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사칭해 연예인 지망 여성 10명 성추행
두 명 함께 불러 '오디션'… 경쟁심 자극해 모텔로 유인
"내가 면접 봤던 여성 중에 자주 TV 나오는 사람도"
미인대회 출신 여성 등 연예인 지망 여성 10명에게 "캐스팅(방송 섭외)을 책임지겠다"고 접근해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김모(34·무직)씨가 구속됐다.
28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일 강북구 수유동의 한 호프집에서 전화를 걸어 모 방송국 현직 PD J씨라고 소개한 뒤 '현장면접'을 보자며 유모(25)씨를 불러냈다. 경찰은 "김씨가 유명 프로그램에 캐스팅되게 해주겠다며 유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유씨가 이를 거절하자 "방송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며 유씨의 가슴을 만지고 볼에 강제로 키스했다고 경찰은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같은 수법으로 지난 6월 4일부터 7월 20일까지 강북구 수유역 근처 커피숍과 호프집 등에서 미모의 여성 10명을 유인한 후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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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사기수법은 교묘했다. 한 피해여성은 경찰조사에서 "현장면접을 보고 난 뒤에도 PD가 맞다고 확신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인터넷상에서 모 미인대회 참가자 명단을 입수해 여성들의 신상을 미리 파악한 뒤, 피해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학교 조교·방송국 PD 등을 사칭해 "아는 PD가 있는데 캐스팅을 도와줄 거다. 만나보겠느냐"고 약속을 잡았다.
김씨는 모 방송국 PD가 '캐스팅 권한'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 그를 사칭해 자신이 약속장소에 나가 순발력 테스트, 취중 토크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오디션을 보며 여성들을 현혹했다. 우연을 가장해 두 명의 여성을 한 자리에 부른 뒤 "둘 중에 한 명을 캐스팅할 거다"며 경쟁심리를 자극해 자연스럽게 모텔로 유인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5년과 2007년에도 같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2년6개월 형을 받고 지난 2월 출소한 김씨는 4개월 만에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김씨는 "PD라고 하니 미모와 지성을 갖춘 여성들이 나를 우러러보고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하더라. 아양을 떨 때마다 쾌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또 "예전에 내가 면접 봤던 여성 중에 지금 유명 연예인이 된 사람들도 있다"며 "최근에 만난 여성 중에도 자주 TV에 나오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왜 성추행했느냐"는 경찰 질문에 "저한테 당했다고 그래요? 같이 한 건데요"라고 경찰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하는 등 조사받는 내내 태연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태도 등으로 보아 미인대회 출신 피해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