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이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1979년 기미년 정초였다. 박정희 대통령 신수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유명하다고 소문난 역학도사 4명이 호출되었다.
22세의 서 도사, 50대 중반의 남자 도사, 60대 중반의 보살 할머니, 그리고 미아리 박 도사였다.
젊은 서 도사가 제일 먼저 지명되었다. 군에서 갓 제대한 서 도사는 바짝 긴장했다. 관상을 보니 "승천"할 괘였다.
하지만 그 말을 했다가는 살아남을 수가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 "승진하겠습니다!"였다.
그 다음은 50대 중반의 도사였다. 도사의 점괘는 이랬다. "올해 10월 26일 술시 (오후 7시~9시)가 안 좋습니다...."
바로 박대통령이 김재규에게 검은 콩알을 맞은 시각이었다. 4명의 도사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한 서 도사의 증언이다.
서 도사는 그 말을 듣고 이 세상에는 고수도 많구나! 싶었다고 한다.
(7월 31일 조선일보에서 퍼온 글)
2. 술 취한 당신 눈에는 안 보이지만 내 눈에는 보입니다.
십여년 전 오징어 채낚이선을 구입하여 수산업을 하던 김한주 (마고 24기) 선배의 말을 듣고 충무동 대가빌딩을 찾아갔다.
대가빌딩 3층에서 간판도 없이 철학관은 경영하는 도사가 하도 유명하다고 소문이 나서 건방지게 한번 시험을 해볼 생각이었다.
오후 3시나 되어 인근 자갈치 새벽시장에서 막걸리 두어통을 마시고 찾아가니 간판도 없는 사무실 앞에 장의자만 하나 놓여
있는데 좌판 고기장수 차림의 아줌마 두 명이 머리를 싸매고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문에는 묵필로 쓴 글씨가 보였다.
잠시 자리를 비우니 용무가 있는 사람은 잠시 기다리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냥 가버릴까 하다가 기왕 마음먹은거 결과나
보자! 하고 막걸리 두통을 더 마시고 왔다. 머리 아픈 아줌마들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조용히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새하얀 한복 차림의 도사가 책상에 서적을 펴놓고 있다가 화살 같은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나도 모르게 넙쭉 절부터 했다.
도사는 잠시 나를 쏘아보더니 "무슨 일로 왔습니까?" 나는 "세상일이 하도 안 풀려 길잡이 말씀이나 들으려고 왔습니다." 했다.
"간판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왔습니까?" "선배들에게서 고매하시다는 선생님 성함을 듣고 왔습니다."
"그러면 복채 3만 원부터 내시오!" 나는 빳빳한 만 원짜리 석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생년월일, 시부터 적어내시오."
내 사주를 훑어보는듯 마는듯 하더니 대뜸 나무라기부터 했다. "보니 예수 믿는 사람이네요. 에수 믿는 사람이 낮술을 마시고
휘청거리고 다니면 됩니까? 지금은 당신 영혼 주변을 마귀들이 북 치고 장구 치며 신나게 놀고 있으니 앞길이 안 보여요. 내일 아침
목욕재개하고 맑은 정신으로 다시 오세요." 나는 사실 세례는 받았지만 신앙생활은 남부끄러워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 날 보고 예수쟁이라니? 나는 부끄럽고 더럭 겁이 났다. "내가 에수 믿는 것을 어떻게 알았습니까? " "당신 눈에는 안 보이지만 내 눈에 는 다 보여요. 예수님의 후광이 당신 주위를 에워싸고 비추고 있네요." 나는 깔깔한 새 돈 삼 만원만 바치고 예수쟁이가 낮술 마시고 다닌다고 꾸중만 듣고 나왔다. 물론 그 다음날 다시 가지 않았다.
3. 마산 동진이 고개 처녀 귀신 이야기
60년대 여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납량특집 이야기다.
진동에 손님을 모셔다 주고 밤 늦게 되돌아오던 택시가 동전 고개 마루턱을 넘어설 무렵이었다. 안 그래도 무섬증이 들어 잔등에
진땀이 나는 순간에 앞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손님이 손을 들고 차를 세웠다. 말로만 듣던 처녀귀신이 나타났구나! 택시 기사는 머 리끝이 쭈볐하여 정신을 차리고 고속으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문도 열어주지 않았는데 어느틈에 탔는지 소복귀신은 뒷좌석에 앉 아 있었다. 어떻게 차를 몰고 왔는지도 모르게 언덕을 내려오자 귀신의 목소리가 똑독하게 들렸다. "여기 내려주세요!" 운전수는
자신도 모르게 차를 세웠다. 그러자 처녀 귀신은 "차비는 우리 집에서 받아가세요!" 하고는 그림자처럼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운전수는 하도 이상하여 골목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보니 어느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이 운전수가 기웃거리는 것을 알아차리고 두말 않고 차비를 두둑하게 주는 것이었다. 운전수는 다음날부터 아파 들어누워 운전을 못했다고 한다.
첫댓글 예전에 동진이 고개서 버스가 구부러져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아마 그때 죽은 처녀 귀신이 제삿날이라고 본가를 찾아갔던 모양이다.
내 친구 아부지가 사고가 났던 버스회사 사장이었다.
어느 반풍수 땡중이 처녀 귀신이 이야기를 듣더니 가라사되, "아 저런, 귀신한테 차비를 받다니, 차비만 안 받았으면 복 받았을 텐데 차비를 받았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려 병이 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