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동 먹자골목
산수유 꽃이 노오랗게 피기 시작한 쌀쌀한 봄날, 그 동안 감기 몸살로 허약해진 몸을 추스리며
보신을 하기 위해 소문으로만 듣던 맛집을 찾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무려 1시간 20여분이나 걸려서 도착한 불광역. 전에 몇 번 와 본 기억을 더듬어
불광동 먹자골목안으로 들어 갔다.
골목안은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는데도 한산하기만 하여 골목 골목 찾아 봐도 맛집으로 유명한 집은
도저히 찿을 수가 없었다.
이곳 먹자골목의 한산한 모습이 요즘, 서민경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대변해 주고 있는것 같아서 마음이
씁쓸하였다. 서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하려고 안달이 난 정치꾼들 때문에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어
아무리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려고 해도 겨우 빠듯한 서민들의 생활에 여유가 조금이라도 없으니
이모양인 것 같다.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 못 찾은것 같아서 먹자골목을 한 바퀴를 삥 돌아서 불광초교 쪽, 큰길로 돌아 나와
다시 불광역 지하도를 통해 빠져 나온다는게 5번출구였다.
그 곳 큰길에서 미로 같은 좁은 사잇길을 빠져 나오니 바로 뒷골목 코너에 있는
보신탕의 명가 유정이 보였다. 우선 친절하고 상냥한 아가씨들의 써어비스가
마음을 흡족하게 하였고 꽤 넓은 홀안은 조금 지저분한 느낌이 들었지만 같이
동행한 지인과 마주 앉아 수육을 시켜 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꾸역 꾸역 손님들이
밀려 들어 와 금방 홀안이 손님들로 가득 차버렸다.
한참 만에 나온 수육은 야채를 푸짐하게 듬뿍 곁들여 내 놓아, 수육을 들기름에
와사비 들깨를 섞어서 찍어 먹는 맛이 매우 좋았다. 그 부드럽고 입안에서 슬슬 녹는
수육의 진미를 즐기며 모처럼 포식하였다.
또한 소주도 한 병 곁들여 마시니 오랫만의 미식가가 되는듯 기분이 최고로 좋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위의 수육을 다 비워 갈 즈음, 써어빙하는 아가씨가 공기밥을
비벼주어 누룽지까지 밥공기 뚜껑으로 박박 긁어서 앞접시에
떠 주어서 먹으니 정말 감칠나게 맛이 있었다.
이집은 영등포에서도 똑같은 상호로 운영하는데 서로 형제지간이라 했다.
소문에 듣던 대로 실비로 맛갈스럽게 토종 고기만 취급하니 손님이 많을 수 밖에 없었고,
역시 본가 원조다운 맛집으로서 손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꼭 다시 한 번 더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포만된 배을 두드리며 다시 먹자골목 경유, 아파트 단지 부근에서
젊은이들에게 길을 물어 북한산 둘레길 불광동 코스로 접어 들었다.
구십춘광,따스한 봄볕을 쬐이며 눈아래 내려다 보이는 풍광도 좋았고
구기터널방향에서 성산대교 방향으로 물 흐르듯 달리는 차량행렬을 무심이 바라보니
정말 다이돌핀이 팍팍 치솟는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봄이 서서히 우리 곁으로 다가 온 따스한 봄날, 입이 즐거웠고 눈이 즐거웠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이 또한 온 몸이 즐거운 것 아니겠는가?
첫댓글 블로그를 하시는 필이 나서 추적했더니 역시 풍성한 블로그를 하고 계시고 재주도 많으시네요. 방금 눈팅하다 돌아 왔습니다. 어느 분이신지 궁금해 집니다. 반가워요. 언제 성당에서 먼저 알아보신다면 꼭좀 먼저 말씀해 주세요. 차한잔 살께요.
Karak2님 제 불방에 귀한 발걸음 해 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야고보님께서는 맥주 한 잔 같이 하시자고 하고 또 님께서는 차 한 잔 사시겠다고 하시니 정말 영광입니다.저는 작년말 예비신자 금요반 교육을 받고 영세받은 이길천이삭이구요.저의 대부님은 이명구 요한입니다.매주 일요일 새벽 미사에 참석하고 귀가할 때면 내 영육이 정화되는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례식 받으셨던 것.. 새벽 미사에 나오시니 아침 잠이 많은 제가 만나뵙기 쉽지 않겠군요. ^^
자주 글 올려주시기 부탁 드립니다. 이렇게 소소한 일상도 좋습니다. 다음에 뵈면 차 한잔은 남아있습니다. ^0^
카페 운영하시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신데 제가 꼭 사드릴께요.
그리고 앞으로 저의 신앙생활에 멘토가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컥...왠 가분하신 말씀을 그리 심하게... 저는 발바닦 신자입니다. 부끄...
이삭님! 어디 가셨다가 이제야 돌아오셨나요?
기다렸습니다. 멋진 일상...잘 보았구요. 기회가 된다면, 그 유정...가보고 싶기도 하구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이제 자주 뵙지요...이 곳에서...
유려한 필치로 읽는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시게 하시는 야고보님, 부끄럽기만 합니다.
사모님께서도 저에게 만나 뵐때마다 관심가져 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어쩜 내외분 모두가 초신자인 저를 꼭 가족같이 대해 주시는지요..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