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충암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육군 중장)이 부임 6개월 후 방첩사 내 수사기구를 격상시키고 본인(사령관) 직속으로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계엄 실행 전 방첩사 수사기능을 장악하려고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마이뉴스>가 12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방첩사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12월 3일) 약 7개월 전인 5월 1일 방첩사가 임삼묵 2처장 산하 '방첩수사실'을 사령관 직속 '방첩수사단'으로 승격시키는 직제개편"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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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전 수사 장악 의혹"... 방첩사 "역량 강화 목적, 몇 명 보강 수준"
군 정보기관인 방첩사는 당초 1처장 산하에 보안 업무를, 2처장 산하에 방첩 업무를 두고 있었다. 1처장 산하 보안 업무 담당자가 문제를 포착하면, 2처장 산하 수사실로 넘기는 구조다.
하지만 여 전 사령관 부임 후 직제개편으로 2처장의 역할이 축소됐다. 더구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 당일 해외출장을 가 있었는데, 이를 두고도 '계엄 실행에 방해될 수 있어 출장을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첩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본래 2처장이 수사실 등을 통해 방첩 업무를 지휘하는데 이 기능을 여 전 사령관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본인 직속으로 운영하게끔 만든 것"이라며 "(방첩사 내부에선) 계엄 전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기 위해 직제를 개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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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후신인 방첩사는 지난 11월 '계엄사-합수본부(합동수사본부) 운영 참고 자료' 문건을 작성하며 "내란을 사전에 모의한" 핵심 기관으로 의심받고 있다. 추미애 의원에 따르면, 이 문건은 여 전 사령관 지시로 작성돼 결재까지 이뤄졌다.
방첩사 측은 안규백 의원실에 "(해당 직제개편은) 방첩 역량 강화 및 수사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인원 변화는 크게 없었다. 편제 조정으로 몇 명 보강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김대우 전 수사단장은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구금 시설 및 체포와 관련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 지시를 받은 정치인이 14명이고, 이를 위해 49명의 방첩사 사복 체포조가 투입됐다'는 내용도 증언했다.
비상계엄 당시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그로부터 '국회의장, 여야 대표 등 체포 대상 명단을 전달받고 이들의 위치를 파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전혀 몰랐다. 텔레비전 보고 알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