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봄비가 내린다. 앞집 마당엔 견공(犬公) 두놈이 비를 맞는다.
큰놈은 지난해 주인에게 너무 충직하여 누군가에 살해당한 비운(悲運?)의 주견공 후임이고, 작은 것은 지인이 일시 맡긴 것으로, 출산율 낮은 작금에 주인이 고민중인 놈이란다.
둘은 피붙이는 아니어도 기분 좋을때면 몸을 비비며 머리를 맞댄다. 개라고 한들 세대차가 현저하니 생각은 같지 않을게 당연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작은 것들이 관심을 끈다. 사람이 보이면 큰놈은 덤덤한데 비해 작은놈은 꼬리와 머리를 흔들어댄다.
그들을 내려다 보는 나는 두놈의 행동이 어린애 못지않게 귀엽다.
작은놈은 목줄매기전 천방지축 사고치며, 동네를 배회할때 대면했고, 큰놈은 먼발치에서만 보아 왔다.
아침에 작은놈이 지나치게 들이대다 주인여자에게서 대야로 머리통을 맞았다. 사랑의 매란걸 알런지 모르겠다만, 개권(!)은 동일 하단걸 알아야 했다.
큰놈은 집이 있는데 작은놈은 집이 없다. 큰놈은 그간의 공적을 쌓은 댓가이다. 작은놈이 창고곁으로 옮겨가면 비는 피하련만 자기집을 고집하는 것일까?
처음 작은놈은 바깥에서 비를 맞고 있었고, 큰놈은 집안에 있었다. 그러더니 비를 맞던 작은놈이 이상한 소리를 계속 했다. 빈부격차 시위인가? 구원의 호소인가?
잠시후 큰놈이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작은놈 옆에 엎드려 비를 같이 맞는다.
그들세상의 공정이고, 정의일까?
작은놈은 한동안 참고 견디더니 다시 칭얼대며 큰놈의 지붕위로 올라갔다. 지속되는 비가 싫은 모양이다. 큰놈은 여전히 비내린 마당 바닥에 배를 깔고 움직이지 않는다.
한참 큰놈의 행동을 바라보던 작은놈은 아래 바닥으로 내려와 곁에 엎드렸다. 어리광 섞인 시위를 해본들 별수 없음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나는 마치 작은놈을 가르치는양 하는 큰놈의 행동이 매우 대견스러웠다. '세상은 다 그런거야. 시간이 해결한다고...'
나도 개를 오랫동안 키워봐서 그들의 습성을 잘 아는 편이다. 개들은 물기 있는 곳이나 추한 곳에는 눕지 않으려 한다.
행동도 개가 사람보다 당연히 충직하다. 큰놈을 보며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에 마음 훈훈했다.
요즘 이 나라엔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많다. 국민들을 불행으로 이끌며, 자신들만의 탐욕을 채우는 정치꾼들이 으뜸에 섰다.
'개보다 못하다'는 말은 정직한 표현이다. 그래서 '개 같다'는 말은 욕이 아니라, 배려의 말이 되었다.
예전부터 인간의 본성은 선한지, 악한 것인지 나는 그게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여전히 세상이 혼란스럽다.
큰비 오는 날 정은이 한테서 핵폭탄 하나 뺏어왔다.
첫댓글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의 형제복지원에서 1975~1987년 일어난 인권유린 사건이다. 불법감금은 물론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이 자행됐다. 최씨는 15살이던 1982년 형제복지원에 감금돼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 최씨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 고공농성을 했다. 최씨의 농성으로 20대 국회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고, 2020년 5월20일 법안이 통과되면서 2기 진실화해위가 출범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