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대략 70%가 한자에서 비롯됐다.
주객전도란 말도 주인과 객의 처지가 서로 뒤바뀐다는 뜻으로 사물의 경중, 선후, 완급 따위가
서로 뒤바뀜을 이르는 말로 한자어로는 主客顚倒가 된다. 여기서 주인주자 한 자가 술 주자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酒客顚倒.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만 계속 마시다보면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엔 결국 술이 사람을 마시는 꼴이 되고 만다.
며칠전 마산에서 마고 26회 마.부산 합동 단합대회가 진해 장백산 계곡에서 있었다.
한오십명 모였는데 변사또가 빠질 수가 없다. 그런데 어사또가 출두했는지 그 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 같았으면 춘향이를 수청들라 해 놓고선 말을 듣지 않으면 "매우 쳐라!"하고 고함을 쳤을 텐데
이번에는 좀 조용한 편이었다. 술도 한방울 하지 않고 콜라와 사이다만 찾는 걸보니 등등하던 그 기세도 한풀 꺾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소주를 맥주 글라스에 가득 부어라고 했었다.
작은 소주잔으로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작은 잔으로 거추장스럽게 여러번 따룰게 아니라 맥주잔에 호기롭게 부어 천천히 여유롭게 마시는게 주도가 아닌가 생각하는듯 했다. 술에는 막걸리로부터 위스키까지 종류도 많다. 하지만 음주량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소주병으로 환산한다. 그만큼 소주가 국민주로 자리잡은 것이다.
술은 장소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따라 마시는 용기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막걸리는 사발에, 소주는 꼬푸에, 그리고 맥주는 맥주 글라스에,
와인은 와인글라스에, 위스키는 위스키 잔에 마셔야 제 맛이 난다.
우리집에서는 와인은 독일 하이델베르그성에서 사 온 글라스에, 맥주는 바이킹 라인 크루즈에서 갖고 온 와인글라스처럼 생긴 약간 오목한 글라스에 부어 마신다. 마시는 동안에 와인 맛이나 맥주 맛뿐만 아니라 옛날 추억까지도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