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란 펑크의 일본식 표현이다.
우리에겐 영어의 펑크(puncture) 보다 관습적으로 써 온 빵꾸가 더 친근감이 있다.
예전에는 길가에 '빵꾸'라고 한글로 쓴 광고판이 제법 눈에 띄였으나 지금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 타이어나 자동차의 타이어 수리를 하는 조그만 점포였다.
오늘 막내 녀석이 차를 좀 쓰겠다면서 친구 몇명을 태워 진주로 갔었다.
진주에 도착하여 회의를 마치고 점심때쯤 점심식사 하러 갔던 모양이었다.
집에 있는 데 갑자기 막내 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어제 연료가 떨어졌다길래 카드를 주면서
절반만 넣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왕복에는 조금 모자랄 것 같아서 출발하기 전에 연료량을 잘 첵크해 보고 모자라겠다 싶으면
미리 보총하고 일러 주었는데 느낌이 조금 수상했다.
전화를 받고보니 아니나 다를까. 타이어가 빵꾸가 났다는 것이다.
달리고 있는데 뒷차가 빵빵 클락션을 울려서 차를 갓길에 세우고 보니 타이어 빵꾸가 났더라고 한다.
운전 경력이 별로 없어 뒷트렁크에 있는 스페어 타이어를 꺼내 바꿀 수도 없을 것이고 해서 일단 보험사에 연락하라고
보험사 전화번호를 불러 주었다. 그랬더니 애니카 서비스에서 출동하여 스페어 타이어를 꺼내 교환해 주면서 기사가 하는 말이
"이 일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타이어는 12년 됐고 꺼낸 스페아 타이어는 자그마치 22년이 됐다고 하더란다.
그러구선 부산 가면 당장 타이어점으로 먼저 가라고 하더라나.
10년전 정년퇴임후론 별로 갈데도 없으므로 자동차는 주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처박아 두고
한달에 두어번 수퍼마켙에 장 보러 갈 때만 운행을 하였으므로 타이어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스페어 타이어는 차량출고시에 나온 것이므로 나도 꺼내 본 적도 없었다.
배 탈때 일본에 입항하면 TV 에서 일본의 유명 타이어인 브리지스톤에서는 "타이어는 생명을 태우고 다닙니다"라고 선전을 했다.
타이어는 생명과 관계가 되므로 좋은 타이어를 선택하라는 광고였다.
1997년 카디프대학에 교환교수로 나갔다가 IMF사태를 맞았다. 원화가치가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월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내 월급으론 방세도 못내는 형편이 됐다. 그렇지만 식솔들을 도로 데리고 들어올 수도 없었다. 빚을 내서라도 버틸는데까지 버텨봐야만 했다. 다음해 여름방학때가 되어 두번 다시 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에 나온 김에 아이들에게 유럽 구경이라도 한번 하고 가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캠핑장비를 차에 싣고 집을 나섰다. 독일 오토반에서 야간에 시속 135마일(200km)로 달렸다. 깜깜한 밤중에 앞만 보고 달렸다. 하이델베르그에서 뮌헨까지 가는데 밤 12시 안에 뮌헨 캠핑사이트까지 도착하기 위해서였다. 무사히 뮌헨 캠핑사이트까지 도착했으나 이미 늦은 밤이 돼서 문이 굳게 닫혀 있었으나 벨을 계속 누르자 관리인이 밖에 나가서 술을 한잔 하고 들어오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자동차 타이어를 첵크해 보니 타이어가 고무신 바닥처럼 다 닳고 없었다. 오토반에서 작은 못이라도 박혔더라면 우리 가족은 아마 이 세상에 남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아찔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