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김용택 시인…
"대학도 안 다닌 내가 선생이 됐다. 지금은 날마다 강연을 다닌다. 이 모든 게 다 신문 덕이다."
김경은 기자/조선일보 : 2012.05.17.
▲ 강력한 입담을 자랑하는‘섬진강 시인’김용택씨는 이날 강연에서도“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 대답 좀 혀잉∼”하며 청중의 적극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섬진강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시인 김용택(64)씨는 "신문은 인류가 만들어내는 수만 가지 일 중 엑기스만 쏙 뽑아 담아놓은 커다란 지식창고"라며 "나는 평생 신문을 기다리며 살았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이성준)과 조선일보가 공동주최하는 리더스 콘서트 올해 네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씨는 16일 오후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을 받아쓰다'라는 주제로 광운대 중앙도서관을 가득 채운 200여명의 청중에게 열띤 강연을 펼쳤다. 고향 전북 임실의 초등학교에서 38년간 교편을 잡았던 김씨는 교사 시절 추억의 신문에 얽힌 추억담으로 구수한 입담을 풀어나갔다.
김씨는 "신문 읽은 세월만 40년이 넘는다"고 했다. "초보 교사 시절, 우체부가 학교로 신문을 가지고 오면 우다다다 달려 내려가 교장 선생님보다 먼저 신문을 펼쳤어요. 중요한 기사, 좋은 칼럼은 빠짐없이 오렸고, 그걸 10년간 모으니 큰 가마니로 한 가마니가 됐어요." 그는 "처음엔 문학 기사만 읽었는데 어느 틈엔가 정치·경제 기사도 읽고 바둑 기사도 읽고 있더라"며 "신문에 실린, 그러니까 한반도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한마디로 시야가 탁 트인 것"이라고 했다.
구독 중인 신문은 3개. "가장 보수적인 신문이 가장 먼저 옵니다. 맨 뒷면 사설부터 읽고 칼럼을 읽지요. 칼럼은 지금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머리로는 이해하기 복잡한 사안을 전문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겁니다." 좋은 기사나 칼럼, 에세이, 사설은 따로 내려받아 아들·딸에게 이메일로 보내준다. 아이들이 중학생일 때부터 해오던 일이다.
김씨는 "어떤 지식인은 '나는 신문도 안 보고 TV도 안 본다'고 하더라. 무식한 사람이다. 어떻게 신문을 안 보고 세상을 읽느냐"면서 "대학생이 신문 한 부 안 읽고 하루를 넘긴다는 건 이해할 수 없고 용납도 안 되는 일"이라 했다. 그는 "내일부터 하루 한 시간만 신문을 봐라. 5년만 그렇게 해봐라. 세계를 보는 안목이 생긴다"며 "현실을 모르면 과거를 못 보고, 미래는 더 못 본다"고 했다. 김씨는 중간 중간 "애매한 걸 정해주는 게 신문"이라고 말하며 코미디 프로의 한 코너('애정남')를 흉내 냈고, 대학생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는 강연에 청중은 웃음과 환호로 화답했다.
강력한 입담을 자랑하는‘섬진강 시인’김용택씨는 이날 강연에서도“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 대답 좀 혀잉∼”하며 청중의 적극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강연 전문과 질의응답 내용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읽기의 즐거움, 리더스 콘서트
일시: 2012년 5월 16일 오후 4시30분~6시10분 장소: 광운대학교 중앙도서관 주제: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 강연: 김용택(시인) 주최: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선일보
1부 강의
젊은 사람들 앞에 서니 기분이 좋다. 광운대는 78년된 오래된 학교인 것 같은데, 건물은 다 새 것 같다. 카이스트에 외국인 교수들이 많이 와 있다. 그 분들께 한국 학생의 문제점을 물어봤더니, 물어봐도 대답이 없고 물어보라고 해도 질문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여러분은 마음을 열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매우 복잡해졌다. 60년대만 해도 밥 잘 먹고 배부르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복잡해져서 인류가 축적한 모든 지식을 동원해도 자연 현상의 변화에 대책을 세울 수가 없다.
작년 일본에서 쓰나미가 발생해서 도시 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본은 지진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나라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는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지진, 홍수, 가뭄, 기아가 인류를 압박하고 있다.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이런 자연현상뿐만 아니라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청중에게 질문)어떤 일이 있었을까? (청중 답변)스님 도박 사건, 수원 살인 사건. (다시 강연자) 작년에 서울시장에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요즘 키워드는 ‘융합’이다. 융합은 여러 가지 것을 화학적, 물리적으로 섞는 것이다. 또 하나의 커다란 융합이 필요하다. ‘문학’과 ‘예술적 정서’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현실세계에 대한 교육이 없다.
얼마 전 컴퓨터 영재들이 모였다는 한 고등학교에 강연을 갔다. 그곳에서 빌 게이츠 연설문을 본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현실을 모르면 과거도 모르고 미래에 대한 대책도 세울 수가 없다. 그래서 신문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전북 임실. 작은 마을이라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이장밖에 없었다. 따라서 동네에 책이 없었다. 교과서 외에는 읽을 책이 없었다. 고등학교는 순창에서 다녔는데, 통학거리가 12㎞나 됐다. 너무 가난해서 편도 차비밖에 없었다. 35가구가 사는 마을로 내 신이 오는 날, 나는 평생 신문을 기다리며 살았다. 학교 가면 중앙지, 지방지를 하나씩 봤다. 학교에 우체부가 자전거를 타고 오면 후다다 내려가서 신문을 가져왔다. 교장 선생님도 보기 전에. 중요한 기사는 다 오렸다. 10년 동안 오려 놓은 기사가 한 가마니가 됐다. 그 중 문학 기사가 두 가마니. 저희 집이 물이 새서 그게 다 젖어 버렸을 때 너무 속상했다.
신문이야말로 우리 세상을 보여주는 가장 큰 지식창고다.
신문은 우리 모든 인류의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엑기스만 담아둔 것이다. 선생을 하면서 신문을 봤다. 처음엔 문학 기사만 보다가 정치·경제·사회라는 모든 분야, 심지어 바둑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자 나중에는 신문에 나온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안 사람은 돌아가는 세상을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어했다. “나랑 결혼하면 신문을 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반드시 사설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25년 전 결혼한 안 사람은 지금까지 신문을 안 본 날이 없다. 지금은 신문 3개를 보고 있다. 지역 신문(전라북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아야 한다), 서울에서 나오는 신문 2개를 본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 가장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신문. 아이들에게도 신문을 보게 한다.
제가 잠을 일찍 잔다. 8시 반에 잔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개그콘서트’도 못 보고 잔다. 대신 새벽 3시에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서 하는 일이 신문을 읽는 것이다. 가장 보수적인 신문이 아주 보수적으로 가장 먼저 온다. 신문의 제일 뒷면, 사설을 먼저 본다. 그 다음으로 칼럼을 보기 시작한다. 칼럼이란, 그날 하루 한국에서 일어났던 복잡한 문제들을 전문가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그것만 읽으면 나름대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스포츠, 미술, 건축, 바둑, 소설, 예술 다 챙겨서 읽는다. 그리고 제일 앞에 정치면을 읽는다. 그리고 기획기사를 읽는다.
그 다음으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신문을 읽는다. 사설부터 읽는다, 그 다음으로 칼럼을 읽는다. 보수적인 시각으로 정리한 것, 진보적인 시각으로 정리한 것 두 가지를 읽는다. 그러면 지방지 신문이 도착한다. 전라북도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이 무엇이 있는지 제목을 보고 파악한다.
그리고 인터넷에 접속한다. DAUM에 접속해 유럽에서 축구를 하는데, 멋진 축구 장면이 나온다. 그것을 보자 홍명보 축구교실, 축구강연을 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음에서 보았던 축구기사들이 생각이 났다. 강연에서 그 얘기를 했다. 신문을 읽으면 할 이야기가 생산된다. 중앙, 동아, 한국, 부산일보까지 들어간다. 각 헤드라인 기사들을 다 본다. 이 신문에서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었는가를 보고, 칼럼을 다 점검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터넷 기사다. 특히 토요일 섹션을 꼼꼼하게 본다. ‘위클리 비즈’는 전 세계적인 CEO들, 석학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2개면씩 인터뷰 기사를 실어준다. 이 기사들이 굉장히 많이 실린다. 그 기사를 읽고 스크랩한다. 토요일엔 발행되는 신문을 다 산다. 인터뷰는 그 사람의 생을 다 집어 넣는 것이다. 2개면에 걸친 인터뷰를 읽으면 그 사람의 정신을 알 수 있다. 제가 어느 날 그 이야기를 모 회사에 가서 했더니 일주일 후에 그 회사에서 위클리비즈에 실린 사람의 책 5권을 만들어서 보내주었다. 그 사람들도 ‘위클리 비즈’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인터뷰 기사, 칼럼을 다 찾아서 읽고 중요한 감각이 있는 인터뷰 기사, 칼럼은 내 일기장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꼭 아들과 딸에게 보내준다.
현실을 모르면 안 된다. 좋은 기사, 칼럼, 인터뷰 기사를 받아서 아들·딸에게 보내준다. 마지막에는 시를 넣어서 보내준다. 아들·딸은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느 날 딸에게 처음으로 이메일이 왔다. “아빠, 대박! 김수영의 시 ‘봄밤’을 스물여덟 번이나 보내다니. 이제 그만 보내세요.”
통합진보당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모르면 안 된다. 아들은 군대에 가 있어서 인터넷을 못 하기 때문에 신문에 있는 기사들을 인쇄해서 보내준다. 이것이 내가 아침에 하는 일이다.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요새는 지난 12월부터 한비야 선생에게 시를 보내주고 있다. 시를 4~5개월 보냈더니 시를 다 알아서 골치가 아프다.
이와 같이 그날 일어났던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신문을 안 보면 아무 의미가 없다. 딸은 아버지인 내가 자기에게 가장 잘해 준 것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어릴 적부터 영화를 보여준 것이라 한다. 딸은 어느 날 학교에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관해 에세이를 쓰라는 과제를 받았다. 딸이 네 살 때 이미 보여준 영화다. 딸은 어렸을 때 그 기억이 난다며 좋아했다. 영화적인 상상력이 어마어마하게 된 것이다. 공부란, 어느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딸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일들, 주요 칼럼니스트들을 다 안다.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들을 정리한 사설, 칼럼, 에세이, 기사들을 다 보내주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상상력과 현실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신문 읽기도 어느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어느 날 합쳐져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정답을 가르쳐 주고, 정답을 외우는 것이다. 정답을 가르쳐주고 정답을 외우게 하는 한 가지 교육만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것이 현실 인식이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은 잘 모른다 하더라도 대학생들이 하루에 신문 한 부를, 어느 신문이 되었든 읽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딸에게도 적어도 대학교에 들어가면 뉴욕타임스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딸은 미술을 전공한다. 전세계에서 어떤 전시가 일어나고 있는지 학생 때부터 알아야 한다. 이렇듯 신문은 우리 삶을 절대적으로 결정해버리는 가장 큰 도구다. 그래서 이러한 행사(리더스 콘서트)가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나는 4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나는 신문이다. 신문을 읽으면 현실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안목을 갖게 된다. 또 하나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신문은 환경 문제를 굉장히 많이 다룬다. sbs 방송국에서 전국 또랑에 관한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신문에서 환경에 대한 기사를 읽다보니 환경 전문가가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문학과 예술에 대한 감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예술이고 디자인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인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내 생은 신문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적인 신문, 진보적인 신문 두 가지를 읽고 균형있는 시각을 키우려고 한다. 나는 그림, 건축에 대해서도 잘 안다. 환경, 스포츠 등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까 삶이 풍부해진다. 신문을 보고 글을 써왔다, 환경, 스포츠 등등 모든 문제에 대해서 써왔다. 다음 주부터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해보자는 제의가 왔다. 나는 클래식에 관한 글을 한번 쓴 적이 있다. 어린 아이들, 성인 모든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제의를 해본다.
나는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 강연을 한번도 안 빠지고 다닌다. 사람들이 왜 나를 찾냐면, 신문 때문이다. 어떤 지식인들은 ‘나는 신문이나 TV를 안 본다’고 말하는데, 무식한 발언이다.
학생들이 잠자는 것도 이해 못 한다. 대학생들은 신문을 매일 한 시간씩 봐야 한다. 내일 아침부터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만 신문을 읽자. 종이신문이 없으면 인터넷에서라도 검색해서 읽어라. 하지만 종이신문이 더 좋다. 애매한 것들을 전부 다 정리해주는 것이 신문 읽기다.
2부 질의응답
Q, 선생님의 시를 넣은 비석을 세웠다고 들었다.
A. 나는 돌에 무엇을 새기는 것을 싫어한다. 내 시를 새겨서 시비를 세우면 시를 읽지 않을까 만든 것 같다. 딸에게 문자가 왔다. 괜찮다고.
Q. 오늘 주제가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쓰다’이다. 아이들이 글쓰는 활동까지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자연이 말해주는 것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나는 농사를 평생 했고, 아이들을 평생 길렀다. 농사와 아이 기르는 데 똑같은 게 있다. 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소쩍새는 ‘소쩍 소쩍’하고 운다. 그런데 어떤 해에는 ‘소텅 소텅’하고 운다. 그 해에는 흉년이 든다. 솥이 비기 때문이다. 어떤 해에는 ‘소꽉 소꽉’하고 운다. 이 해에는 풍년이 든다. 이런 건 세상을 자세히 보는 눈에서 온다. 모든 울음, 모든 소리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로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글을 읽는 것, 책을 읽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한다. 일단 읽어라. 죽은 괴테를 데려다 물어봐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Q. 어릴 때 소설을 써본 적이 있다. 그땐 생각없이 썼다. 선생님은 자연에서 영감을 찾는다고 했다. 내가 볼 때 자연은 모호한 존재인데 어떤 입장에서 자연을 보나?
A, 어떻게 바라볼 필요가 없다. 그냥 바라보면 된다. 한 그루 나무를 보면 언제 보아도 완성이 되어 있다. 산은 언제 보아도 완성이 되어 있다. 흘러가는 강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연이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명화가 왜 명화냐면 완벽하게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완성되어 있는 자연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좋은 시는 듣고 또 들어도 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을 명품이라 부른다. 명화, 명품, 아름다운 것들은 언제 보아도 새로운 것이다. 새로운 것들은 생동감 있다고 말한다. 김소월 시가 그렇다. 왜 그렇냐면 그것은 모든 것들을 다 받아 들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모나리자를 보면 쏠려 들어가듯이. 그래서 늘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받아졌으면 되는 것이다.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다 받아썼다. 늘 새로운 말을 해 준다.
Q. 자연, 신문이든 자기의 이야기로 융화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전자공학과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직접회로를 연구할 것이다. 제가 앞으로 전문 엔지니어가 되는 데에 어떻게 융화시키면 좋을지?
A. 스티브 잡스는 공학과 인문학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죽었다. 우리 교육은 이과와 문과를 나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조선 시대 때 시제를 줘서 시를 잘 쓰는 사람을 관리로 뽑았다. 이제는 이과 문과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이제는 기술만으로는 안 된다. 예술과 합쳐져야 한다. 예술이 없다면 애플은 재미없어 진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기술을 보태줘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인간이 가지는 모든 상상력을 가져왔다. 자기 전공과목만 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 예술적인 시가 융합이 되어야 커다란 세계를 창조하는 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내 시를 읽어라.
Q, 매일 아침 두 종류의 신문을 보고 있다. 아주 보수적인, 덜 보수적인 신문을 보고 있다. 진보적인 신문도 보고 싶다. 보수와 진보적인 신문 두 가지를 읽는다고 하셨는데,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과연 정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문제. 그리고 나이가 들다 보니까 계절마다 변하느 나뭇잎들이 너무 예뻤다. 제 두 딸 아이들에게도 그것을 느끼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우리 사회가 갈등이 많다. 사람들은 갈등을 조정해서 정상적인 사회를 만드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편 가르기를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양쪽 편 이야기를 다 들어보니 서로의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민주주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을 인정할 때만 사회는 조화로운 사회로 갈 수 있다. 좌파, 우파, 진보, 보수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신문을 통해서 균형감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도 읽고, 저것도 읽는 것이다. 오랜 세월 공부를 하다 보면 안목과 철학이 생길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어른들은 아이들이 노는 것을 못 본다. 자연과 놀게 해주면 된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판단력이 미숙하다. 중요한 것은 놀 줄 알아야 살 줄 아는 것이다. 공부는 대상일 뿐이다. 상대가 있다는 것은 타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과 놀 수 있게 해 주면 해가 뜨는 것을 알게 된다. 조급하게 생각말고 지금처럼 놀게 해 달라.
마무리
취직이 절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무 살 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려고 하지 마라. 예순 되면 쫓겨난다. 남이 만들어 놓은 직장에 들어가서 돈을 벌어서 행복하려고 하지 말아라. 내 삶은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창조해나가는 것이다. ‘나는 예순 살 때 성공해야겠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스무 살 대학 졸업하고 서빙을 배워서 식당 공부를 해서 나이를 먹고 식당을 좋아해서 식당을 만들어서 탁자와 책상을 늘리는 사업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가? 왜 삼성만 들어가려고 하는가? 내가 내 일을 가꾸면서 사는 것이다. 우리 사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에 종속되려고 하지 마라. 결혼이 절대 중요하지 않다. 어머니 말 듣지 마라.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하라고 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결혼이 중요하지 않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을 잘 사는 사람들의 특징. 남의 말이 옳으면 그 말을 듣고 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인생을 잘 사는 사람들은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행동을 바꾸는 것은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를 실천하면 훗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윤슬기(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블로그 다독다독 서포터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