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니
이 영 주
올해는 다른 해도보다 눈도 많이 오고 삼한사온이 실종되어
여러 날 째 춥다.
작년에는 얼음이 얼지 않아 동네 겨울축제를 연기했는데 올해는
너무 추워 야단 들이다.
얼음이 얼지 않으면 겨울이 춥지 않다고 투덜, 너무 추워도 투덜,
자연은 인간의 불만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고민일 거란
생각이 든다.
화천으로 이사 온지 만 4년이 되었다.
사람을 직접대하는 직장이 아닌 직장을 다녀서 그런지,
정년퇴직 후 몇 번 사기를 당할 번한 일이 있고나서
사람대하기가 싫어지고 조용한 곳에서 살았으면
하던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아들 딸 모두 결혼을 시키고 둘이 남았으니
복잡한 도시보다 조용한 농촌에서 살자고 하였다.
춘천서 배후령터널을 지나 30분 거리인
화천군 간동면 유촌리는 아내의 고향이고
건너편 도송리는 어머니의 고향이다.
그 곳에 땅도 마련해 두었다.
아내가 상속받은 땅이 있는 유촌리로 이사 가서
조용히 살자는 아내의 말에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네 어른들이 도송리가 남향이고
집짓는 데는 풍수로 보면 자네네 땅이 유천보다는
좋다는 말을 듣고 도송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를 왔다.
처음에는 아내가 적응을 못하고 우울증이 걸리겠다고
하기에 “당분간 이스라엘에 있는 딸집에 다녀오라” 하였다.
아내를 현미경이 아니라 망원경으로 보며 시간이 가면
언제는 차츰 적응이 되리라 믿었다.
“나는 이곳에 이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적응하기에 쉽지 않았지만 나보다 더한
아내에게 빈 말도 했다.
이제는 아내가 농촌에 적응하고 동내사람들과도
잘 지내서 다행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광등전구하나 갈아 끼울 줄 모르던 내가
전기 시설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농약도 구별할 줄 알고,
농민의 최대 고민인 농산물 판로도 어느 정도 확보해 놨다.
이제는 잔디 이불을 덮으러 갈 때까지 건강관리만
꾸준히 잘하면 된다.
작년부터는 장작 패는 일로 땀방울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전기톱이 위험해보여 못썼는데,
안전에 신경을 써서 다루기 시작했고,
고장 나면 톱날을 바꾸어 끼고 고쳐 쓸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한 달간 하던 겨울축제도 끝났다.
그동안 시간이 없어 그냥 두었던 콩과, 결명자를 도리깨로
털고 땅콩도 정리 했다.
아내와 둘이 즐기는 농천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니
하루하루가 즐겁다.
이 곳 생활에 적응되어 불편함은 없으나 점점
나이 들어가며 뇌기능이 떨어지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었다.
가스 불을 끄지 않아 냄비바닥이 구멍이 날정도로 태워
혼이 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군에서 노인들이 있는 집마다 자동타이머를
달아주워서 안심이 된다.
갈수록 휴대전화를 찾는 일이 늘어나 아내가 없을 때는
찾기가 힘들어 며느리가 쓰던 중고 휴대전화를 한 대
더 마련했다.
휴대전화를 잊어버릴 때마다 며느리가 준 중고전화를 이용해
집 주변에서 울리는 벨소리를 듣고 찾는다.
자주 잃어버려 고민을 했더니 사위가 귀국하면서
소품 넣는 작은 가방을 마련해 주었는데
어떤 때는 그 가방채로 잊어 버려 다시 찾으러 가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며칠 전 친구 모친 장례식장에 다녀오면서
보름동안 뵙지 못한 어머님을 뵙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농협에 돈을 찾으러 갔다.
농협에서 카드로 돈을 찾았는데 집에 와서 준비를 하고
식장에 가려니 카드는 있는데 돈이 없었다.
혹시 차에 두지 않았을까 해서 차를 뒤졌지만 돈이 없다.
아내는 농협에서 카드만 가지고 오고 돈은 CD기계에서
꺼내지 않았을지 모르니 농협에 들려보자고 하였다.
“두 시간이 지났는데 있겠어.”
춘천 나가는 길에 혹시나 하고 마감시간이 지나
농협에 들렀더니 농협직원이 “돈 찾으려 오셨죠.” 하면서
돈을 건넨다. 어찌나 반갑던지!
직원은 카드나 통장을 넣은 후 찾은 돈은 놔두고
카드만 챙겨 가면 벨이 울리고 그래도 찾아가지 않으면
다시 통장에 자동입금 된다고 했다.
밤새 눈이 내렸는지 온 대지가 하얗다.
이른 아침 이장이 눈을 치우면서 올라오는지 트랙터
소리가 들린다.
수레바퀴가 굴러가듯 잊고,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인가 보다.<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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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가끔은 사람만나는 것이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 때문에 지치기도하고 또, 사람 때문에 살기도 합니다.
저도 이제부턴,
가까운 사람일수록 ‘현미경이 아닌 망원경’으로 봐야겠습니다.
‘잔디이불’이란 표현이 참 재미있습니다.
‘수레바퀴 굴러가듯 잊고 기억하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감동입니다.
수필 한편 잘 감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얄미운 사람
글로 만납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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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고맙습니다. 농촌 삶의 성공하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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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