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단상 24/들깨토란탕]<4cus 굿나잇>커피를 마셔보지 않을래요?
평소 ‘세미-식도락가(semi-食道樂家)’라며 이른바 ‘맛집’을 즐겨 찾는 편이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니가 맛없는 게 어디 있냐? 다 맛 있지”라는 말을 듣는데, 식도락가일 수는 없는 일이다. 하여간 서양 요리만 아니라면 우리 음식은 어떤 음식도 잘 먹는다. 설거지할 것도 없이 스님처럼 남김없이 깨끗이 비워내니까 말이다. 종편, 공중파 가릴 것없이 ‘먹방’이 아니면 방송이 안될 정도로 넘쳐나는 요즘엔 맛집 찾는 것은 일도 아니다. 먹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 요리하는 법도 가르치느라 난리다. 60대 졸혼卒婚이나 황혼이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튜브는 ‘온갖 요리의 천국’. 양념만 제대로 갖추고 따라만 하면 어려운 요리도 즉석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최근 즐겨찾는 식당이 있는데, 엊그제는 식당주인(김사장님)과 1시간여 얘기를 나눴다. 79세인 그분은 우리 몸에 더 좋은 음식(요리)개발을 말년의 미션으로 삼은 듯했다. 일단 현재의 식당의 주요 메뉴는 들깨칼국수, 들깨토란탕, 들깨삼계탕인데, ‘들깨는 보약’이라는 신념의 소유자이다. 값도 싼데, 정말 맛있고, 입에 차악착 감기는 느낌이다. 한때 서울에서 유명 출판사를 두 곳이나 운영하여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한다. 웬만하면 『기적의 영작문』이라는 책을 아시리라. 일본인 저자의 책제목이 『일일일제一日一題在』였는데, 사장님이 바꾸어 히트를 쳤다고 한다. 제목도 판매를 가름없는 큰 요소이다. 선풍적인 베스트셀러, 70만부가 팔렸다던가. 현재도 꾸준히 나간다니 대단한 책임에 틀림없다. 9년 전 낙향하여 완주 구이에서 6년, 현재의 곳(상관)에서 3년째이다. 인근에 1천여평의 밭에서 온갖 채소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어떤 화학물질(MSG)도 넣지 않으므로, 반찬들이 담백하다. '음식보국飮食報國'이 남편의 신념이라지만 사모님의 고충은 얼마나 심할까, 안쓰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살아생전 꼭 먹어야 할 요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사장님의 음식철학을 듣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출판사 사장답게 ‘제목’도 잘 뽑으신다. ‘부모님(스승)께 꼭 드시게 해야 할 요리’ ‘친구들과 꼭 먹어야 할 요리’를 개발하느라 진짜로 날마다 여념餘念이 없다면 말 다했지 않은가. 말하자면 좋은 요리로 모든 국민의 입을 즐겁게 하고, 좋은 요리로 100세 시대를 만드는데 공헌하고 싶다는 것. 식당 벽면에 붙여놓은 대형 현수막의 <인간수명 100세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 모두 100세 건강을 준비합시다>라는 큰 글씨 아래 “음식으로 못고치는 병은 의사도 못고친다”는 ‘의사醫師의 아버지’히포크라테스(BC 460-370년. 예수보다 400년도 더 앞섰)의 어록이 쓰여져 있다. 당시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우유牛乳야말로 가장 완벽한 식품(Milk is the perfect food)”이라고.
언제 연구를 했는지 모르지만, 머리 속이 온통 산야초山野草를 중심으로 한 좋은 요리 개발 생각으로 꽉 차있는 듯하다. 네 번째 식당을 찾으니 그제서야 반색을 하며 ‘굿뉴스’를 전하기 바쁘다. 유일한 흠이 있다면 당신의 요리에 너무 자신감에 넘쳐 있고,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 이른바 장광설자長廣說者라는 것이다(사모의 말씀으로는 아무에게나 수다를 떨지 않고 얘기가 통하는 사람과는 이 나이에도 밤이 짧다는 것이다). 밥을 먹는데 옆에서 계속 말을 걸거나, 듣거나말거나 당신 얘기를 해대니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도 그 열정熱情에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를 공해나 민폐라고 해야 할까,. 하하.
좌우당간, 그분이 최근 개발한 건강기능식품 이야기이다. 음식도 보약이지만, 잠(수면睡眠)도 역시 보약이다. 잘, 푹 6시간이상 잘 자는 것도,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것만큼 중요한 일. 불면증으로 시달리는 사람을 알고 있는데, 약을 먹어도 어림없다니 그런 불행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만든 기능식품 이름을 보자. <4CUS(포커스) 굿나잇>이란다. 개발이 끝나 내달이면 출시를 한다는데, 작은 콜라병 크기로 2잔이 나온다. 굿나잇(good night)를 하는데 포커스(focus)를 맞췄다한다. 병값이 1000원이라 1병에 4900원은 받아야 할 것같단다. 잠자리에 들 때 숙면熟眠이 보장되는 밤에 마시는 커피, 처음 지은 ‘굿나잇 커피’ 이름은 식약청에서 거부당해 새로 지은 이름이 <4CUS 굿나잇>이다. 역시 노익장老益壯답게 작명도 세련됐다. 성분을 보자. 환산초(환산덩굴), 맥아(엿기름), 블루베리, 둥글레, 뚱딴지(돼지감자), 산조인山棗仁(미얀마산産 뫼대추씨앗), 결명자, 토종대추로 만들었다는데, 보약의 개념으로 차를 마셔야 하므로 잠을 푹 자게 된다고 호언장담한다. 중앙 일간지 한 면 전체에 광고를 때릴 계획이며, 카피를 “김정은위원장에 강추하는 굿나잇 커피, 마시고 통일에 기여합시다로 생각했는데 혹시 국가보안법에 걸리지 않겠냐”고 묻는다. 하하. 효과에 관계없이 기발하다. 꼭 한번 사먹어봐야겠다.
두 번째 개발한 건강기능식품은 <4CUS 허니>이다. 출시 박두! 환삼초와 맥아는 당연하고 찬 성질을 중화시키는 오가피와 블루베리 그리고 미국산 캣터스허니파우더(cactus honey powder)가 주요 성분이라고 한다. 환삼초(덩굴)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 빠진 식물인데, 혈관을 청소하고 확장해준다는 것을 본인의 실험 결과, 발견했다는 것이다. 또한 소화기능 개선과 전립선염이 치료됨에 따라 성기능이 크게 강화된다니 이런 천연산 비아그라가 어디 있을 것인가. cactus라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단어를 알게 해주어 고마웠다. 선인장仙人掌꿀가루는 미국에서 수입해 온다는데, 예부터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사막의 식물이 아니던가. 이것 역시 기발했다.
세 번째 개발할 제품은 <4CUS 아메리카나>. 커피 한 잔에 만성피곤증이 다 풀린다는 데야 ‘약장수’도 아니고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기대를 해보자. 위와 장이 튼튼해지면서 만성피곤증이 해소된다는 데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4CUS 3총사> 시리즈 완결판이라고 한다. 출시하자마자 영순위로 구입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흐흐.
식당 벽면에 쓰여진 문구들을 새롭게 읽어본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자연식!>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나 자신!> 그분의 개똥철학이 오롯이 담긴 문구 역시 멋지다. 음식에 넣는 소금도 천일염보다 10배가 비싼 자연산 토판염을 사용하는데, 그분이 만든 조어 ‘맛쟁이(진정한 음식의 맛을 찾는 사람) ’들을 위한 것이란다. 맛쟁이야말로 ‘멋쟁이’도 된다는 그분의 지론에 박수를 보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 본인 자신이라는 문구를 보고, 나는 “나 자신이 곧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이군요”라는 화답和答을 했더니 반색을 하며, 투머치토커의 제2막 ‘수다’가 시작될 조짐을 보인다. 하여 “다음에 오면 4CUS 시리즈 맛 보게 해주실 거죠”라며 서둘러 일어섰다. 그분은 음식개발연구가에 앞서 <행운의 시작>이라는 책을 낸 소설가였다. 어느 매체에 발표도 하지 못할 즉석인터뷰의 덤으로 <기적의 영작문>과 <행운의 시작>을 선물받았으니 신이 날 밖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바로 ‘식약동원食藥同源’ 좋은 밥과 좋은 요리야말로 우리 몸에 보약과 뿌리가 같은 것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친구와 꼭 같이 먹어야 할 요리’ 들깨토란탕을 친구와 함께 한번 더 먹으러 가야겠다. 이 졸문을 보고 들깨토란탕 입맛이 당기시면 곧 전화를 하거나 달려오시라. 가난한 연금생활자라 해도 유붕자원방래 有朋自遠方來하면 어찌 아니 불역열호不亦說乎일 것인가.
첫댓글 정말, 음식보국 그 행님은 터머치토커일세.
유투?
79세임에도 불구하고 정열이 청년 뺨 때리는 수준일세.
우천은 어찌 이런 고귀한 분을 잘 사귀는지?
이 또한 하늘이 준 선물이라 생각이 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