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북상중이었지만 수요 훈련이 있는 어제 오후 6시 사직동의 기상은 마라톤 훈련을 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약하게 불었고 간간이 보슬비가 내렸다. 트랙에는 20명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적은 수의 사람들이 걷거나 달렸는데 걷는 사람들도 반 정도는 우산을 펼치지 않을 정도로 내리는 비가 가늘었다.
태풍이 염려되어 집을 나서기 전에 훈련팀장 꾸니 샘한테 문자를 넣었더니 훈련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답신이 왔다. 도서관에 가서 소설에 빠져 있느라 놓친 점심을 뒤늦게 챙겨 먹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태풍 카눈이 제주도 남쪽에서 북상중이어서 부산은 아직 비바람이 세차지 않아 훈련은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훈련팀장님이 먼저 와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재떨이 코스 한켠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회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두번째로 훈련장에 도착했는데 더 이상 회원님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비를 피할 수 있는 돔 아래 코스를 뛸까 하다가 비바람이 약한 모습을 보여 운동장 트랙으로 나갔다. 오늘 사직보조경기장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모두 8명이었다. 올해 부산의 인구가 330만 명이 넘는데 운동장에 나와 달리기를 하는 8명 가운데 가야지 회원 2명이 태풍 전일인데도 평소대로 훈련을 수행했으니 2명의 수를 적다고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20명 이상의 훈련 참여보다 더 의미있는 2명이라고 자족하며 기분좋게 주로에 들어섰다.
꾸니 샘은 25바퀴를 달렸고 나는 20바퀴를 달렸다. 처음 출발을 할 때보다는 비바람이 조금 세졌지만 옷을 적실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해 여름인가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홀로 유유히 사직보조경기장을 달리던 달하니 샘이 생각났다. 부산에 계셨더라면 오늘도 함께 운동장을 달리며 하늘이 달리미들에게 특별히 내리는 축복을 공유했을 것이다. 밤새 달리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20바퀴에서 달리기를 멈추었다. 회장님이 나오셔서 기다리고 계셨다. 회장님은 아침에 운동장에 나와 하프 코스 거리의 훈련을 혼자서 수행하셨다고 한다. 10월 경주마라톤 풀코스에 출사표를 던진 회장님과 아오끼 샘이 철저한 사전 훈련에 돌입하여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아 하프나 10km 코스를 선택한 회원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된다.
훈련팀장님이 사과와 샤인머스켓을 잔뜩 준비해 오셨는데 먹은 양보다 남겨서 도로 가져가는 양이 훨씬 많아 아쉬웠다. 지기님들이 정성껏 준비해 오는 간식만이라도 남김없이 비울 수 있도록 다수의 회원님들이 정기훈련에 참여하여 단체 훈련의 분위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 훈련 단골 회원들의 간절한 바람대로 조만간 가야지 열풍이 불 것을 믿어 본다. <송담추어탕>에서 조촐하게 추어탕을 먹었다. 말복을 하루 앞둔 날이라 보양식으로 생각하며 맛있게 먹었다.
태풍 카눈이 오전 9시 20분을 기해 거제 부근으로 상륙하였다는 기상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부산도 점점 태풍의 중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침까지 강하게 내리던 빗줄기는 약해졌는데 바람의 위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후 2시가 되면 비도 그칠 것이라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온 국민이 소원하고 있다. 우리 가야지 회원님들의 집안에도 아무런 태풍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伽倻地燈
世上萬有永遠無
天地氣象例外內
太風北上風速强
猛夏將軍亦星落
勇員三人訓鍊出
風雨不退熱血族
乾濕不選浩然心
伽倻地燈不消曜
가야지 등불
세상에 일어나는 일 치고
영원한 것이 없으니
하늘과 땅 사이 대기의 흐름도
예외가 없다.
태풍 북상으로
바람이 세다.
사나운 여름 장군도
여지없이 별이 떨어질 것이다.
용감한 회원 셋이
훈련에 나왔는데
비바람에도 물러서지 않는
열혈 가족이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는
당당한 기상에
가야지 등불이
끄지지 않고 빛난다.
첫댓글 태풍이 지나고 나면 폭염은 사라지고 달리기 좋은 계절이 다가 올 것 같습니다. 궂은 날씨에 훈련장을 지켜주신 훈련팀에 감사드립니다.
부산 인구가 약 330만명 정도라니 놀랍네요. 이전에는 400만 부산시민이라고 했던거 같은데 인구가 줄어들고 있네요. 계절은 어김없이 또 바뀌어서 어느새 가을이 다가오겠지요? 한결같은 마음으로 늘 자리를 지켜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