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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엄마
방송일: 20050802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김 지 선
씬1/ 녹음실(D)
현우, 들어온다.
짜증난 표정으로 앉아있는 지영과 미자.
미자 그래서, 결국 못 온대?
현우 지금 고속도로 타고 올라오는 중인데 너무 막힌다네요. 아무래도 녹음 내일로 미뤄야 될거 같은데요.
지영 (짜증 팍) 아니 걔는 무슨 스케쥴을 그렇게 빡빡하게 잡았대. 뭐야~ 게스트 한 명 기다리느라고 세 명이 두시간 동안 암것두 못하구.
(E) 지영 전화벨
지영 (받는) 어 엄마~ 무슨 그릇? 아~ 그거 지상이네 준다구? 줘. 어차피 엄마가 괜히 십 년 전부터 혼자 사 논거지. 난 맘에 들지도 않았어... 어? 못가지. 지난번에 못 간다구 얘기했잖아..... 짜증 나게 하니까 그렇지~ 아우 몰라 집에 가서 전화할테니까 끊어!
지영,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그런 지영을 미자, 가만히 본다.
지영 (끊고 나선 또 찜찜하다) 하여튼 별것도 아닌 거 갖구 전화해서 꼭 소리지르게 만들구...
현우 (미자 눈치 슬쩍 보면서 화제 바꾸려) 우리 기분전환할 겸 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죠.
지영 ..기껏 집에 가면 했던 말 또 하구 또 하구 그럴거면서 왜 자꾸 오래? 그럼 얼큰한 거 먹으러 가요. 속이나 확 시원해지게.
벌떡 일어나 휙휙 앞장서서 가는 지영
그런 지영 보는 미자의 표정 위로.
타이틀 엄마
씬2/ 음식점(D/ENG)
한식집에서 반찬 먹고 있는 미자, 현우, 지영.
지영 (반찬 집어먹으며 계속 엄마 얘기 중이다) 엄마가 옛날엔 이런 것도 다 집에서 만들었는데 나이 드니까 귀찮아졌나봐요. 오랜만에 집에 가면 먹을 게 하나두 없어. 아빠 불쌍해 죽겠다니까. .
현우 그래두 항상 집에 계시잖아요. 전 여덟 살 이후론 엄마하고 길게 얘기해본 기억이 없어요.
지영 잔소리는 안 들어서 좋았겠네요.
현우 근데 그래도 하실 건 다 하세요. 저희 엄마 아직까지도 직접 편지 써보내시는데.. (싫지 않은) 거기에도 밥 챙겨 먹어라. 술 마시지 말아라. 그런 잔소리는 꼭 있더라구요.
지영 하여튼 엄마들 지겨워 지겨워..
미자 ...엄마한테 잘해드려.
지영 ...어? (실수했다 싶어 화제 돌리려) 야. 근데 너현우씨랑 사귀는 거 성우들이 다 알았다며.
미자 어. 그렇게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E) 지영 전화벨
지영 (액정 보고) 아~ 또 전화왔네. (아까보다 풀어진 투로 받는다) 아 강여사. 또 왜? 그럼 엄마가 한번 오든가. (생각났다는 듯) 아 맞다. 근데 엄마, 동직 오빠네 사촌 결혼식 나 거기 가 말어? 아직 안 가두 되겠지? 그래?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아... 진작에 좀 가르쳐주지~ (또 짜증) 아 지난번에 얘기했었잖어! 결혼 한다구~
미자 (지영 통화하는 위로 NA) 나도 엄마가 있었다면, 요즘처럼 혼란스러울 때 얼마나 든든했을까...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빈자리는, 또 다른 무게로 나를 무겁게 한다.
미자, 표정.
씬3/ 윤아 회사(D/ENG)
윤아, 파일 들고 자기 자리에 앉는데
옆자리의 후배 유진(20대 중반 정도), 윤아를 보더니 부러운 표정.
유진 오과장님. 과장님은 집에서 독립 하셨죠?
윤아 어. 난 나온지 꽤 됐지. 친구랑 둘이 살아.
유진 좋으시겠다...전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부모님이랑 동생들이랑 같이 살아요.
윤아 챙겨줄 사람 많은 게 좋지 뭘 그래.
유진 저도 딱히 가족들하고 부대끼면서 사는 게 싫은 건 아닌데요. 그래도 매일 엄마랑 싸우고, 아빠한테 간섭받다 보면, 가끔 답답해요. (꿈꾸는 듯한 표정) 독립해서 자기만의 파라다이스를 갖는다는거...진짜 멋진 거 같아요...
윤아 (피식) 파라다이스?
유진을 보면서 뜻모를 웃음을 짓는 윤아.
씬4/ 윤아 회사 복도(D/ENG)
윤아를 따라 걷는 유진. 계속 종알 종알 댄다.
유진 ...고등학교 때부터 독립해서 사는 거 꿈이었거든요. 그래서 돈만 벌기 시작하면 바로 나가자, 생각은 했었는데요. 이제 회사도 한 3년 정도 다녔으니까 나와 살 때도 된거같구...
윤아 (OL) 알았으니까 어디 가서 밥 먹을지나 정해. 유진씨 이번 프로젝트 때 수고 많이 했으니까 내가 제대로 밥 한번 살게. 어디 좋은데 가서 먹자.
유진 그래요? 그럼...이왕 사주실 거면 이따 과장님 댁에서 저녁 먹으면 안돼요?
윤아 우리 집?
유진 네. 한번 가보고 싶어요. 안돼요?
윤아 아니...안될 건 없는데...
윤아의 표정.
씬5/ 거리 일각(D/ENG)
현우와 미자, 걷고 있다.
미자, 어딘가 좀 피곤해 보인다.
현우 (눈치) 자기 왜그래?
미자 아니..아까부터 몸이 좀 안좋네? 오늘은 그냥 일찍 집에 가야겠다.
현우 그래. 가자. 데려다 주께.
미자 아니. 자기 내일 일찍 나가야 된다며. 그냥 나 혼자 갈게.
현우 (망설이다) 자기 혹시... 아까...
미자 그런 거 아니야.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더위를 좀 먹었나봐.
현우 (표정 계속 안좋자)
미자 진짜야. 괜찮대두. 집에 가서 쉬면 좀 나을거야. (부러 밝은) 얼른 집에 가서 깜찍하게 전화하께. 빠이빠이~~
걱정스런 현우의 표정 뒤로 하고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미자.
씬/ 오피스텔 외경(N)
씬6/ 여자 원룸(N)
윤아, 주방에서 테이크 아웃 용기에 담긴 과일 샐러드,
흰 사각용기에 담긴 중국음식 등 꺼내고 있고
유진, 집 여기저기 들여다보면서 계속 감탄 중이다
유진 우와... 벽지 색깔이랑 바닥이랑 너무 특이하다. 이거 다 직접 고르신 거에요?
윤아 아니야. 여기 오피스텔 처음 지을 때부터 옵션 몇 개 중에 선택하게 돼 있었어. 얼른 와서 먹어.
유진 (주방 쪽으로 오며) 이 집이요, 제가 딱 바라던 크기에요...(주방 쪽으로 와서) 우와! 여기 다 빌트인이죠? 하긴, 요즘에는 가전제품 살 필요도 없구 이사하기두 편하다고 하더라구요. 오피스텔이니까 도둑 걱정할 필요두 없을 거구...(둘러보고) 진짜 이런데서 살면... 엄마 아빠 간섭도 없이 저어기서 조용히 혼자 책도 읽고... 홈시어터로 영화도 보구... 심심하면 친구들 불러서 놀아두 되구.... 너어무 멋지겠다..
윤아 (어색) 별루 안 멋진데... 근데 이렇게 다 사온 음식으로 대접을 해서 어떡하지?
유진 (먹으면서) 아니에요. 영화에두 이런 장면 나오잖아요.. 멋있다. 근데 요새는 아침 식사도 배달 서비스 된다면서요? 한식 양식 종류별로. 드셔보셨어요?
윤아, 표정.
씬7/ 거실(N)
미자, 집에 들어서면
화장실에서 나오던 부록, 미자를 맞는다.
부록 (미자 옷 보고) 너 아침에 그러고 나갔었어? 아이구.. 옷을 왜 그렇게 껴입고.. 낮에 안더웠어?
부록이 보니 미자 표정 안좋다.
부록 왜?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어? 얼굴이 왜 그래?
미자 (짜증) 아우 아니에요. 물어보지 좀 마요.
주방에 있던 우현 나와 미자를 눈으로 쫓으면서
우현 씻고 내려와. 저녁 먹게.
미자 안먹어요.
우현 (궁시렁) 하여튼 맨날 안먹는대지. 물어보는 사람 은 생각도 안하구. 그리구 아침에 나갈 때 방 꼬라지가 그게 뭐냐? (미자는 건성으로 듣고 방으로 올라가는데 뒤에다 대고 계속 중얼중얼 댄다) 방 꼴은 그 모양으로 해놓고 몸만 단장하면 뭐하니... 좀만 일찍 일어나면 될 걸 갖구......
미자 사라지면
부록 무슨 일이 있나보네..
우현 그르게요.
우현과 부록의 표정.
씬8/ 미자 방(N)
무심코 방에 들어와 옷 벗는데
방 여기저기 둘러보던 미자, 표정 변한다.
미자 (방문 열고 소리 지르는) 할머니! 할머니이! 내방 청소했어? (대답 없자 문 쾅 닫는데)
영숙, 방문 빼꼼히 열고 얼굴 내밀고
영숙 내가 낮에 치웠는데 왜 뭐 잘못됐냐?
미자 (짜증) 허리 아프다며. 뭐하러 그래? 하지 마~
영숙 아 그럼 처녀애 방이 전쟁 때 폭격 맞은 것 모냥 으루 너저분한데 그걸 그냥 놔둬?
미자 저녁에 들어와서 치울라 그랬단 말야~
영숙 (궁시렁 거리며 나간다) 피곤하다고 옷만 겨우 벗어놓고 자는 게 무슨...
빼꼼히 들여다보는 혜옥.
혜옥 (눈치보며) 미자야. 나 아까 얼굴 팩 사왔는데 제대로 사온 건지 요기 글씨 좀 읽어줄래?
미자 (OL. 귀찮다는 듯) 어. 내일 읽어드릴께...
눈치보다 혜옥 나가면
미자 (기침하고) 감긴가? (갸웃 하고 이마에 손 짚어본다) 열두...나네...
옷도 안벗고 그대로 침대에 눕는 미자.
피곤한 듯 눈을 감는다.
씬9/ 원룸 복도(N/ENG)
윤아, 운동복 차림으로 유진과 지나가는데
퇴근하던 정민과 마주친다.
윤아 이제 퇴근해? (유진 가리키며) 회사 후배.
정민 어. (목례 하고) 운동 가나부네.
윤아 정민씬 오늘 안가? 끝나고 맥주나 한잔 하지?
정민 나 오늘 너무 피곤해서. 내일 하자. 갈께.
정민 가고 나면
유진 ...오과장님 남자친구?
윤아 아니야.
유진 에이. 분위기 딱 보니까 남자친군데요? 저분도 요기 살아요? (의미심장하게 윤아 보면서) 좋으시겠다. 돈도 안들고. 김대리요. 지금 사귀는 여자가 원룸 살아서 사귄대잖아요. 저 예전에 만나던 애도 저만 보면 자꾸 독립하라고 계속 보챘었는데. 여러 모로 편하긴 하겠어요? 그쵸?
윤아 (표정)
유진 저요.. 옛날부터 그런거에 진짜 매력 느꼈거든요. 왜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놀러가면 츄리닝 입고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갖구 손수 요리도 해주고....그런 거 되게 섹시해 보이잖아요...(신났다) 근데 여기 지하에 바도 있나봐요?
윤아 응.
유진 그럼 운동 끝나고 맥주 땡기면 들어오는 길에 한잔씩 하구...그래도 되겠다 그쵸? 왜 미국 드라마 같은 거 보면 여자들이 혼자 바에서 칵테일 같은 거 마시고 그러잖아요. (마무리로 제대로 감탄) 이야~ 진짜 이런데서 독립해서 살면 지금보다 인생이 업그레이드 될 거 같아요! 나만의 공간에다가 자유라는 보너스까지!
윤아, 표정.
씬/ 집 외경(D)
씬10/ 미자 방(D)
미자, 머리에 물수건 올려진 채로
옷 다 갈아입혀져서 이불 덮고 누워 있는데
잠이 깬다.
미자의 시선에 흐릿하게 보이는 얼굴.
미자 ....엄마?
눈 뜨면 보이는 건 졸고 있는 영옥이다.
영옥, 열 펄펄 난 미자를 밤새 간호한 듯 하다.
미자, 그런 영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씬11/ 거실(D)
출근 준비하고 거실로 내려오는 미자
거실에 앉아있는 할 셋과 부록.
우현은 주방에서 나온다.
부록 너 옷이 너무 얇은 거 아니니? 몸도 아픈 애가...뭐 하나 더 걸치고 나가지.
혜옥 얘. 많이 아프면 회사에 전화하구 나가지 말어..
우현 나갈 거면 밥이나 먹고 출근하든가. 너 열 내린지 얼마 안됐는데. 그냥 나가면 휘져서 안돼.
미자 (표정은 밝다) 늦었어요. 그냥 가야돼요.
우현 너 방은 치웠어? 또 온 방안에 옷 다 널어놓고 나가는 거 아냐?
영숙 됐어. 아픈 애한테... 내 휘딱 치우면 되는걸.
영옥 거기 우산 내놨다. 챙겨가구, 조심해서 댕겨와. 일 쉬엄 쉬엄 하구.
미자 알았어요...알았어. (신발 신곤 뒤돌아 가족들 한명 한명 둘러보고 미소 띈 얼굴로 NA) 나는...다섯명의 엄마와 살고 있다. (밝게 ON) 다녀오겠습니다!
밝게 인사하고 나가는 미자.
씬12/ 거리 일각(D/ENG)
미자,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는데.
학교 가는 어린 아이를 배웅하는 젊은 엄마를 본다.
미자, 표정.
미자엄마(OFF) 미자야, 신발 똑바로 신어야지.(미자의 목소리)
씬13/ 거리 일각-회상(D/ENG)
어린 미자(초등학교 저학년)의 신발을
미자 엄마(미자)가 신겨주고 있다.
미자엄마 안 넘어지게.. 뛰지 말구. 우리 미자 자꾸 넘어져 버릇하면 나중에 이쁜 아가씨 돼서도 넘어진다. 그럼 사람들이 놀려요. (미자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어린 미자, 뛰어간다.
뒤돌아서 엄마 서 있던 곳을 향해 손 흔드는 어린 미자.
미자엄마(미자), 손 흔들어주고.
씬14/ 거리 일각-현재(D/ENG)
뛰어가는 어린 여자아이.
다시 엄마가 있던 곳 바라보면 현재 아이의 엄마가
아이 가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미자, 그곳을 잠시 응시한다.
미자 (NA) 그래도....엄마가 보고 싶다...
그윽하게 보는 미자의 모습에서.
씬/ 오피스텔 외경(N)
씬15/ 여자 원룸(N)
깜깜한 집 안.
(E) 딸깍, 열쇠 소리
윤아, 들어온다.
유진(E) ‘우와~ 퇴근해서 들어오는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나만의 아늑한 공간‘
윤아 (불안하게) 지영아~ (대답 없자)
깜깜한 집안. 윤아, 둘러보더니
현관문 옆에 달린 감지기 유심히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불 켜는위로
윤아(NA) 아늑한 공간이 아니라 때론 섬뜩한 느낌에 가슴 벌렁거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E) 초인종
윤아 (깜짝) 누구세요!
(OFF) 택뱁니다!
윤아 예. 잠깐만요~(신발장에서 남자 구두 꺼내 내려놓고 문 열어준다)
남자 택배직원 들어와 물건 전해준다.
//인서트-현관에 놓인 남자 구두//
직원 나가면 문 닫고
윤아 (NA) 모르는 사람이 방문했을때는 남자 구두 한 켤레가 필요한.. 아직도 여자 혼자 살기엔 무서운 세상이다.
한숨 푹 쉬는 윤아.
씬16/ 주방(N)
할머니 셋, 우현 저녁 먹고 있다.
우현 ...그래서 분명히 거스름돈 안 받았는데 자꾸 줬다고 우기잖아요. 나중엔 그 가게주인 엄마까지 나와서 자기 아들이 거짓말 한단 말이냐구 둘이 같이 달려드는데...참 엄마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말 못 잇자)
영옥 서럽긴... 아 사돈 나이가 몇 살인데 엄마 생각이야 생각이.
혜옥 그러게. 근데 난 참 희한한게.. 일생 엄마는 별루 생각 안나는 거 있지?
우현 (의아) 어떻게 그래요?
혜옥 내가 쌍문동 쓰레빠 동생 아냐. 내가 옆집 애랑 싸움이라도 붙어봐~ 큰언니 무조건 걔네 엄마하고 붙어서 바로 이겨줬잖아... 딴 집 엄마들보다 젊지 기운도 세지 당할 엄마들이 없었다니까. 사실 언니가 지금 쌍문동을 이만큼 주름 잡게 된 것두... 내 덕이 크지.
영숙 (꿀밤) 나이 들어두 속없기는.. 너는 어버이날 마다 언니한테 카네이션 달아줘야 돼. 언니가 너 키우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영옥 저게 그런거 기억이나 할 년이냐? (혜옥 한심한 듯 보며) 애 봐준 공 아무리 없다 그래도... 이왕 봐 줄래면 머리 좋은 애를 봐 줘야돼 머리 좋은 애를.
씬17/ 영옥의 회상
#17-1 동네 일각(D)
어린 영옥(16세 정도), 혜옥을 업고 집집 마다 기웃대는
한 아줌마는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혜옥 받아드는데/
한 아줌마는 매정하게 들어가버린다/
영옥 (OFF) 내 나이 열 여섯에 엄마가 혜옥이 저거 낳구 덜컥 앓아눕는 바람에... 내가 저거 업구 젖동냥부터 안해본 게 없어...
#17-2
젊은 영옥, 담벼락 쪽에서 나오려다
누군가를 발견하고 멈칫, 한다.
젊은 남자 (단정한 흰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
영옥을 보고 웃으며 다가온다.
영옥, 주춤 주춤 뒤로 물러난다.
남자, 성큼성큼 걸어와 영옥의 어깨를 턱 잡는데
영옥, 당황한 표정으로 아기 업고 있다.
남자, 실례했다는 표정으로 꾸벅 인사하고 뒤돌아 간다.
영옥 (OFF) 저거 때문에 연애 걸던 남자들이 죄다 도망 갔으니.. 하마터면 시집도 못갈 뻔 했지...
씬18/ 주방(N)-현재
회상에 잠긴 영옥 표정.
영숙 (혜옥 보며) 젖 주겠다는 사람 없으면 언니가 쌀을 하루 죙일 입으로 씹어서 죽을 해갖고 널 멕였어 이것아. 먹성은 또 어찌나 좋은지 한 말을 씹어도 그걸 다 받아 먹었으니 원...
혜옥 (숙연)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 거 같애...
영옥 아 그게 어떻게 기억이 나! 갓난쟁이 땐데!
혜옥 한심한 듯 보는 영옥의 표정.
씬19/ 여자 원룸(N)
윤아, 저녁 먹으려는 듯 상 차리려다
그릇 탁 놓으며 그냥 앉는다.
윤아 (NA) 혼자만의 시간이 즐거울 때도 있지만, 가끔은 혼자 밥 먹는 게 죽기보다 싫을 때가 있다.
윤아, 핸드폰 꺼내 전화번호 찾더니 건다.
윤아 정민씨? 난데 뭐해? 저녁은? 안먹었어? 우리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에이~ 나와라. 내가 쏘께. 안돼? (실망하는) 알았어.
이때 지영, 동직 들어온다.
윤아 (반갑게) 지영아! 동직오빠! 밥 먹었어?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내가 쏘께.
동직 (움찔) 야. 니가 날 그렇게 반가워하니까 무섭다...
지영 (시무룩) 늦는다며?
윤아 (눈치보고) ...뭐야? ...나가줘?
지영 됐네요. 좀 있다 엄마 온댄다.
윤아 (좋아라) 그래? 잘 됐네. 엄마 오시면 같이 밥먹으러 가자. 엄마 뭐 좋아하셔?
동직 느네 엄마 오신대는데 쟤가 왜 저렇게 반가워하냐?
지영 (시무룩) 몰라.
갸웃하는 동직과 지영.
씬20/ 헬쓰장(N/ENG)
러닝 머신 하고 있는 윤아.
윤아 (NA) 남자친구가 있어도, 마음 내키는 대로 집에 데려올 순 없다. 우리나라에서 여자의 독립은 아직은 100% 독립이 아니다. 가족들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인사 하는 윤아
윤아 (NA) 언제라도 혼자 사는 여자를 씹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주위에 차고 넘친다. 그래서 여자 혼자 살수록 엄격한 자기 규율이 필요하다.
아령하고 있는 윤아. 시간 경과 느낌.
윤아 (NA) 힘들어서 그만 하고 싶지만... 이렇게라도 몸관리 안했다가 병이라도 나면.. (고개 절레절레) 혼자서 아픈 거.. 정말 서러운 거다. 운동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겐 생존의 문제다.
이 악물고 아령 드는 윤아.
씬21/ 할머니 방(N)
과일 먹으며 얘기 하고 있는 할머니 셋과 우현.
영숙 어디 혜옥이만 그랬우? 나두 언니 아니었으면 못 살았지. 나 시집살이할 때 언니 없었으면 아마 그 시집 못 살았을 거야.
씬22/ 영숙의 회상
#22-1 옛날 부엌(N/ENG)
젊은 영숙, 부엌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밥 꾸역꾸역 먹고 있다. (상 없이 바닥에서)
영숙 (OFF) 하루종일 밭일에 집안 일에 시어머니 시중까지... 그러고 보니 시집가서 몇 년은 상위에서 밥 먹어본 적이 없었네. 친정이라도 번듯했으면 좀 나았을까. 한번은 시어머니가 트집을 잡다.. 잡다., 어떻게 너는 시집올때 번듯한 옷 한 벌도 안해왔냐구 구박을 해대는데....
#22-2 한옥 방안(N/ENG)
젊은 영숙, 방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바느질 하고 있다. 슬쩍 방문이 열리고
젊은 영옥, 보따리를 툭 던진다.
영숙 (OFF) 언니가 그 얘길 어떻게 전해들었는지 내 옷을 지어 가지고 밤새 그 먼길을 걸어서 왔잖수...
영숙, 그냥 가려는 영옥의 손을 잡는데
//인서트-온통 상처투성이인 영옥의 손//
영숙 (OFF) 쉬지 않구 걸어와서 온몸은 땀범벅이구...너무 반가워 언니 손을 꼭 잡는데... (울컥) 바느질 하느라 상처 투성이가 된 언니의 손... 그 손은 내가 흙 속에나 묻히면 겨우 잊을까. 못잊지 못잊어.
#22-3 물살 세찬 강가(N/ENG)
강가를 바라보고 있는 영숙.
눈물 그렁한 표정.
영숙 (OFF) 몇 년이 지나도 태기는 없고 시어머니 구박은 갈수록 심해지지. 그렇다구 미영애비가 살갑길 했었나... 너무 서럽구 힘들어서 확 죽어버리려고 맘도 먹어 봤지. 근데... 엄마 돌아가시고 우리 때문에 그 고생을 한 언니 생각을 하니까..(울먹) 못 죽겠드라구... 나까지 죽으면 언니 가슴에 또 얼마나 대못이 되어 박힐까 싶어 차마 못 뛰어들겠드라구요.
씬23/ 할머니 방-현재(N)
일동 분위기 숙연한데
영옥 (눈물 그렁/ 분위기 바꾸려) 의그. 그 시집살이 끝나면 좀 재미나게 살 줄 알았더니..
혜옥 (킥킥 대며) 작은 형부 노름판 나갈 적마다 언니가 잡으러 다녔잖어. 쓰레빠 휙 던져서 노름판 한방에 엎어 놓구 형부 귀 잡고 집에까지 질질 끌고 오구.
영숙 (자랑스레) 암~ 웬만큼 무서운 장모들 명함도 못 내민다고 미영애비가 혀를 내두르는데 그때마다 내가 어찌나 고소한지~
영옥 좋~댄다.
우현 (감탄) 진짜 대단하시네요 사돈어른...
영옥 어유 징그러~ 징그러~ 엄마 돌아가시고 이것들 땜에 그 고생을 할 때마다 얼마나 원망 많이 했는지... 엄마만 생각하면 지금두 열딱지가 나는게.. 난 엄마 때문에 팔자가 바뀐 년이야... 어우~ 미워 미워~ (고개 절레절레 하면서 나가고)
씬24/ 거실(N)
영옥 나오는데
영숙 (OFF) 젊어선 동생들 뒤치다꺼리 하느라고 청춘 다 가. 늘그막엔 좀 편할라나 했더니 미자 에미 죽고 미자 돌보느라 고생해. 언니 팔자도 참...
듣는 영옥, 표정 만감이 교차한다.
영옥 근데 미자 얜.. 열도 겨우 내려놨는데 하루 쉬지 그 몸 해갖구 나가선 연락두 없네...
밖으로 미자 마중 나가는 영옥.
씬25/ 바(N/ENG)
윤아, 혼자서 앉아서 칵테일 마시고 있는데
윤아 (NA) 외국 드라마처럼, 근사한 바에서 혼자 즐기는 칵테일. 그런 건 우리나라에선 안통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러고 있으면...
중년 (약간 혀 꼬인 소리) 아가씨. 혼자 왔어?
윤아, 고개 들면
술취한 중년남 느끼하게 윤아를 보고 있다.
윤아 (NA) 십중 팔구는 이렇게 된다.(짜증스럽게 ON) 일행 있거든요? (웨이터 쪽 쳐다보면)
웨이터가 중년남 끌고 가버리고
잠시후 유진 와서 앉는다.
유진 과장님. 바쁘신데 죄송해요. 상의 드릴게 있어서요....아무래도.. 집 나오려구요.
윤아 그래?
유진 오과장님 댁 가보니까...저도 독립해서 멋있게 살아보고 싶더라구요. 이왕이면 회사 가까운데 살고 싶은데...
윤아 (피식) 혼자 나와 사는 거 그렇게 만만한 거 아냐.
유진 알아요. 그래두 혼자 사는 사람들 불편하지 않게 다 잘 돼 있던데요 뭘.
윤아 돈 많아?
유진 (갑자기?) 네?
윤아 원룸에 방범 장치가 아무리 잘돼 있어두 혼자 있을 땐 여전히 불안하고 무서워. 그래서 우리 집은 보안 장치도 이중으로 달았어. 그거 돈 꽤 들어. 또...(다다다 얘기한다) 아침식사 배달시켜서 먹는 거. 영양가 있고 몸에 좋아. 근데 그거 매일 먹으려면 가격 장난 아니다. 퇴근할 때마다 테이크 아웃해서 저녁 먹는 것도 마찬가지구. 그래. 가끔 외로우면 친구들도 만나고 취미 생활도 하면 돼. 근데, 친구들 불러내면 세 번에 한번은 밥 사야 되니까 그 돈도 또 만만치 않구, 그리고 혼자 할수 있는 취미? 십자수나 뜨개질 할 거 아니면 대부분 돈 드는 거 밖에 없어. 홈시어터도 제대로 즐기려면 드는 돈이 끝도 없지. 혼자 아프지 않으려면, 그래서 쓸데없는 돈 안쓰려면 어쩔 수 없이 운동 해야 되는데 헬쓰 클럽 일년 회비가 또 얼만지 알어?
유진, 벙진 표정인데
윤아 그래. 혼자 사는 사람들 불편하지 않아. 돈만 있으면. 지금 얼마 있어?
유진 ...한 삼천...
윤아 음... 달랑 집 하나 구해서 일년동안 월세 내고 나면 손가락 빨기 딱 좋은 액수네.
가방에서 책 꺼내 유진에게 내민다.
//인서트-재테크 관련 서적//
윤아 안그러구 독립해서 진짜 멋있게 살고 싶으면, 앞으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돈을 벌든가.
후배 남겨두고 총총히 걸어가는 윤아의 모습에서.
씬26/ 동네 일각(N/ENG)
미자, 퇴근길.
골목 어귀에 영옥이 마중 나와 기다리는 모습 보인다.
그런 영옥을 보는 미자의 표정.
씬27/ 동네 일각-미자의 회상(N/ENG)
약간 젊은 영옥이 같은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 미자 걸어오다.
할머니를 보고 다른 쪽으로 가려고 몸 돌리는데
영옥 (미자가 못봤나 싶어 손 흔들며) 미자야! 얘!
어린 미자, 멈춰 서면 영옥 내려 온다.
미자 내가 뭐 어린애야? 왜 맨날 데리러 나오구 그래?
영옥 (달래는) 미안해. 미자야. 할머니 이제 안나오께.
맘 상한 미자를 달래는 영옥.
씬28/ 동네 일각-현재(N/ENG)
할머니 쪽을 보는 미자 표정.
미자 (NA) 그땐 할머니가 골목 밖에까지 나와서 기다리는 게 왜 그렇게 창피하고 싫었는지 모르겠다... (반갑게 ON) 할머니!
손흔들고 영옥 쪽으로 가면
영옥, 미자를 보는 표정에서.
씬29/ 동네 일각 (N/ENG) -영옥의 회상
중학교 교복 입은 미자가 걸어오고 있다.
할머니 보더니 몸 돌려 다른 쪽으로 가려 하고.
영옥 (손 흔들며) 미자야! 얘!
영옥, 절룩 거리면서 힘들게 미자 쪽으로 간다.
영옥 (OFF) 에미 없다구 그늘 생길까봐.. 통풍 든 다리지만 매일같이 마중 갔구만...
미자 내가 뭐 어린애야? 왜 맨날 데리러 나오구 그래?
영옥 미안해 미자야. 할머니 이제 안나오께..
절룩이면서 힘들게 미자를 달래며 걸어가는 영옥.
그런 영옥과 어린 미자의 모습 위로.
영옥 (E) 늙어서까지 지지리 복도 없는 년...
씬30/ 영옥 방(N)
앞 씬의 영옥 대사 연결 되면서
영숙, 혜옥 다들 곤히 자고 있는데 영옥 앉아서
뭔가를 보고 있다.
영옥 (E) 엄마 돌아간 그날 부터... 내 팔자 편하기는 애 저녁에 글러먹었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영옥의 눈에 살짝 눈물이 맺히는 것 같다.
영옥 그래도... 이 사진이나마 한 장 없었으면 그 세월.. 다 어떻게 견뎠을까 싶네...
//인서트-엄마와 어린 영옥의 사진//
영옥 (OFF).... 엄마.
나지막히 부르고 사진 들여다보는
영옥의 모습에서.
씬31/ 여자 원룸(N)-에필로그
윤아, 지영 쇼파에서
함께 TV 보고 있다.
윤아 (전화받는) 그래? 적당한데 잘 구했네. 그래. 나도 처음에 그 동네 살았었어. 근데 거기 밤에 퇴근할 때 좀 위험했던 거 같은데...밤에도 다시 한번 가봐. 그래. (끊으면)
지영 그 후배? 기어이 독립하겠대?
윤아 어.
지영 한번 겪어 보라 그래. 만만치 않을 꺼다....그러고 보면 우리 참 기특해. 대학교 때 옥탑방에서 시작해서 지금 이만큼 사는 거 보면. 기억나? 왜 옛날에 집 주인 부도나는 바람에 보증금 싹다 날렸잖아.
윤아 맞어 맞어. 그 다음에 이사간 반지하 집.. 기억나? 새벽에 변기 물 넘쳐 올라, 온 바닥에... 그날 둘이 그앞에서 껴안구 울었잖아. 빨리 돈벌어서 이사 가자구. 아우...그땐 진짜 인생 막막했는데. 하여튼 (지영 머리 토닥토닥) 너두 기특해.
지영 (진지해지며) 야. 근데 우리 이 집에서 너무 정체된거 같지 않니? 한번 더 업그레이드 좀 해줘야 되는데... 보니까 주식 갖구는 한계가 있어...
윤아 그럼.. 부동산 쪽으로 굴려봐?
지영 야.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그... 커피 자판기 있잖아.
윤아 (솔깃) 커피 자판기?
지영 어. 그게 쏠쏠할 거 같애. 생각해봐... 병원 일층 같은데 있는 거... 백이면 백 다 거기서 뽑아먹잖아... 완전 다 현금이구. 장난 아닐 거 같지 않냐?
윤아 (진지) 그르네. (반짝) 우리두 그 기계 하나 살까?
지영 근데 그거 그냥 갖다 놓으면 되겠지? ..누구한테 허락받구 그래야 되나?
윤아 에이.. 허락은 무슨... 밤에 그냥 슬쩍 갖다놓으면 되지 않을까? 느네 방송국! 거기 니가 슬쩍 갖다놔...
지영 찝찝한데.. (심각) 그냥 거기루 배달을 해달라 그럴까?
윤아, 지영 머리 맞대고
나름 골똘히 궁리하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