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혁신안, 조직개편 빠져 한계
‘효율성’ 위해 LH 키운 게 화근
‘LH 해체’ 약속 자체가 모순적
“부동산정책, 시장기능에 맡겨야”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핵심인 조직개편안이 빠져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여론을 반영한 해체 수준의 조직개편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9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LH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LH 혁신안의 주요 골자는 투기 방지를 위한 감시·제재 수단 확대와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 회수 및 인원 감축이다. 다만 문제가 됐던 ‘택지보상’과 ‘부지조성’은 여전히 LH의 통제하에 있고, 거대화된 ‘공룡 공기업’이 된 LH의 기능을 주거복지·토지·주택으로 나누겠다던 조직개편안도 제외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점 사안이었던 LH 조직개편안이 빠진 것을 두고, 업계에선 ‘LH 해체’를 외치는 민심을 외면할 수 없는 여당과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을 위해 LH를 키웠던 정부의 입장차가 좁히지 않은 영향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2009년에도 토지와 주택의 기능을 모두 한 기관이 맡을 경우 정보와 권한이 집중돼 부정부패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문재인 정부는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이라는 명목하에 극단적인 ‘효율성’을 추구하며 출범 이후 LH의 직원을 3000명 가까이 늘리기도 했다.
결국, 조직개편안이 빠진 이번 혁신안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가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을 고수하는 한 ‘LH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가 LH를 해체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은 엄청난 난항을 겪을 것이고, 아파트값이 폭등하고 거래절벽이 나날이 심해지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의 질타를 피할 길이 없어진다.
반대로 정부가 공공주도의 주택공급을 위해 기존 조직개편안인 ‘토지(L)’와 ‘주택(H)’을 LH에 두고 ‘주거복지’만 타 기관에 넘기는 방법을 택할 경우 여당은 ‘LH 해체’를 외친 민심을 저버린 게 되며, LH에는 계속 정보가 집중돼 정부가 ‘LH 투기 사태’를 사실상 방치한 셈이 된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늘리는 방법으로 부동산 시장을 운영하려고 한 결과가 현재의 집값인 것을 고려할 때,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처벌과 감시를 늘리는 식으로 LH 사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대책에도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등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우려해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시장 개입을 늘릴수록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구축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기업의 경쟁이 줄어 가격이 오르고, 주택의 공급 탄력성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겠다고 한 결심이 LH를 거대하게 키워 문제를 일으켰고, 민간의 투자가 위축돼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줄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주택공급·재개발을 민간으로 돌리고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이 주택공급을 주도할 경우, 가격은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오른 가격에 기업들이 서로 공급을 늘리고, 이후 공급이 과해지면 가격이 다시 내려가 가격이 안정화되는 ‘시장기능’이 작용할 거라는 의견이다.
또 정부가 규제를 늘린 영향이 현재의 집값이라며, 정부는 공공 임대아파트 등의 일부분만 추진하고, 선진국과 같이 시장기능을 활용해 부동산 시장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집값이 15% 올랐지만,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반대로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공급이 90% 이상 감소하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출처 -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868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