석은 중생에겐 한마디로 깨우쳐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중국 宋(송)나라의 승려 释道源(석도원)의 ‘景德傳燈錄(경덕전등록)’에 처음 등장한다.
이 책을 쓴 석도원은 생몰연대와 경력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지만 釋迦牟尼(석가모니) 이전의 過去七佛(과거칠불)부터 達磨(달마) 제자까지 인도와 중국의 조사 언행을 기록하여 禪宗(선종)의 귀중한 僧傳(승전)으로 취급받는다고 한다. 모두 30권에 이르는 이 책의 12권 旻德和尙(민덕화상) 조에 실려 있는 내용을 옮겨보자.
廬州澄心院(여주징심원, 廬는 농막 려)의 민덕스님이 興化(흥화)란 곳에 있었을 때 흥화선사가 대중에게 설법한 말이다. ‘만일 작가가 장수로 싸움터로 나서려거든(若是作家戰將/ 약시작가전장), 오직 한 자루의 칼만을 몸에 품고 거침없이 들어가(便請單刀直入/ 편청단도직입), 다시는 이러쿵저러쿵하지 말라(更莫如何若何/ 갱막여하약하).’ 여기서 作家(작가)는 기략이 있는 학인이나 남의 스승이 될 만한 師匠(사장)을 말하고, 불도를 닦으려 하는 것을 전장에 비유했다. 목표를 굳게 믿고 용맹하게 정진하거나 군더더기에 거리끼지 말고 곧바로 핵심을 찔러 心眼(심안)을 열어주는 것이라 했다.
불교의 도에 이르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도 바쁜 일상에서는 더욱 핵심을 찌르는 것이 필요하다.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서슴지 않고 정면으로 대번에 요점을 들어 말하는 것은 당사자나 받아들이는 측에서 이해가 빠르다.
군더더기를 늘어놓다 보면 정작 하고 싶었던 요지를 놓쳐버리고, 듣는 사람은 나중에 지쳐 알아들을 수 없다. 조리가 없이 말을 이러쿵저러쿵 橫說竪說(횡설수설)하게 되면 같은 자리에 있어도 나중에 무슨 말인지 몰라 ‘혼사 말하는데 상사 말한다’고 衆口難防(중구난방)이 된다.
▶️ 單(홑 단, 오랑캐 이름 선)은 ❶회의문자로 単(단)의 본자(本字), 单(단)은 통자(通字), 单(단)은 간자(簡字)이다. 식구들을 먹여(口) 살리기 위해 많은 날을(十) 밭(田)에 나가 홀로 열심히 일한다는 데서 '홑'을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單자는 ‘홀로’나 ‘오직’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單자는 원시 무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다. Y자 형태로 그려졌기 때문에 마치 새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그렸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무기인 투석(돌팔매)을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보다도 왜 무기의 일종을 그린 글자가 ‘홀로’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인지가 더 의문이다. 일설에는 이것이 혼자서도 사냥할 수 있는 도구였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래서 單자는 단독으로 쓰일 때는 ‘홀로’나 ‘오직’이라는 뜻을 갖지만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彈(탄알 탄)자나 戰(싸울 전)자처럼 여전히 무기라는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單(단, 선)은 오직, 다만, 단지의 뜻으로, 수와 관련되는 어떤 명사(名詞) 앞에 쓰여 ①홑, 하나 ②오직, 다만 ③혼자 ④참, 정성(精誠) ⑤참으로 ⑥한 벌의 옷 ⑦큰 모양 ⑧단자(單子: 물목이나 사실을 죽 벌여 적은 종이) ⑨모두, 죄다 ⑩외롭다 ⑪복잡(複雜)하지 않다 ⑫다하다, 나머지가 없다 ⑬도탑다(서로의 관계에 사랑이나 인정이 많고 깊다), 인정이 있다 ⑭느리다, 완만(緩晩)하다 ⑮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다 ⑯크다, 그리고 ⓐ오랑캐의 이름(선) ⓑ고을의 이름(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외로울 고(孤), 홀로 독(獨),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겹칠 복(複)이다. 용례로는 복잡하지 않고 간단함을 단순(單純), 단 하나 또는 단 한 사람을 단독(單獨), 문법 상의 뜻과 기능을 가지는 언어의 최소 단위를 단어(單語), 길이나 질량이나 시간 등 어떤 양을 수치로 나타낼 때 비교 기준이 되도록 크기를 정한 양을 단위(單位), 각 단위마다의 값을 단가(單價), 단 하나로 복잡하지 않음이나 다른 것이 섞여 있지 않음을 단일(單一), 단 한번이나 한차례를 단번(單番), 하나의 과목이나 하나의 학과나 학부를 단과(單科), 단 한 가지의 원소로만 이루어진 물질을 단체(單體), 음향 등의 가락이 단일함을 단조(單調), 한 가지 빛깔을 단색(單色), 단 혼자의 몸을 단신(單身), 단 하나의 층 또는 단 하나의 층으로 된 사물을 단층(單層), 단 한번 하는 절을 단배(單拜), 혼자 길을 걸어 감이나 혼자의 힘으로 일을 처리함을 단보(單步), 간략하고 또렷함을 간단(簡單), 성명과 해당 사항을 간단히 적은 문건을 명단(名單), 혼자서 칼을 휘두르고 거침없이 적진으로 쳐들어간다는 뜻으로 문장이나 언론의 너절한 허두를 빼고 바로 그 요점으로 풀이하여 들어감을 이르는 말을 단도직입(單刀直入), 단일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민족을 이르는 말을 단일민족(單一民族), 한 쪽의 문서와 한 개의 증거라는 뜻으로 불충분한 증거를 이르는 말을 단문고증(單文孤證), 한 필의 말과 한 자루의 창이라는 뜻으로 간단한 무장을 이르는 말을 필마단창(匹馬單槍), 아무 데도 의지할 곳 없는 몹시 외로움을 이르는 말을 형단영척(形單影隻),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홀몸을 이르는 말을 혈혈단신(孑孑單身), 외로운 베개와 얇은 이불이라는 뜻으로 홀로 쓸쓸히 자는 여자의 이부자리를 이르는 말을 고침단금(孤枕單衾) 등에 쓰인다.
▶️ 刀(칼 도)는 ❶상형문자로 칼을 본뜬 글자로 옛 자형(字形)은 사람인(人=亻; 사람)部와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려웠다. ❷상형문자로 刀자는 ‘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칼을 뜻하기에는 다소 모양이 이상하지만, 이것은 고대에 사용하던 칼의 일종을 그린 것이다. 이 칼에는 굽은 칼날 위로 뾰족한 날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것은 적의 칼날을 부러뜨리거나 밀어내는 역할을 했었다. 刀자는 그러한 형태가 변화된 것이다. 칼은 물건을 자르거나 베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刀자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대부분이 사물이 갈라지거나 ‘공격하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刀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刂자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刀(도)는 ①칼 ②화폐(貨幣)의 이름 ③거룻배(돛이 없는 작은 배) ④종이 100장 ⑤무게의 단위 ⑥갈치(갈칫과의 바닷물고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칼 검(劍)이다. 용례로는 칼로 이마에 입묵하던 형벌을 도묵(刀墨), 작은 칼을 도자(刀子), 칼을 만드는 사람을 도공(刀工), 칼과 검을 도검(刀劍), 칼의 몸을 도신(刀身), 칼집을 도실(刀室), 포목을 마르고 재는 일을 도척(刀尺), 종이의 가장자리를 가지런히 베는 일을 도련(刀鍊), 도검에게 새긴 명을 도명(刀銘), 칼의 배면을 도배(刀背), 썩 잘 드는 칼을 쾌도(快刀), 옛날에 만든 칼을 고도(古刀), 과실 깎는 칼을 과도(果刀), 긴 칼을 장도(長刀), 짧은 칼을 단도(短刀), 보배로운 칼을 보도(寶刀), 새김칼로 글씨나 형상을 나무나 돌 따위에 파는 데 쓰는 칼을 각도(刻刀), 칼날에 베인 흔적을 도흔(刀痕), 얼굴에 있는 잔털이나 수염을 깎는 일을 면도(面刀), 의사가 수술을 하기 위해 메스를 잡음을 집도(執刀), 아주 험하고 위험한 지경을 비유한 말을 도산검수(刀山劍水), 칼은 부러지고 화살은 다 써서 없어짐 곧 싸울 대로 싸워 다시 더 싸워 나갈 도리가 없음을 도절시진(刀折矢盡),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는 뜻으로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설참신도(舌斬身刀) 등에 쓰인다.
▶️ 直(곧을 직, 값 치)은 ❶회의문자로 十(십)과 目(목)과 乚(숨을 은; 隱의 옛자)의 합자(合字)이다. 十(십)과 目(목)을 합(合)하여 열개(여러 개)의 눈(많은 사람)으로 숨어 있는(乚) 것을 바르게 볼 수 있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르다, 곧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直자는 ‘곧다’나 ‘바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直자는 目(눈 목)자와 十(열 십)자, 乚(숨을 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直자의 갑골문을 보면 단순히 目(눈 목)자 위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눈이 기울어지지 않았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눈 위에 획을 하나 그려 넣었던 直자는 금문에서부터 눈을 감싼 형태의 획이 하나 더해져 ‘곧다’라는 뜻을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直자는 때로는 ‘가격’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가격이란 정확해야 하기에 ‘바르다’라는 의미가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直(직, 치)은 (1)이직(理直)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곧다, 굳세다 ②바르다, 옳다③굽지 아니하다 ④기울지 아니하다 ⑤부정(不正)이 없다, 사(私)가 없다 ⑥펴다, 곧게 하다 ⑦꾸미지 아니하다 ⑧온순하다 ⑨억울함을 씻다 ⑩당하다, 대하다 ⑪대적하다 ⑫바루다, 고치다 ⑬모시다, 시중들다 ⑭곧, 즉시 ⑮바로 ⑯일부러 ⑰다만, 겨우 ⑱바른 도(道), 바른 행위(行爲) ⑲숙직(宿直)⑳세로 등의 뜻과 값 치의 경우는 ⓐ값, 물가(치) ⓑ품삯(치) ⓒ만나다, 당하다(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바를 정(正), 곧을 정(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굽을 곡(曲)이다. 용례로는 중간에 매개나 거리 간격이 없이 바로 접함을 직접(直接), 두 점 사이를 가장 짧은 거리로 연결한 선을 직선(直線), 수평선과 수직선이 이루는 각을 직각(直角), 바로 눈에 보임을 직관(直觀), 바른 대로 알리거나 고해 바침을 직고(直告), 두 직선 또는 두 평면이 직각으로 만나는 일을 직교(直交),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곧장 목적지로 들어가거나 들어옴을 직입(直入), 일이 생기기 바로 전을 직전(直前), 바로 그 아래 곧장 그 밑을 직하(直下), 실정을 바른대로 말함을 직토(直吐), 있는 그대로 베껴 씀을 직사(直寫), 올바르고 착실함을 직실(直實), 원의 지름을 직경(直徑), 직접적로 예속됨을 직속(直屬), 거짓으로 꾸미거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음을 솔직(率直),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성품이 바르고 곧음을 정직(正直), 몸 따위가 굳어서 뻣뻣하게 되는 것을 경직(硬直), 똑바로 드리운 모양을 수직(垂直), 옳고 그름이나 굽음과 곧음을 곡직(曲直), 어리석고 고지식함을 우직(愚直), 그 날 그 날의 당직을 일직(日直), 마음이 굳세고 곧음을 강직(剛直), 곧게 바로 비치는 광선을 직사광선(直射光線), 직계에 속하는 가족을 직계가족(直系家族), 지나친 정직은 도리어 정직이 아니다는 직궁증부(直躬證父), 인정에 벗어난 신의를 직궁지신(直躬之信), 곧이 곧대로 재빨리 나아간다는 직왕매진(直往邁進) 등에 쓰인다.
▶️ 入(들 입)은 ❶지사문자로 入(입)은 토담집 따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중에 대궐 같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內(내)라 일컫지만 본디 入(입), 內(내), 納(납)은 음도 뜻도 관계가 깊은 말이었다. ❷지사문자로 入자는 '들다'나 '빠지다', '간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그동안은 入자를 사람이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해석했었다. 사람을 뜻하는 人(사람 인)자를 반대로 그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入자의 갑골문을 보면 본래는 뾰족한 삼각형을 그렸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무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入자가 '들어가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나무를 끼워 맞추기 위해 끝을 뾰족하게 다듬은 형태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入(입)은 ①들다, 들이다 ②간여하다 ③빠지다, 지나치게 정신이 쏠려 헤어나지 못하다 ④시집보내다, 받아들이다 ⑤떨어지다, 떨어뜨리다 ⑥투신하다 ⑦섬기다, 벼슬하다 ⑧공략하다 ⑨죽다 ⑩담그다 ⑪수입(收入) ⑫입성(入聲: 사성(四聲)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들일 납(納),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출(出), 떨어질 락/낙(落)이다. 용례로는 서울로 들어가거나 들어오거나 함을 입경(入京), 새로 들어가 삶을 입주(入住), 들어가는 어귀를 입구(入口), 타국에 들어감을 입국(入國), 어떤 단체에 가입함을 입단(入團), 장내로 들어감을 입장(入場), 학교에 들어감을 입학(入學), 물건을 창고에 넣음을 입고(入庫),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훈련소나 연구소 등에 들어감을 입소(入所), 외국으로부터 물품을 사 들임을 수입(輸入), 끌어들임이나 인도하여 들임을 도입(導入), 물건을 사들임을 구입(購入), 어떠한 사건에 관계하게 됨을 개입(介入), 돈이나 물품 따위를 거두어 들이는 것을 수입(收入), 조직이나 단체 등에 구성원으로 되기 위하여 듦을 가입(加入), 어떤 곳이나 상태에 기세 있게 뛰어드는 것을 돌입(突入), 정한 인원 외의 사람을 더 넣음을 투입(投入), 물건 따위를 사들임을 매입(買入), 산에 들어가 놓고 범 잡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막상 일을 당하면 처음과 달리 뒤로 꽁무니를 뺌을 이르는 말을 입산기호(入山忌虎), 귀로 들어온 것을 마음속에 붙인다라는 뜻으로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입이저심(入耳著心), 어떤 고장에 가면 그곳의 풍속을 따르고 지킴을 일컫는 말을 입향순속(入鄕循俗), 들은 바를 곧장 남에게 말함 또는 남의 말을 제 주견인 양 그대로 옮김을 일컫는 말을 입이출구(入耳出口), 들은 것을 마음속에 간직해 잊지 아니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입이착심(入耳着心), 국경에 들어서면 그 나라에서 금하는 것을 물어 보라는 말을 입경문금(入境問禁), 귀로 듣기에 싫지 않다는 뜻으로 아첨함을 이르는 말을 입이불번(入耳不煩), 불 속에 들어가 밤을 줍는다는 뜻으로 사소한 이익을 얻으려고 큰 모험을 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을 입화습률(入火拾栗), 집에 들어서는 어머니를 받들어 종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입봉모의(入奉母儀), 타향에 가면 그 고을 풍속을 물어서 그에 따르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입경문속(入境問俗), 특별히 가까운 손님이나 기밀을 상의할 수 있는 상대를 일컫는 말을 입막지빈(入幕之賓), 남의 방안에 들어가 창을 휘두른다는 뜻으로 그 사람의 학설을 가지고 그 사람을 공격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입실조과(入室操戈), 가면 갈수록 경치가 더해진다는 뜻으로 일이 점점 더 재미있는 지경으로 돌아가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점입가경(漸入佳境), 도끼를 들고 못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물건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전연 쓸데없고 상관없는 것을 가지고 옴을 이르는 말을 게부입연(揭斧入淵), 남의 대청을 빌려 쓰다가 안방까지 들어간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지하다가 차차 그의 권리까지 침범함을 이르는 말을 차청입실(借廳入室), 먼저 들은 이야기에 따른 고정관념으로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선입지어(先入之語), 쫓기던 새가 사람의 품안으로 날아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궁하면 적에게도 의지한다는 말을 궁조입회(窮鳥入懷)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