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로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에 항의하는 MBC 파업이 150일을 맞았다. MBC 기자와 PD들이 벌이고 있는 파업은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쟁의가 아니다. 언론자유와 공영방송의 독립, 나아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권력이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하수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언론투쟁이다. 파업에 참가하는 언론인들은 파업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측이 내건 무노동 무보수 원칙에 따라 다섯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하는 고통을 감수하며 언론을 탄압하는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다. 본인들은 물론 가족의 생계까지 걸고 싸우고 있다. 세계 언론사에 일찍이 없었던 언론투쟁이다. KBS와 YTN 기자들이 MBC 동료들의 투쟁에 동참하는 연대파업을 벌였던 것도 MBC 파업이 갖는 숭고한 투쟁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몇 달째 방송 파행이 계속되자 기자, PD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렴해서 방송을 정상화시키라는 시청자, 언론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 탄압은 이제 해외 언론감시단체들도 잘 알고 비판하고 있는 '공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방송파업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언급하면 오히려 간섭이 될 수 있다"며 회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동네 불구경 하듯이 말했다. 정권이 공영방송 사장 인사에 개입해 자신에 불리한 뉴스는 억제하고, 유리한 뉴스는 크게 보도하도록 조정한 게 바로 파업의 발단인데,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이 딴전을 부리니 파업이 끝나지 못한다.
이명박 정권이나 새누리당이 방송 파업을 즐기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상화되면 '말썽꾸러기'들이 들어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테니, 파업으로 인해 그런 보도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상태로 대선까지 가면 오히려 현 여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있다. 방송사들의 파업으로 정권 편을 드는 종편의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어, 파업이 오히려 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방송 파업에 관한 의견에는 사이가 껄끄러운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의원 사이에 차이가 없다. 박근혜 의원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당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되고, 새누리당의 실질적인 대선 후보로 자리를 굳혔음에도 그간 방송 파업에 대해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길 꺼려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운영과 직결된 언론자유가 걸려있는 방송 파업을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 자리를 꿈꾸는 대선 후보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러한 압박 분위기를 감안했는지, 박근혜 의원은 지난 22일 드디어 MBC 파업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MBC 파업이 시작된 지 145일 만에 나온 최초의 논평이다. 그런데 논평 내용이 걸작이다.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며 "노사가 서로 대화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공자님 말씀이다.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먹을 것을 주라"는 말과 같은 '명언'이다.