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조사모사의 일환으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데 아스파트 위에
한뼘이 너머 보이는 지렁이 한마리가 꿈틀거리며 어디론지 기어가고 있었다.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보아 늙었거나 아니면 병이 들었거나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보여졌다.
그냥 지나치려다 발길을 돌려 길가에 떨어져 있는 꼬챙이로 들어올려 길가 풀속으로 내던져 주었다.
조금 있으면 해가 올라와 뙤약볕에 노출되면 금세 말라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꼬챙이로 긴 몸뚱아리를 들어올리려고 바닥으로 밀어넣으려고 하니까 최후의 발악인지 온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들댄다'는 속담도 있다. 아무리 미물이지만 자기방어를 위해선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다.
땅속에 구멍을 파고 사는 지렁이지만 아스팔드에 구멍을 내지는 못할 뿐더러 기어서 가장자리로 간다고 하더라도
시멘트로 된 턱이 있어 독력으로는 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예전 어릴 때 시골에 살 때 어머니는 뜨거운 구정물도 마당가에 뿌리실 때 꼭 식혀서 버리셨다.
땅밑에도 생명체인 지렁이가 사는 데 뜨거운 물을 바로 버리시면 땅 밑에 사는 생물이 죽을 것이라고 하셨다.
어미니는 땅밑에 사는 생물까지도 생각하셨는데 나는 비가 올 때나 그치면 추녀밑에 있는 땅을 파서 지렁이를 잡아
낚시 미끼로 썼다. 낚시도 없어서 못을 숫돌아 갈아서 우그리고 낚싯줄은 비료푸대 묶은 실로 썼다.
낚시에 지렁이를 끼워 물속에 던져 넣으면 고기들이 웬 떡이냐고 입질을 시작하였다. 낚시에 미늘이 없으니 물고 올라오다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렁이는 ‘지구 토양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한다. 땅 속에는 여러 가지 생명체들이 살고 있지만, 지렁이는 특히 전세계 어디에나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무게로 따지자면 땅 속 생물체 전체 무게의 80%를 지렁이가 차지하고 있다. 지렁이는 썩은 나뭇잎이나 동물의 똥 등 유기물을 즐겨 먹는다. 특히 낙엽이 진 뒤 오래된 것일수록, 단백질 함량과 당 함량이 많은 것일수록 좋아한다.
지렁이는 신선한 나뭇잎에 점액을 분비해 잎을 습하게 만들고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가 진행되면 먹는다.
지렁이가 먹이를 먹는 과정은 생태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동물의 똥이나 식물의 잎은 그 자체로는 토양에 흡수되기 어려워서 영양분으로도 쓰이기 힘들다.
지렁이와 같은 토양 생물과 미생물이 이들 유기물을 잘게 분해해 영양 흡수를 촉진한다. 지렁이가 유기물을 먹고 뱉은 배설물 역시 토양을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렁이는 먹이를 먹은 뒤 12~20시간 뒤에 배설하는데, 이 배설물은 분변토라 불리며, 거름 성분으로 쓰이는 N, P205, K20 외에도 탄소, 아민산, 유기물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지렁이의 생태는 토양의 순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렁이는 지표의 낙엽 등 유기물을 땅 속 서식지로 운반해 흙과 함께 섭취한다. 지렁이가 먹이를 서식지까지 운반하는 과정을 통해 지표의 유기물은 땅 속으로, 땅 속의 광물은 지표로 순환하게 된다. 농사를 지을 때 쟁기로 밭을 가는 행위를 지렁이는 평생토록 하는 셈이다. 지렁이가 많이 사는 토양은 이 같은 지렁이의 행위로 땅 속에 많은 미세한 굴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지렁이 서식 지역의 흙은 스폰지 같이 폭신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돌을 고르고 거름을 줘 잘 갈아놓은 비옥한 밭의 느낌과 같다. 지렁이가 살면서 만들어 둔 땅 속 통로는 빗물을 땅 속 깊이 빠르게 시켜 식물이 수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30~40년전에 부산에 지렁이 바람이 한번 휩쓸고 지나갔다.
내 고종 형님이 어디서 소문을 듣고 앞으로 토룡탕이 붐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김해 비닐 하우스에
지렁이를 키우시겠다고 해서 한번 놀러 간 적이 있다. 양식장을 보니 바닥에 비단을 깔고 그 위에 소똥을 뿌리고 그 속에 지렁이를
키운다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자라면 지렁이를 잡아다가 추어탕처럼 탕을 끓여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지렁이가 단백질이라서 일본에서는 고급 음식으로 날개돋친듯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말을 듣고 아무리 지렁이가 단백질원이라고 한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혐오감을 가지는데 시장성이 별로 좋지 않다면서 빨리 그만 두시라고 해서 빨리 손을 빼서 큰 손해는 보지 않고 넘기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