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일상을 유쾌함으로 살아나게 하는 복수의 힘
이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복수>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이웃에게, 학창 시절에 체벌을 가한 교사에게, 내 아이를 징계한 축구팀 코치에게 우리는 응당 복수심을 품는다. 이 마음을 해소해 주는 대가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유럽 최고의 광고맨에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CEO가 된 후고는 복수 대행업을 시작한다. 이 인물은 15년 차 기자, 직원 2명에서 100명으로 성장한 미디어 기업 대표의 이력을 지닌 작가 요나스 요나손을 떠올리게 한다. 요나손은 이웃과 갈등을 빚고 있는 친구에게 복수 계획을 짜주다가 이 작품을 착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복수가 지닌 창의적인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복수 계획을 짜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작품 안에서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는 복수담을 풀어놓는다.
그만큼 복수는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에 의뢰하고 싶은 사연과 실현 가능한 복수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렇게 윤기 없고 무기력한 일상이 통통 튀는 유쾌함으로 살아나게 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사랑받는 이야기꾼 요나스 요나손이 돌아왔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현대 미술>이다. 그간 현대 예술에 관한 안목과 애정을 드러내 온 요나손은 이번 작품에서 표현주의 미술의 숨겨진 거장으로 꼽히는 이르마 스턴을 조명해 낸다.
18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독일계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스턴은 아프리카의 인물, 풍경,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이후 독일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표현주의를 접하고 자신만의 색채를 완성한 스턴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인물의 내면을 살피는 신비로운 작품들을 내놓는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그림 3점이 책에 수록되었다.
이 책에서는 히틀러의 예술 탄압과 그로 인한 표현주의의 개화, 즉 이르마 스턴의 생애가 한 축을 구축한다. 그와 더불어 네오나치즘을 표방하며 인종주의와 혐오주의에 빠진 스톡홀름의 미술품 거래인 빅토르가 시공간을 초월해 한 축을 이룬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현실은 나아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른다는 인식이 두 인물의 행보에 깃든다. 여기에 더해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흑백 논리의 범람, 포퓰리즘의 도래에 대한 요나손의 유머러스한 통찰이 빛을 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복수를 의뢰하는 한국인의 출현까지 대륙을 넘나드는 그의 유쾌한 국제 감각 또한 여전하다. 요나손은 다채로운 캐릭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 세계사에 대한 감춰진 교훈 그리고 무엇보다도 끝없이 솟아나는 유머라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는 엔터테인먼트 문학의 거장다운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리하여 우리 시대의 가장 사랑받는 이야기꾼이 돌아왔음을 알린다.
표현주의 미술의 숨겨진 거장
이르마 스턴(1894~1966)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베를린에서 미술 교육을 받고, 당시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의해 탄압을 당하던 표현주의 미술가 막스 페히슈타인과 교류하게 된다. 그리하여 유럽 유대인 공동체의 전통과 현대 미술의 발달에 영향을 받으면서,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기만의 독특한 색채를 완성한다. 그녀의 작품은 강렬한 색감과 이국적인 모티프로 가득 차 있다. 생전에 그녀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쓴다. <가을에 무르익은 배들이 풀 위에 떨어지듯 이미지들이 내 무릎 위로 떨어져 내렸어요.>
이르마 스턴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흑인 모델을 개성적 주체로 인지하고 묘사한 최초의 백인 화가로 평가된다. 표현주의 화풍으로 대상을 과장하거나 변형해서 그리기도 했는데, 이런 예술적 수법은 소설 속 인물을 개성화하는 요나스 요나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