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5월
23일 발행
제목 제164차 동우모임 — 영종도 마시안 해변
수일에 한 번씩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봄비가 한반도 전역을 고루 뿌려준 덕에 금년에는 농촌지역 어디를 가도 들녘에는 모내기도 시기
적절하게 이루어져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다만 나이 먹은 사람의 괜한 우려라고 치부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지난 4.27 합의 이후 지금까지 익히 보아왔던 노회한 술수로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북한 집권층의 유화책에 수십 년
내 이어져 오던 남북 대치의 긴장관계가 당장이라도 풀릴 듯 기대에 부푼 요즘의 국내 분위기가 심각한 우려를 품게 합니다.
지난 달의 남북정상회담은 분명 획기적인 사건이긴 합니다. 허나 지나간 정권에서 성사시켰던
1, 2차 합의 역시 국민들의 기대만 부풀게 했을 뿐, 저들은 단물만 빼먹고 뒤로는 핵무기 개발에 여념이 없었지요. 결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적인 공조 속에 이루어진 대 북한 제재조치에 그들은 더 이상 버티기가 힘겹게 되자 또다시 손을 내밀었을 뿐인데, 이번 4.27합의로 부정적인 견해보다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낙관론이
항간에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역사적 회담을 앞두고 체제보장을 약속한다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언질을 내비친 모양이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저들에게 핵의 완전포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1인
독재체제를 보장하는 한 북한이 전면적인 개혁, 개방을 기대한다는 건 허망한 백일몽일 뿐임을 우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단 한번 남북 정상이 한 자리에 앉았을 뿐인데 항간에는 금방이라도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금방 평화라도 찾아오는 듯 기대와
착각에 들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때일수록 한발 뒤로 물러서서 신중한 자세로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듯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월초에는 오랜만에 창덕궁을 찾아 고궁을 산책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어린이날에 연휴가
겹친 탓일까, 가족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는지 참석한 친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단 네 명이 일단 궁 안으로 입장했지요. 인정전 앞에서 사진 한
컷을 기념으로 남기면서 옛날 중학시절 수학여행 갔을 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담소를 나누고 천천히 후원 방향으로 다가가니 예약할 수 없었던 후원 입장권은
현장에선 몇 장 남아 있다기에 표를 구입하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부용지와 주합류에서 사진 몇 장 박고 있는데 전화 벨소리. 반가운 친구 백경숙씨가 입구에 와 있다는 전언.
궁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입구에서 제지. 이유인즉, 친구들을 위해 간단한 간식을 양손 가득 준비해 왔는데 불행하게도 고궁에는 음식물 반입 불가라네요.
반가운 친구 목소리에 일행은 가던 길을 되돌려 출구로 퇴장하니 몇 년만에 얼굴을 보는 반가운 모습이 있더군요. 빈 몸으로 와도 반가운데 이 친구는 참석한 동료들 입이 심심할까 걱정스러워 자그마치 15인분의
햄버거, 샌드위치 등 푸짐한 먹을거리를 가득 담은 봉투까지 지참하고 대기 중.
고궁에서 단 네 명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많이 실망했겠지요. 어쨌든
가지고 온 간식을 먹기 위해 창덕궁 옆의 나무그늘 쉼터를 찾아 자리를 폈지만, 15인분을 다 소비하기도
그렇고 각자 먹을 만큼 배를 채우고 나머지는 공동 분배. 집으로 가져가기로 하고, 장소를 바꿔 삼청공원으로 산책길을 변경.
약 20여분 걸으니 숲이 우거진 삼청공원 도착. 삼청공원(三靑公園)의 三靑이란 산이 푸르고 하늘이 푸르고 마음이 푸름을 뜻한다고
하네요. 그 이름처럼 삼청공원은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고 옛 서울의 정취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 모처럼 옛 친구들과의 데이트를 즐긴 셈입니다.
공원에서 산을 향해 계단길을 한참 오르고 보니 이름하여 말바위에 도착. 주로 계단으로 이루어져
걷기도 무난하고 숲이 우거져 산책하기 좋은 길이었고, 서울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지만 날씨가 흐려 조망은 좋지 않은 편. 말바위의 유래는 조선시대 말을 타고 온 문무백관이 우거진
녹음을 감탄하며 시를 읊고 잠시 쉬던 자리였다는 설과 또 백악(북악)산
산줄기에서 동쪽으로 좌청룡을 이루며 내려오다 끝에 있는 바위라 하여 말(末)바위로 부른다는 설이 있다는 친절한 안내판도 보이더군요.
말바위 쉼터를
지나면 숙정문이 나오고 이곳에서 약 한 시간 더 걸으면 창의문까지 연결된 백악산 줄기이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검문소가 있고 신분증을 제시한 후
출입증을 받아야 갈 수 있는 길. 우리는 말바위에서 잠시 쉬었다 하산하여 삼청동 음식점으로 직행. 아까 먹은 간식도 아직 소화가 안되었건만 경숙씨가 한턱 낸다기에 갈비에 소주잔으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하루 데이트 잘 했건만 그는 이것도 부족한지 동우들을 위해 찬조까지 해주어 총무로서는 몸 둘 바가 없게 되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 감사 드립니다.
다가오는 6월 2일의 토요모임은 인천 영종도로
장소를 옮겨볼까 합니다. 인천 친구 상오형이 지난 번 을왕리 갔을 때 버스 탈 필요도 없이 걸을 수 있는
좋은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기에 전화로 확인했더니 마실란 해변이라고 알려주네요.
이 시대의 만능 정보창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용유역, 공항철도를 이용하여 인천공항역에서 하차, 자기부상열차를 갈아타고 종점까지 가면 그곳이 바로 용유역이라고 하니 우리들에겐 공짜인 셈이네. 요즘 들어 지나치게 상술의 마법에 걸려서 그런지 요란한 카페와 음식점, 횟집이
부쩍 늘어났고 갯벌체험이라 해서 펄에서 조개캐기 놀이로 인파도 많아졌다고 하는데 해변을 한 두 시간 걷고 조개구이나 횟감으로 뒤풀이를 하면 어떨까
해서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여 즐거운 모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163차 모임 참석자 : 박용배, 백경숙,
이영구, 정서현, 황인환
회비 지출 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