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제레미. 헤어진 남자친구의 열쇠를 맡기러 제레미의 카페를 찾는 리지. 그런 인연으로 리지는 그 실연의 이유를 알기 위해, 슬픔을 나누기 위해, 밤마다 제레미를 찾아오게 되고, 제레미는 그런 그녀에게 만들어 놔 봤자 팔리지 않는 「블루베리 파이」와 함께 위로를 해 줍니다. 어느날, 그렇게 늘... 제레미의 위로를 받으며, 약하게 살기는 싫었는지, 리지는 그의 카페 문을 슬쩍 열다가 이내 다시 닫고 훌쩍 멀리 떠납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의 힘으로 실연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기 위한 여행입니다.
제레미는 리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가, 그녀가 떠나고서야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었음을 압니다. 이따금씩 날라오는 그녀의 발신지없는 엽서로 그녀를 찾기 위해 수소문해보지만 헛수고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어느 영화에서 처럼 자신의 사랑을 찾아 떠나지도 않습니다. 자신의 카페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그녀를 기다릴 뿐입니다. 자신의 카페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그녀를 기다릴 뿐입니다. 과거의 얽매여 있던 제레미는 옛사랑과의 조우와 리지의 엽서, 그녀를 기다림으로서 새로 나아갈 길을 찾습니다.
여행을 떠난 리지는 스쳐가는 인연들을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도를 넘어선 집착으로 인해 아내인 수 린과 별거중인 알콜중독자 어니를 보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의 아내 수린에 대한 집착은, 그녀 자신이 했던 사랑에 대한 집착과 다름 없습니다. 어니의 자살로 자유를 얻은 수 린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엄청난 상실감과 죄책감, 그리움으로 사라집니다. 추억이란 그래서 지독합니다. 저 깊은 낭떨어지에 떨어졌던 기억이 이따금 기어올라와 아프게 합니다.
레슬리와의 만남은 새로운 시작의 결심을 하는 단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고 그것으로 칩을 긁어모으는 「포커광」 레슬리. 그녀는 정작 자신의 아버지의 진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를, 사실은 가장 사랑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버립니다. 리지는 그렇게 다양한 사랑을 경험합니다. 블루베리 파이를 벗삼아 위로를 받았던 그녀가 이제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이해해 줄 수 있게 됩니다. 관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라고.
리지의 여행의 목적에「차」는 없었습니다. 사랑을 떠올릴 틈을 주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바쁘게 일하는 그녀에게 누군가「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거야?」 라고 물으며 「차를 살려고...」대충 둘러 댔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며 「차」는 어느덧 중요한 것이 됩니다. 여행만 한 것이 아니라, 정처없이 이곳저곳 떠돌다가, 여기쯤이 좋겠군, 이란 느낌으로 제멋대로 정착을 하고 밤낮으로 열심을 일을 하고 돈을 모읍니다. 그리고, 드디어 차를 산 리지가 마지막으로 달려간 곳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제레미의 카페였습니다. 「차」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낸,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해 줄 「도구」라고.
이 영화는 굉장히 감성적입니다. 왕가위 특유의 감성적이며 세련된 화면 연출. 영상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무심코 지나가는 배경과 소품, 하나하나에 의미가 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들어가있는 열쇠를 담은 유리병,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고물 CCTV, 키스를 대신하는 보랏빛 블루베리 파이와 뒤엉키는 새하얀 우유의 달콤함, 직접 만 담배와 빠르게 지나다니는 전철. 감정의 끈을 이어주는 발신지없는 엽서. 모든게 인상에 남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배경음악 또한 너무 좋습니다. 노라존스가 직접 부른 음악도 좋았구요. 영화의 분위기와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주드 로, 노라 존스, 레이첼 와이즈, 나탈리 포트만의 화려한 출연진 또한 이 영화를 보는 재미. 매력적인 출연진들이 모두 매력적인 연기를 보입니다. 전 남자지만 주드 로에 반했습니다. 매번 볼때마다 저렇게 멋있을까, 감탄하면서, 거울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직접 본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이 작품이 첫번째인데, 그래서 그런지 기대도 많이 한 작품입니다. 기대엔 못 미쳤지만 그닥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단점이라면 중간에 축 늘어지는 전개. 그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고, 다 보고나선, 뭔가 아쉬운 마음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느낌은 정말 좋은 영화였네요. :D
마지막의 키스씬은 앞으로 많이 회자될 것 같은 명장면이더군요. :)
영화 OST
Norah Jones의 The Story
첫댓글 노래넘 좋네요~ 자세한 스포일러 감사합니다. ㅋㅋ
댓글 감사 (^_^)/
전 왕가위 감독이란 사실을 모르고 봤다가 영활 보고 나서야 '어쩐지 왕가위였구나' 했는데요.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났을 때 '왜왔어?'라고 물으면 '내가 기억하는게 맞는 지 확인해 보려고' 라는 말을 해봐야 겠어요. 영화에서처럼.^^
노래 너무 좋아요~글도 참 잘 쓰시네요..^^ 아~~주드로 너무 멋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