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와 동백꽃 내 고향
임재문
내 고향에는 대나무가 많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고향 집도 어머니 품속처럼 대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그뿐인가? 대나무 울타리에 연하여 피어나던 동백꽃은 그 얼마나 아름답게 피어나던가? 어릴 적에는 시누 대로 빨대를 만들어 동백나무 위에 올라가 동백꽃꿀을 빨아먹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대나무는 전라남북도 일대와 경상남북도 일대 그리고 강원도 해안지방 등지에 분포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어릴적 고향을 떠나 경기도 동두천에 살아가다가 아버지를 따라 고향에 내려올 때 대나무가 보이기 시작해서 고향이 가까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내 고향과 대나무 그리고 동백꽃은 꿈속에서도 그려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어릴 적에는 장난감도 대나무로 만들었다. 대나무로 만든 딱총, 물총, 도롱태라 불리웠던 대나무 굴렁대를 굴리며 놀던 내 어린 시절! 죽마고우라는 말처럼 대나무로 연결되어 말처럼 그렇게 함께 하며 다니던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립다. 댓바람 소리가 다시 그립다. 서창에 달그림자 되어 나타나던 대나무 그림자는 사군자 한 폭을 연출하지 않았던가?
어릴 적 집안이 가난해서 관을 구할 수조차 없었던 그 시절 대나무 발로 시신을 둘러싸서 장례를 지내기도 했다. 대발 쌈이라고 불렀다. 대나무 고향에 태어나 대나무를 바라보며 살아가다가 대나무에 둘러싸여 저 세상으로 가야 했던 내 고향 사람들!
대나무는 오월에 죽순이 나온다. 그래서 오월에 모내기를 할 때면 못밥이라고 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죽순나물이요. 홍어회가 아니던가?
내가 강릉교도소 복지지원과장으로 근무할 때다. 강릉에서는 죽순나물이 없었다. 나 혼자 죽순나물을 해서 먹던 추억이 그립다.
동백꽃은 이른 봄 빨갛게 피어나 깨끗하게 지고 마는 것이다. 동백꽃을 실에 꿰어 목에 걸고 다니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동백꽃이 지고 나면 동백 열매가 열리는데 그 동백 씨로 머릿기름을 만들어 바르며 살아야 했던 내 고향 여인들!
대나무와 동백꽃의 내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는 것은 내가 고향을 떠나와 살아가기 때문이다. 남도 천리 길을 달려가야 하는 그리운 내 고향! 이제는 내가 대나무에 둘러싸여 살아가던 고향집도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남의 손으로 넘어가 다 헐리고 대나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꿈속에서나 그리는 대나무와 동백꽃의 내 고향! 그래도 나는 그 시절이 하염없이 그립다. 칠순이 넘어서 그리는 내 고향은 그래서 더 정겹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향! 그곳은 내가 언젠가 돌아가야 할 영원한 안식처요. 꿈에도 잊지 못할 추억들이 알알이 스며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7년 강릉교도소 복지과장 정년퇴임
1986년 봄호 한국수필추천완료 한국수필작가회 회장 역임
수필집 “ 담너머 부는 바람” “사형수의 발을 씻기며”“꼭! 봐요!”
한국수필문학상 수상
2022년 5월호 한국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