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이야기
趙司翼
능선에서 부는 바람에
가지를 흔들고 있을 뿐
나무는 조용하게 그것들과 함께 살아 있었다.
내가 바람의 계도啓導를 만들 수 있었다면
바람 한 줄 금 친구들 가슴을
시원하게 했을 텐데, 숲은 말한다.
잠시 귀동냥으로 들었던 이야기는
찌르라미며 솔부엉이까지
잠든 친구들이 깰까 봐
재권이, 정이, 미애, 경원이와 점이
그리고 휘준이와 진돈이까지 동무들에게 전해 달란다.
그저 햇볕 따가운 날 그늘을 줄 뿐
바람을 부르는 것은 대지에 숨은 뿌리란다.
따따부따 더위를 먹었는가 싶었는데
숲 속 생명의 섬세한 첨단이
지하 깊은 곳으로 강하해 간다.
저 아래 돌 틈을 비집고 서 있는
소나무보다 높은 발코니에서
달빛을 전신에 받고 있는 나를 외면한
숲 속 이야기들이 천마산 역사를 흘리듯
떨어드리며 하늘로 직립直立 한다.
달빛은 어둠의 왕국을 관통하고
강하하는 소나무 그림자 위로 달빛 더욱 상승한다.
이 밤 산 숲에서 나무의 숭고한 숨결 들으며
그릇된 세상에 예속되고
이분의 분열에 노출된 나 자신의 숨 고르며
천마산 밤 봉우리를 넘고 있는 달 향해 손 모은다.
기억 속에 각인될 만남이었노라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노라고
이 밤새고 나면 이별이지만
또 만남을 위한 이별이라고, 그렇게
잠시 눈감아 달빛을 지우면서
2005년 7월 22일
천마산에서 / 시 사랑 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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