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 없이 전하고 싶은 마음
우표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 그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는 이들이 있다.
요금을 냈다는 의미로 우편물에 붙이는 증표인 우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행된 1884년부터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져 왔다.
'우표를 사용하는 사람은 점차 줄고 있지만, 그 작은 지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담겨 있거든요.
우표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라고 생각해요.'
우편을 취급하는 국가 행정 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서 우표 디자이너로 일하는 유지형 님(47세)의 말이다.
이 일을 하기 전, 그는 아이들을 제 손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유아 브랜드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암 투병하는시어머니도 함께 돌봤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 일하는 건물을 지나며 문득 '이곳에도 디자이너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처음부터 멋진우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저 또한 일을 하면서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가족들도 좋아하고 지지해 줬고요.
이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표를 만드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우표는 주로 한국적인 분위기와 소재로 디자인된다.
작은 지면에 담고 싶은 메시지를 압축해 표현하고, 특수한 종이에 우표의 기능을 살려 디자인해야 하기에
고려할 점이 많다고.
'한국에 대한 정보를 담은 만큼 오류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표에는 디자이너의 이름이 들어가요.
그만큼 책임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요즘 재미있게 하고 있는 작업은 병풍 우표예요.
병풍처럼 접어서 세워 놓을 수 있죠.
외국인들에게도 반응이 좋아요.'
우정사업본부는 매년 6월.
다음 해 발행할 우표를 정하는 우표 위원회 정기회의를 개최하는데, 거기서 그가 기획한 병풍 우표가 선정된 것이다.
2021년 아름다운 꽃과 새가 어우러진 '화조영모'를 시작으로 '책가도',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십장생도',
'헌종가례진하도'가 병풍 우표로 제작됐다.
'주제를 기획할 때 우리나라를 홍보하고 국가적으로 기념할 만한 소재를 모두 수집해요.
도서관이나 미술관, 박물관에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예요.'
작업하며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묻자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드럼 이야기를 꺼냈다.
'드럼을 연주하다 보면 한 번씩 어려운 구간을 만나요.
암만 연습해도 원하는 속도로 연주하기가 쉽지 않아서 극복이 안 되는 그런 부분이요.
'도저히 안되겠구나' 싶기도 한데, 그럴 때 저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본 박자 연습을 해요.
디자인 작업을 할 떄도 마찬가지예요.
첫 마음을 기억하고 기본을 다지고, 다시 시작해요.'
그는 코로나19기간 온라인 우표 전시에 참가했다.
우표를 수집한 지 2년 된 초등학생 팬에게 응원을 받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 해였다.
'사람들이 제가 만든 우표를 보고 행복해 할 때 뿌듯해요.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제가 디자인한 우표를 좋아하는 그 친구가 '앞으로고도 잘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따스한 말을 건네줘서 힘이 났어요.
발행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젊은 층을 비롯해 댜양한 연령층이 우표를 수집하면 좋겠어요.
많은 공부가 되거든요.'
그는 우표를 수집하면 무언가를 모으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우표에 담긴내용을 공부하며 지식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표 디자이너는 우표 하나를 디자인할 때 한 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해 그 내용을 디자인으로 녹여낸다.
우표 수집 역시 이의 보존 가치를 이해하고 탐구하며 여러 방면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우표를 통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는 우표를 디자인하며 한국의 멋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에는 우리 문화의 가치를 알지 못했는데 일을 하며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2020년 궁궐을 시작으로 서원, 성당, 산사를 다룬 '한국의 옛 건축' 우표를 디자인할 떄 사진작가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눈으로 확인했어요.
고웁하고 들여다볼수록 우리 문화가 참 아름답더라고요.
앞으로도 우표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음을 알리고 싶어요.'
ㄱ는 언제 떠나도 아수비지 않게 '언제든지 그만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우표를 디자인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적인 것의 가치를 강조하며, 손 편지에 전하고 싶은마음을 적듯 자신이 웊에 담아 전할 수 있는
한국의 미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2025년에 열리는 세계 우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우표를 통해 한국의 아름다음을 소개하고 세게적으로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한국을 알리는 우표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김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