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의 신심명 · 증도가 강설_ 증도가 (23)
증도가證道歌 23
옛스런 곡조 신기 맑으며
풍채 스스로 드높음이여
초췌한 모습 앙상한 뼈
사람들 거들떠 보지 않는도다.
調古神淸風自高여
조고신청풍자고
貌悴骨剛人不顧로다
모췌골강인불고
홀로 다니고 홀로 걸어 열반의 길에서 노닐면 참으로 '곡조가 옛스럽고 신기는 맑고 풍채가 스스로 드높게 되는 것'이니, 이것은 무엇을 표현하고 있느냐 하면, 고불고조(古佛古祖)들이 맨손에 단도를 쥐고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이는 대기대용(大機大用)을 말한 것입니다. 그냥 운치가 좋고 풍채가 높다는 것이 아니라, 빈손에 청룡도를 하나 들고 내 마음대로 자유자재하게 써서, 죽이는 것만 마음대로 하느냐 하면 살리는 것도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다. 역대의 조사들을 죽이려고 하면 한 칼에 다 죽이고, 살리려고 하면 삼세(三世)의 모든 부처님과 역대의 조사들뿐만 아니라 일체 중생을 한 날 한시에 살릴 수 있는 살활자재(殺活自在)한 전기대용(全機大用)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처럼 살활자재한 전기대용이 현저한 그 사람의 모양이 어떤한가 하면, '얼굴은 초췌하고 뼈는 앙상해서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피부가 다 탈락되어 하나의 진실제뿐[皮膚脫落盡 唯一眞實際]'이라고 함과 같이, 일체 번뇌망상은 피부가 탈락되듯이 다 끊어져 버리고 오직 진여본성의 뼈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모양이 초췌하다'는 것은 일체 망상의 모양이 다 끊어졌음을 말하고, '뼈가 단단하다'는 것은 금강반야가 현저하여 진여의 뼈가 단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망정이 다 떨어져서 살활자재한 전기대용이 현저하여, 거기서는 부처와 조사도 찾아볼수 없고 중생과 마구니도 찾아볼 수 없는 인상(人相)과 아상(我相)이 다 끊어진 것을 말합니다.
그냥 사람의 모습이 야위고 뼈만 앙상해서 사람들이 보기 싫다고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알면 피상적일 뿐만 아니라 영가스님의 참 뜻과는 정반대가 되고 맙니다.
<성철스님의 신심명.증도가 강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