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본부, 토요일 택배 근무 추진 위해 11일 노조와 협상
김용욱 기자
우정사업본부가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집배원 주5일제를 폐지하고 토요일 택배 근로 재개를 추진하면서 집배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집배원 주5일제는 우정노조 총력 투쟁으로 지난해 8월부터 시행했지만, 10개월여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우정사업본부가 이미 지난 5월에 이메일과 스마트폰 서비스 적자를 이유로 한 조직개편 과정에서 1,023명의 하위직을 감축한 데 이어 토요 택배 업무를 추진하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현장 집배원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집배원 장시간-중노동 없애기 운동본부’는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요 근무 재개 즉각 철회 △하위직 인력감축, 고위직 승진 잔치 철회 △집배원 인력증원 약속 즉각 이행 등을 촉구했다.
우정사업본부는 물량 축소로 인한 적자 폭 증가와 7월 출범 예정인 공영TV홈쇼핑 택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문에 토요일 택배 근무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민 편익 증진도 주요 배경으로 들고 나왔다. 우정사업본부 우편신사업과 관계자는 “토요 배달을 하지 않아 국민 불편 민원이 많다. 제주도 같은 경우 농수산물 같은 신선식품 민원이 다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공익적 차원의 해소가 가장 큰 문제”라며 “통상 물량이 줄어 적자 폭도 커질 여지가 있어 토요 배달 문제를 해소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집배원들은 지금도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데 토요 근무까지 재개되면 투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승묵 우정노조 시흥 우체국 지부장은 “이미 직제개편으로 1,023명의 인력감축을 하고도 우편 사업 적자 해소를 현장 집배원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며 “장시간 근로를 해결하지 않고 토요 택배 배송 서비스 재개는 집배원 모두를 죽이는 정책이다. 목숨을 걸고 저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우정노조가 한국노동연구원에 맡긴 연구용역에 따르면 집배원은 평균 하루 11-12시간, 주 60여 시간, 월평균 242-268시간을 일한다. 1년을 기준으로 법이 정한 근로시간보다 166일이 더 많다.
안양 우체국 윤여병 집배원은 “집배원들은 (인력 부족으로) 초 단위로 뛰어다니며 점심도 못 먹는다. 택배는 늘어나는데 인력충원은 거의 없었다”며 “팔다리가 부러져도 깁스를 하고 나오라고 한다. 집배원은 죽으면 무릎부터 썩어들어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장시간 노동 현실을 전했다. 이어 “새벽 6시에 출근해 별이 보일 때까지 일하고, 동료 중 누가 다치면 인력을 충원하는 게 아니라 그 업무를 겸배해야 한다. 주5일제가 폐지되면 우리는 초주검이 될 것”이라며 “집배원 목숨을 담보로 적자를 해결하려는 작태를 그냥 두고볼 수는 없다”고 했다.
집배원 주5일 근무제는 노사협의 사항이라 우정사업본부는 최대한 노사협의를 통해 토요 택배 근무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우정본부는 11일 천안에서 예정된 전국지부장단 회의에서 집배원들을 최대한 설득할 계획이다. 우편신사업과 관계자는 “지금은 노사 간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라며 “내일 지부장단 회의에서 여러 문제를 전반적으로 짚어보고 토요 근무 재개 시기나 필요 인력 충원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5일제 시행 10개월여 만에 폐지를 추진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주5일제를 합의할 당시 급격한 경영상 환경 변화가 발생하면 협의하겠다고 한 조항이 있다”며 “국민 불편 민원도 생기고 수지도 악화돼 여러 측면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반면 운동본부는 “지난 10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한 채 우편사업 적자 원인을 토요 배달 서비스 중단으로 몰아 집배원에게 고강도 부담을 안겨주는 행위에 대해 완강히 거부할 것”이라며 “수십 년간 절대적으로 부족한 예산과 현장인력을 운용해 집배원 근로조건 악화는 물론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