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그러니까 10월 2일, 아침 10시에 자하문 밖에 있는 라마다 올림피아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범한인 문학자 대회’ 개회식에 참석을 했습니다. 그 동안 하도 문인들의 회합에 참석하지 않다가 오래간만에 참석을 해서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해외 문인들을 많이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역시 조국은 그리운 곳인 모양입니다.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그리운 곳은 고국이며 고향인 것 같습니다. 참으로 많이 러시아(구 소련)에서, 중국(만주, 북간도, 중국 본토)에서 모여들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 · 일본 · 호주 · 구라파에 참으로 많은 문인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들을 만나보고 알았습니다. 지금 지구 어디에서나 한국인들이 살고 있고,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곳엔 어디에서나 한국 문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라기도 했습니다. 특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오신 ‘리진’이라는 시인은 나이도 나이지만 무게 있는 시인답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 문학도 세계로 새끼 쳐 나가겠지요. 그러한 외지에서 문학을 해서 사는 데 생활비가 되겠습니까만, 끈질기게 문학이 생활 이상으로 매력을 갖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생활이 되지 않는 것이 문학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나라같이 시인이 많은 나라는 세계에 없습니다. 또한 시집이 자비 출판이라 해도 이렇게 시집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는 없습니다. 물질 세상 물질 세상 하지만, 아직 우리 나라는 정신 생활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에서 생존의 구원을 찾으려 하는 것이지요. 물질의 거부(巨富) 보다는 정신의 귀족으로 살려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다는 것은 우리 나라의 자랑이 아니겠습니까. 물질이 정신 세계를 침략해 들어오고 있는 세파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편지, 부끄럽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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