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삼성과 관련된 오래된 MP3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좀 깁니다.
참고로 IT업계 몇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공돌이입니다.
90년대 후반 MP3가 처음으로 등장 했을 때, 이부분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낸 것은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한것은 "아이리버"로 유명한 레인콤이었죠.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 당시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시장에서도 5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만큼 성장세가 무서웠습니다. 당시 레인콤의 사장은 삼성전자의 임원으로 있다가 독립하여 벤쳐회사인 레인콤을 만들었고... 벤쳐신화를 쓰신 분이죠.
당시 아이리버의 인기는 지금의 아이팟 못지 않았습니다. 같은 사양의 제품이라도 아이리버는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월등해... 타제품보다 훨씬 비쌌답니다. 물론 당시 삼성전자도 옙이라는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아이리버의 명성에 가려 빛을 못보고 있는 상태였죠. 당시 Mp3 시자이 폭발적으로 성장할때라 이대로 가면 벤쳐로 시작한... 세계적인 회사의 탄생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MP3P계의 새로운 다크 호스가 등장합니다. 그게 바로 애플의 아이팟입니다. 당시 애플은 경영위기에 있었죠... 애플은 컴퓨터를 만들던 회사 인데... 그 시장은 이미 인텔과 MS에 의해 잠식되었고 별다른 수익창출이 없어 위기를 맞는 애플은 전격적으로 MP3P시장에 진입합니다. 그걸 한사람이 바로 그 유명한 스티브잡스죠. 근데 초창기 아이팟을 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마디로 좀 구렸습니다. 당시 인터페이스가 획기적이긴 했지만... 무겁고... 덩치도 크고 가격도 비쌌죠... 그 이유는 바로 메모리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아이팟이 쓰던 메모리는 HDD 즉 하드디스크였습니다. 미니 하드이긴 하지만... 덩치가 상당히 크고 무겁습니다. 또한 용량은 크지만 속도는 느린 편이죠... 반면 국내 MP3P에서 쓰는 메모리는 낸드 플래쉬 메모리 입니다. 이 낸드 플래쉬에 대해서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속도도 빠르고 무엇보다 크기와 무게에서 하드디스크랑은 비교가 안됩니다. 실제로 보면 제 손가락 한마디만한 크기에 두께는 몇십 mm 정도 밖에 안되죠.. 이 낸드 플래쉬는 현재 미니 하드를 밀어내고 휴대폰이나 MP3P, PMP, PDA, 네비 게이션 등 소형 단말기엔 거의 들어가는 메모리입니다. 근데 이 낸드 플래쉬를 거의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곳이 삼성전자입니다.
여하튼 다시 돌와서... 당시 아이팟이 출시되서... 북미 시장에서는 어느정도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 처럼 세계시장을 장악하진 못했죠... 아이리버도 가격이나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기나 무게에서 경쟁력있었습니다. 즉 상대 할만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경쟁구도는 2005년 아이팟 나노가 나오면서 완전히 붕괴되고... 아이팟이 세계 MP3P를 평정합니다. 그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이팟 나노는 그동안 써오던 하드를 버리고 낸드 플래쉬 메모리 집어 넣습니다. 그래서 초소형이 된거죠. 두께 또한 획기적으로 줄었구요.. 오히려 아이리버 보다 훨씬 작고 아담하고 이뻣습니다. 근데 또하나 놀라운것은 가격까지 엄청쌌다는 거죠... 2005년 당시 2기가 짜리 아이팟 나노는 20만원 정도면 살수 있었죠. 근데 아이리버는 제품에 따라 좀 다르지만 30만원 가까이 했답니다. 그러니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서 아이리버는 상대가 안됐죠. 그 이후 지금까지 아이팟은 독보적인 세계시장 1위를 지키고 있고.. 지금은 한발 더 나아가서 휴대폰까지 진출하죠...
근데 한가지 의아한점을 발견하실 겁니다. 아이팟이 갑자기 크기, 무게에 게다가 가격까지 한번에 줄일수 있었을까요? 이런건 이 계통에선 거의 혁명적인 거와도 같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삼성전자에 있습니다. 당시 낸드 플래쉬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던 삼성전자는 애플과 제휴를 하면서... 국내 시장의 반값으로 낸드 플래시를 애플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이것은 엄청난 일입니다. MP3를 사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메모리 크기에 따라서 가격차이가 엄청나죠? 그 만큼 MP3P에서의 메모리가격은 절대적입니다. 근데 이걸 삼성은 애플에게 경쟁사의 반값에 제공한것이죠. 그러니 당연히 아이팟은 크기나 무게 디자인 은 물론이고 가격경쟁력까지 경쟁사를 압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왜 삼성은 이렇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메모리를 제공했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삼성전자가 고의로 그랬을 가능성을 의심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당시 휴대폰 반도체 등으로 사상최고의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유독 MP3P에서 만큼은 아이리버에게 밀리고 있었던 것이죠... 즉, 삼성전자에게 아이리버는 눈에 가시같은 그런존였죠. 그러나 마땅히 시장을 역전시킬 방법없었죠. 그래서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플래쉬 메모를 이용하여 국내중소기업을 붕괴시키고나서 나중에 애플과 MP3P 시장을 양분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죠.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아닙니까? 다음은 당시 관련된 신문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엠피3 플레이어 ‘아이팟’의 제조업체인 미국의 애플에게 국내 경쟁업체보다 50% 정도 싼 가격에 낸드 플래시를 공급하는 것(<한겨레> 9월22일치 13면)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할 방침이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3일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가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한 낸드 플래시 가격을 조사해 발표한 것을 보면, 애플의 신제품 ‘아이팟 나노’에 들어간 2기가바이트(GB) 제품의 가격이 54달러였는데, 이는 시장가격의 절반 정도”라며 “삼성전자가 애플에 이런 저가로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국의 중견업체들이 고사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제23조에서는 ‘거래의 상대방을 차별하여 취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국내 중견업체들보다 애플에 플래시메모리를 더 싸게 공급하는 것은 이를 위반한 것”이라며 “공정위는 즉각 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낸드플래시에는 싱글레벨셀(SLC) 제품과 멀티레벨셀(MLC) 제품 두가지가 있고, 멀티레벨셀 제품이 읽기와 쓰기 속도가 다소 늦어 30% 가량 싸다”며 “애플에 공급된 제품은 바로 멀티레벨셀 방식의 플래시 메모리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 쪽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실제 아이팟 나노 시중제품을 구해 뜯어보니, 멀티레벨셀 제품이 아니라 싱글레벨셀 제품이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 경쟁국 관계자는 “동일한 시장 안에서 거래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부당한 차이를 두는 것은 가격 차별이 될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섣불리 말하기 곤란하다”며 “신고가 들어온다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희 최혜정 기자
그럼 아이리버는 어떻게 됐을 까요? 당시 엄청난 위기를 맞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사장이 바뀌고 뭐 이런저런 내홍을 거쳤지만 지금 까지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는 무리가 있어보이죠? 현재 세계시장의 1위는 당연히 아이팟입니다. 국내시장에서도 물론이구요... 그리고 2위는 삼성전자의 옙이죠... 물론 세계시장은 아니고 국내시장에서만... 옙은 여전히 힘을 못쓰고 있죠... 그뒤를 아이리버나 코원 같은 중소 기업들이 따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드리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한 기업의 몰락이 참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벤쳐기업이 말이죠... 그것도 결국은 우리나라 대기업에 이해할수 없는 행위로 말이죠... 우리나라 중소기업에게 반값으로 공급해도 모자란 판에... 해외기업에게 반값으로 주다뇨... 물론 사업적인 것이라 사정은 있었겠지만... 여러분들은 이해가 가십니까?
참 철지난 얘기지만 국산품 애용합시다... 아이팟 그만 사시고... '옙'은 쳐다도 보지마시고... 아이리버나 코원같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하세요..우리가 키워줘야 될거 아닙니까?
아주 오래된 얘기지만... 삼성 불매운동에 덧붙여 한마디(?) 써본것입니다.
ps. 그리고 한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삼성이 이렇게 키워준 애플은 MP3P를 넘어 아이폰으로 삼성의 밥그릇인 휴대폰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북미시장에선 엄청난 인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