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반데기 옥녀봉에서 남쪽 조망, 한가운데가 딴봉, 멀리 첩첩 산중에는 취적봉 등이 있다
어둡고
어두운 길로
들어가야 하나
먼 곳까지 비추어라
산 끝에 걸린 달
冥きより冥き道にぞりぬべき はるかに照らせ山の端の月
―― 이즈미 시키부(和泉式部, 978? ~ ?, 헤이안 시대 여류시인)
▶ 산행일시 : 2016년 12월 3일(토), 맑음, 낮에는 더움
▶ 참석인원 : 15명(버들, 자연, 영희언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수담, 사계, 두루,
해피, 오모육모, 대포, 무불, 상고대)
▶ 산행거리 : GPS 실거리 8.7km(1부 3.1km, 2부 5.6km)
▶ 산행시간 : 6시간 23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3 - 동서울터미널 출발
07 : 56 - 횡성휴게소
09 : 33 -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배나드리교 근처, 산행시작
10 : 02 - 딴봉(791.2m)
10 : 20 - 안부, 임도, 소나무 숲
11 : 46 - 발왕산 남릉 끝자락 임도
12 : 05 - 배나드리교 근처 모정의 탑 입구 주차장, 1부 산행종료, 점심, 이동
13 : 10 - 굼개, ┫자 갈림길, 2부 산행시작
14 : 05 - 986.1m봉
14 : 55 - 1,100m봉, 안반데기
15 : 26 - 옥녀봉(△1,146.2m), 헬기장
15 : 37 - 일출 전망대
15 : 56 - 안반데기 피득령, 산행종료
16 : 48 ~ 18 : 52 - 주문진, 목욕, 저녁
21 : 3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안반데기 풍력발전기 앞에서
2. 발왕산 남쪽 능선 끄트머리, 소나무 숲이 볼만하다
3. 안반데기 고랭지 밭, 뒤의 산은 조고봉과 노추산(오른쪽)
▶ 딴봉(791.2m)
오늘 산행 딴봉의 들머리인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배나드리 부근이 당일 산행으로는 벅차게
멀다.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고속도로)를 이용하여 230km이다. 네이버 빠른 길 찾기로
소요시간이 2시간 43분 걸린다.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달려서 그렇다는 것인데 우리는 횡성
휴게소를 들린다. 그래서 꼭 3시간이 걸린다.
지난 11월 11일에 개통했다는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고속도로)는 춘향이의 동백기름
바르고 탄 가르마처럼 미끈하다. 지금 이 시각은 한적하다. 일출 직후 양평휴게소 지나던 무
렵이던가 차창 밖 왼쪽으로 보는 어렴풋한 추읍산이 졸린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멋진 모습
이다. 미리 카메라를 준비하지 못한 탓으로 뒤늦게 허겁지겁 한 장 찍었다.
“배나드리라는 지명은 배가 들락거려서 붙여진 것이 아니라 지형이 배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붙여졌다. 배나드리 가는 길은 자갈 많은 강원도의 전형적인 시골 풍광을 그대로 갖추고 있
다. 주변에 산과 계곡, 그리고 너른 강이 펼쳐지고 정선의 노추산, 아우라지까지 비포장도로
가 이어지는 오지 중의 오지다. 물고기도 많고 송림이 울창하여 여름철에는 피서객들이 많이
찾아든다.”(이혜숙, 『몸이 좋아하는 건강여행』, 국일미디어, 2003)
하지만 그때가 옛날이다. 지금은 산지사방에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뚫렸다. 굽이굽이 돌아드
는 송천(松川)을 배나드리교 건너고 딴봉 동쪽 자락에 바짝 다가가서 차를 멈춘다. 선도식당
이 반갑다. 2007년 1월 20일 높은산 팀과 합동산행 때였다. 저 선도식당에서 북어국으로 새
벽밥을 먹고 딴봉 옆의 노인봉을 올라 발왕산 넘어 병두산을 갔었다. 그때 노인봉 오르막은
설벽이었다. 그때 일행 29명중 오늘 온 이는 영희언니, 대간거사, 상고대, 사계와 나다.
도로 고도가 587m이다. 딴봉이 791.2m이니 고도차는 겨우 200여 미터다. 그러나 가파른 산
행거리 600m를 숨차고 땀나게 올라야 한다. 삼각함수표(sin)에 의하면 경사도는 19.5도쯤
된다. 아무 인적이 없다. 있다 해도 햇낙엽에 가렸으리라. 발걸음으로 갈지(之)자를 열심히
그리며 오른다. 왼쪽 사면은 절벽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 사이로 송천 건너 보이는 노추산
이 중후하다.
암릉이 나온다. 짜릿한 손맛 좀 보자하고 직등하려다 아득히 깊은 협곡을 내려다보고 말아
그만 움찔하고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간다. 이윽고 소나무 숲 우거진 딴봉 정상이다. 따로 떨
어진 산이라 해서 ‘딴봉’이라고 한다. 정상주 탁주가 시원하다. 오늘은 안주를 포함하여 해물
이 주 메뉴다(지지난주 금물산 산행 때는 닭이었다). 산행 때는 데친 오징어이고 이따 점심
때는 대하로 잔치를 벌일 것이며, 저녁에는 주문진에서 회를 먹을 것이다.
딴봉에서 북진하여 내린다. 오를 때와는 다르게 울창한 낙엽송 숲 아래 잡목 헤친다. 안부는
고랭지 밭이다. 직진한다. 이곳은 하나같이 우람한 열주의 소나무 숲이 볼만하다. 왼쪽으로
다리골 건너 보이는 노인봉이 웅장하다. 박성태 씨의 신산경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한에 노
인봉이 8개나 된다. 이 노인봉(1,057.4m)이 오대산 진고개 옆의 노인봉(1,338.1m)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해찰을 부려가며 오른 임도다. 점심때가 되어 더 못 가고 뒤돌아 내린다. 다시 고랭지 밭 안
부. 오른쪽 다리골 임도로 내리는 편이 도로에 가깝지만 지난봄에 별 수 없어 그곳으로 내렸
는데 연만하신 어르신이 자기네 사유지를 무단출입하였다며 막 야단하였다. 왼쪽의 수확 거
둔 빈 밭을 질러 농로에 이르고 농로 따라 내려간다. 농로는 안부에서 고랭지 밭과 함께 건너
편으로 넘어가고 우리는 생사면 잡목을 뚫고 내려 산행시작한 지점이다.
4.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고속도로) 지나면서 차창 밖으로 바라본 추읍산
5. 딴봉 들머리인 배나드리교 주변
6. 딴봉 가는 길
7. 딴봉 가는 도중에 바라본 노추산
8. 무불 님, 딴봉 정상에서
9. 딴봉 내린 안부, 멀리 가운데는 조고봉
10. 노인봉(1,057.4m), 우리나라 남한에 노인봉이 8개나 있는데 그중 두 번째로 높다.
11. 발왕산 남쪽 능선 끄트머리인 임도에서
12. 발왕산 남쪽 능선 끄트머리 소나무 숲이 볼만하다
13. 점심 메뉴 대하, 5마리만 먹으면 배가 불러 더 먹을 수가 없다
14. 대하, 회로도 먹고 머리는 라면 끊이는 데 넣었다
▶ 옥녀봉(△1,146.2m)
송천 건너기 전 ‘모정의 탑’ 입구 주차장 한쪽에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다. 오늘은 대하로 잔
치를 벌인다. 해피 님이 서산에서 공수해왔다. 회로 먹고 삶아 먹는다. 술은 모처럼 양주다.
대간거사 님이 32년산(입병 후 집에서 보관한 기간 20년 포함) 발레타인을 가져왔다. 대하
는 5마리 정도만 먹어도 배부르다. 대하머리는 라면 끓이는 데 넣었다.
주차장 관리인이 불조심을 당부하며 다가오기에 술과 대하를 대접하려고 하였으나 한사코
거절한다. 계룡산 심우정사(尋牛精舍)의 목초(木草) 스님이 생각난다. 심우정사는 삼불봉을
오르내리는 (목이 칼칼해지는) 산중턱에 자리 잡았다. 목초 스님은 등산객들과 어울려 술 마
시며 대화하고 취하면 아무데나 드러누워 자는 게 일과였다. 어떤 등산객에는 이런 목초 스
님이 눈에 거슬렸다.
그 등산객은 조계종 총무원에 목초 스님이 수행자답지 않게 허구한 날 술판을 벌인다며 투서
하였다. 총무원에서 특별감찰반이 나왔다. 특별감찰도 감찰스님을 달리하여 여러 번 나왔었
다. “큰스님, 많은 등산객들의 이목이 있고 하니 곡차를 좀 자제하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
고 돌아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초 스님의 일과는 변하지 않았다. 1997년인가? 그 목초 스
님의 입적소식을 신문 보고 알았을 때 계룡산이 참 쓸쓸하게 느껴졌다.
2부 산행은 안반데기 옥녀봉이다. 굼개 마을까지 좁다란 길을 차로 들어간다. ┫자 갈림길.
왼쪽은 도암호 쪽으로 가고 우리는 묵은 농로 따라 직진한다. 농로는 산자락 드넓은 쑥대밭
으로 변한 묵밭을 지난다. 엷은 능선을 넘어 농로는 끊기고 우리는 골짜기 건너 생사면에 달
라붙는다. 아침에는 꽤 춥더니만 오후 들어 일기예보대로 기온이 부쩍 올랐다. 덥다.
오늘 산행의 체면을 살리는 오지의 가파른 오르막이다. 오뉴월 비지땀 쏟는다. 비싼 양주 술
기운이 다 달아난다. 잡목 숲 헤치다 너덜을 오른다. 눈은 연신 사면을 좌우로 훑지만 삭막하
다. 딩고더덕(대간거사 님의 버전이다)도 없다. 그래서 더 힘들다. 능선마루. 숲속에 임도를
냈다. 986.1m봉에서 잠시 숨 고르고 옥녀봉을 향한다. 이제 굴곡이 심한 오르내리막은 없다.
능선마루 따라 난 임도를 걷기란 매우 따분한 일이다. 하늘 가린 숲속이라 조망도 없다. 임도
멀찍이 벗어나서 성긴 잡목 숲을 쓸어가다 키 작은 산죽 숲을 누빈다. 한 피치 땀 흠뻑 쏟고
올라 안반데기 끄트머리다. 고도 1,100m. 풍력발전기 거대한 날개(블레이드)가 서서히 돌아
간다.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기 생산업체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 사 제품이다.
광활한 안반데기 고랭지 밭이 펼쳐진다. 안반데기의 ‘안반’이란 떡메를 내려칠 때 받치는 판
을 뜻하고, ‘데기’란 둔덕을 뜻하는 ‘덕’의 강원도 사투리다. 우묵한 고지대에 터를 잡은 마을
이란 의미다. 안반데기는 1965년부터 국유지 개간을 허가하여 화전민에게 임대해오다가
1995년에 경작자들에게 매각한 땅이라고 한다. 현재 20여 농가가 거주하는 전국 최대 규모
의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다. 초창기 정착민들은 돌투성이 비탈 밭을 맨손으로 일궜다. 피를
뿌려 일군 터전이다. 그래서 피득령(‘피덕령’이라고 한다)이 아닐까?
구름이 노니는 길, 운유(雲遊) 길을 간다. 대로 따라가다 절개지 기어올라 옥녀봉 정상을 짚
어본다. 헬기장이다. 삼각점은 풀숲을 두루 뒤졌으나 찾아내지 못했다. 강릉 앞바다로 해서
동남쪽으로 조망이 훤히 트인다. 일출전망대 지나 고랭지 밭 사이로 내리고 ╋자 갈림길 안
부인 피득령이다. 두메 님이 차 몰고 올라왔다. 산행종료! 오지산행을 시늉하다만 산행이 되
고 말았다. 하이파이브가 쑥스럽다.
그 근처에 왔으니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일. 한동안 적조했다. 주문진 상희네 횟집으로 간다.
15. 2부 산행, 쑥대밭 지나 안반데기, 옥녀봉을 간다
16. 상원산
17. 옥녀봉 주릉에 들어 안반데기, 옥녀봉 가는 길
18. 안반데기, 풍력발전기
19. 안반데기, 왼쪽은 백두대간 화란봉
20. 안반데기 풍력발전기 앞에서
21. 안반데기, 오른쪽은 조고봉과 노추산
22. 조고봉과 노추산(오른쪽)
23. 멀리 가운데는 청옥산
24. 멀리 왼쪽은 각희산(?)
25. 멀리는 가운데는 상원산
26. 안반데기, 피득령, 멀리 가운데는 멍에전망대, 그 주변 석축은 안반데기를 일구면서 들어낸 돌로 쌓았다고 한다.
27. 피득령에서 바라본 발왕산
첫댓글 그대로가 예술입니다~
글도 사진도 !!!
항상 강건하셔야 합니다...
배추 한포기 없는 안반데기...옥녀봉 실체가 있던가요 한참 뒤지다 온 생각이 나네요 멋진 사진 감사합니다.^&^
배추를 수한 후의 풍경도 예술이네요,.,좋은 날씨에 조망까지 터져, 끝내주는 풍경이네요,,,아고 아쉬워라
안반데기와 풍차가 너무 멋있는 풍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