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널리 소문을 내야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올린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낙상은 조심해야 한다. 어줍잖게 넘어져도 뼈에 금이 갈 수 있으니까.
옛날 같으면 낙상으로 고관절 골절상을 입으면 대부분 1년을 못 넘기고 죽었다고 한다.
일어날 수가 없으니까 등창이 나고 갑갑증이 나서 지레 죽었다는 것이다.
고관절은 허리와 엉덩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관절이다.
나는 수술을 받고 절뚝거리면서도 가까운 곳에는 걸어갈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4월 11일 아침 광안리 바닷가에 나갔다가 모래사장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나무 계단에 앉는다는 것이
그만 모래바닥에 퍽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엉덩인지 사타구니 부근인지 찌릿한 통증이 오더니 그길로
옆으로 쓰러져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 이럴 수가 있나? 하고 아무리 버둥거려도 지렁이 댄스만 출 뿐이었다.
발버둥치다보니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모래만 뒤집어썼다. 계단에 앉을 수도 없었다.
전화라도 하려고 누가 좀 안아 일으켜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성가신 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멀쩡하게 차려입은, 나이깨나 든 양반이 지랄병이라도 도졌나? 하는 시선으로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반바지 런닝 차림으로 달리기 운동하던 건장한 청년이 번쩍 안아 계단에 앉혀주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눌님도 기장에 볼일이 있다고 가고 집에 없었다.
119에 전화를 몇 번이나 해서 구급차가 바닷가에 왔다. 119 구급대원이 내 휴대폰을 가지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마눌님, 아들들...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니 바로 병원으로 갈 수는 없었다. 구급차에 실려 집으로 오니 급히 연락을 받고 달려온 마눌님이 놀란 눈으로 문을 열었다. 모래투성이인 몸으로 침대에 누우니 통증이 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119 구급차로 가까운 센텀 병원에 실려가 입원을 했다. 4월 12일에 수술을 받았다.
마취에서 깨고 나니 소변줄을 끼고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담당 의사가 빠르면 2주, 늦으면 3주만에 퇴원을 한다고 했다.
처음 열흘 동안은 위험해서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5월 1일 퇴원을 했다. 의사의 권유로 워킹 롤러를 샀지만 집에 오니 지팡이로도 걷기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은 밖에는 못 나가고 집안에서만 걷기운동을 했다.
제일 괴로운 것은 밤 잠자리였다. 이리 누워도 결리고 저리 누워도 아프고 또 세 번이나 잠이 깨어 화장실에 가야했다.
그래서 날이 새는 것이 반가웠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면서 걷기운동을 했다.
건강할 때 15분 걸리던 길을 30분만에 걸었다. 그런데 걷기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관절에서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났다. 뼈와 뼈가 맞닿아 소리가 난다는 것은 정상일 수가 없었다.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그게 [발음성 고관절 증후군]이라고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한다. 소리가 나는 자체만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무리한 운동은 삼가해야 된다고 한다. 딱딱한 의자에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도 한참 동안 통증이 심한데 이 증상도
일반적인 것이라고 한다. 아직은 양말도 혼자 신을 수 없고 발톱도 깎을 수없어 마눌님이 깎아준다. 이뻐서 깎아주는 게
이니고 발톱이 너무 길어 신발에 걸치적거리기 때문이다. 현관에 던져놓은 신문을 집을 수 없어 주방에 있는
튀김집게를 훔쳐 썼더니 마눌님이 노발대발해서 다이소에 가서 쓰레기집게를 하나 사 왔다. 꼭 엣날 뱀꾼 집게 같은 것이다.
처음 모래박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버둥거릴 때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이 성경에 나오는 야곱이었다.
야곱은 태어날 때부터 쌍둥이 형 에서의 발목을 잡았고 태어나서도 어머니의 비호를 받아 아버지를 속여 장자권을
가로챘고. 집에서 도망쳐 외삼촌 집에서도 외삼촌의 드라빔을 훔쳐나왔다. 형님 에서에게 맞아죽을까 봐 얍복강 가에서
숨어 있을 때 하느님의 사람과 씨름을 해서 환도뼈가 부러졌다. 하나님이 환도뼈를 부러뜨린 그 야곱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버지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속으로 "이놈아, 이놈아, 네 병이 네게 족하도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가리늦가사 하나님께 항복하고 범사에 감사하라!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를 복창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리는 아프지만 재활운동은 열심히 해야 된다고 한다. 아직도 잠자리가 불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다리를 다치고나니 마눌님의 태도가 많이 부드러워졌고, 내 연금 통장 잔고가 조금씩 불어난다. 술을 안 마시니!
술 끊겠다고 통합중독솬리센터에 내발로 진작 찾아갔지만 여태 절주를 못했던 것이다. 그걸 하나님께서 끊게 해주신 것이다.
앞으로의 투병생활에 도움이 될 조언 부탁드립니다! 특히 부인, 아들, 딸을 의사로 두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